여행으로 청소년 자녀의
‘기초 능력’ 키우기

네덜란드에서 온 교수가 있었다. 시험문제로 네덜란드의 시를 해석하라는 문제를 내며 개성 있는 해석과 풍부한 정서가 반영된 답을 기대했다.
또 그에 상응한 답을 쓴 학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난 후 많은 한국 학생들이 교수를 찾아와 물었다. “정답이 무엇입니까?”
글. 이동미(여행작가, <한 달에 한번 공부여행> 저자) / 사진. 셔터스톡, 이동미
아이들의 여행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네덜란드 사람이라면 태어나서 나이가 들 때까지 귀에 못이 박이게 듣는 속담이 있다. ‘코스트 하트 포르 더 바트 애트(Kost gaat voot de baat uit)’라는 말이다. 어떠한 목표나 결실을 위해서 그 과정에 드는 돈이나 시행착오에 따른 비용을 아까워하지 말라는 뜻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인생관과 경제관이 녹아 있는 말인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투자를 최고의 경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념이 청소년 자녀에게는 어떻게 적용될까? 자녀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네덜란드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까? 고액 과외? 비싼 옷? 네덜란드 부모들이 청소년 자녀에게 투자하는 것은 바로 ‘기초튼튼교육’이다. 검소하기로 소문난 네덜란드인이지만 자녀의 기초 교육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기초가 튼튼하면 보다 높은 단계나 복잡한 문제를 응용할 수 있고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초 교육을 위한 그들의 투자는 어떠한 형태일까? 바로 ‘소중한 경험’이다. 휴가 기간이 되면 평소에 알뜰하게 모아 두었던 돈으로 네덜란드 곳곳을 돌아다니거나 인접한 나라로 여행을 간다. 넓은 세상을 돌아보며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와 기초를 익히라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라
네덜란드 부모의 인생관을 떠올리며 청소년 자녀와의 여행 혹은 청소년 여행을 시도해보자. 이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으니 첫째는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함이니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한번 해보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싹트기를 바라는 투자임을 간과하면 안 된다. 즉, 여행이 무언가를 시도하기 위한 ‘시작’이자 ‘자극’이고 ‘기초’이니, ‘완성’이고 ‘확인’이길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학습적인 것에 치우치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두 번째는 부모와 청소년 간에 지켜야 할 규칙을 사전에 세팅하는 것이다. ‘게임을 하지 말라’, ‘휴대폰을 너무 본다’는 등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제재나 간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시간 중 휴대폰은 1시간, 게임은 하루에 1시간 등 사전 조율을 통해 부딪침을 최소화해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한다. 셋째는 청소년 스스로 여행의 주체자가 되도록 도와준다. 부모와 자녀 둘이 4일간 여행한다면 그중 4분의 1(하루 치)의 분량은 자녀에게 온전히 결정권을 준다.
장소와 먹거리 체험 거리 등을 자녀에게 일임한 후 부모가 동참하는 형태로 하면 청소년 자녀의 여행 참여도가 높아질 것이다. 부모 또한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 청소년 자녀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여행을 통해 부모가 자신을 믿고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청소년 자녀 또한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여행하는 것이나 병에 걸리는 것, 이 둘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청소년 자녀는 집을 떠나 여행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청소년 자녀와의 여행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나. 야생의 자연으로 떠나는 캠핑
도시 속 아파트에 사는 청소년이라면 캠핑을 추천할 만하다. 땅을 베고 하늘을 이불 삼아 대자연의 품에 안기는 캠핑은 청소년에게 정말 좋은 경험이다. 자연 속에 집을 짓듯 텐트를 치고, 식사 준비를 하고, 밤이면 달과 별을 보고, 아침이면 이슬이 내린 천막을 툭툭 털며 자연을 맞는 것이다. 비데 없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가능한 문명을 배제하며 문명의 이기에 둘러싸인 환경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캠핑 장비가 없다면 렌털 혹은 장비를 준비해주는 글램핑도 좋다.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다 보면 마음이 열리며 온몸에 감성이 스며들고 자연의 이치가 몸 구석구석에 콕콕 박힌다.
둘. 뚜벅뚜벅 도보길 걷기
전국에 걷는 길이 무척 많으니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걸어보자. 머리가 복잡할 때는 걷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의 청소년 역시 나름 머리가 복잡하다. 걷는 것은 장비나 기술이 필요치 않다. 그저 걸으면 된다. 또한, 또닥또닥 걸어야 그 길이 줄어드는 경험치를 몸에 탑재시키기에 편법이 끼어들 수 없는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다. ‘소요학파’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산책하면서 강의하고 논의했다. 걷기는 발바닥을 자극해 건강뿐 아니라 두뇌 자극에도 도움이 된다. 걷기는 가족 간에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고, 음악을 들으며 경치 감상에도 좋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볼 수 있기에 같은 것에 대한 다른 접근법을 익힐 수 있다.
셋. 친구끼리 여행하기
한창 예민해지고 무기력해지기 쉬운 사춘기의 청소년은 모든 것이 불안하다. 특히 청소년은 그 어느때 보다 고민이 많고 세상에 대한 불만도 많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신선한 활동으로 여행만 한 게 없다. 이때 수평 관계인 친구들과의 여행은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 등 수직 관계인 사람과의 여행과는 다른 면이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또, 여행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만나게 되는데 어른들과의 여행에서는 자신이 해결할 필요가 없지만, 친구들과의 여행에서는 스스로 혹은 친구들과 함께 해결하고 극복하게 된다. 이러한 작은 성공의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자존감을 키워나가니 여행은 스승이자 절호의 기회가 된다.
넷. 스스로 여행 플래너 되어보기
청소년 여행에서는 ‘어디’를 가느냐는 여행의 장소보다 ‘어떻게’ 여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자기 주도적 학습처럼 여행도 자기 주도적으로 해보게 하면 어떨까? 스스로 여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을 이용해도 좋다. ‘여행으로 크는 아이들, 굴렁쇠’는 또래들과의 여행을 도와주는 사이트로 부모와 아이들 모두 만족감이 높다. ‘여행플래너, 어스토리’는 ‘일정 만들기’ 코너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일정을 짤 수 있다. 원하는 장소를 드래그로 나열하면 우측 지도에 장소와 동선이 표시되어 여행 루트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완성된 일정은 휴대폰 앱 또는 PDF로 내려받을 수 있다. 트래블아이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여행 정보를 제공한다. 이처럼 청소년이 스스로 여행 플래너가 될 방법이 많이 있으니 만들어놓은 여행을 가는 수동적인 여행의 참여자보다 스스로 여행을 기획해 여행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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