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동차 업계는
급변기

미래차 시대에는 파워트레인은 물론 자동차를 운전하는 주체가 바뀌고 차를 소유하는 주인까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아직은 닥쳐오지 않은 미래다. 당장 눈앞에는 어떤 차를 살지 거듭 고민하면서 자동차 구석구석과 가격표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소비자들이 있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과 조금씩 전자기기처럼 변모하는 자동차. 일선 영업현장과 해외 모터쇼 사이 어디쯤까지 와 있는 자동차 시장의 현재다.
글. 김도형(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눈높이 높아진 소비자들
자동차가 안 팔린다는 이야기가 많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든다는 소식이 줄지어 나온다. 차량의 개념이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는 시대가 다가온다니 더 그럴 것도 같다. 그런데 최근 만난 현대차와 기아차 영업직원들의 얘기는 조금은 뜻밖이다. 판매가 줄었다기 보다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말을 먼저 털어놓았다. 현대차를 예로 들면 이렇다. 요즘 자동차에 관심 있는 젊은 층은 아반떼는 쳐다보지 않고 쏘나타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더 여유가 있으면 바로 그랜저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아빠차’였던 쏘나타와 그랜저가 ‘오빠차’가 됐다는 말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얘기였다. 물론 그 한편에는 자동차를 구매하고 소유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 젊은 층도 자리 잡고 있다. 영업직원들은 차에 관심이 없다면 영업소를 찾아올 일이 없고, 관심이 있어서 찾아왔다면 성능이 뒷받침되는 차를 먼저 보려고 한다고 했다.
준중형 세단과 중형 이상의 차가 가진 차이. 우선은 급이 다르다. 크기가 커지고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 역시 차이가 난다. 차급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형 이상의 신형 차로 넘어오면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고 또 선택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안전과 편의 사양이 많이 늘어난다. 자동차에 대한 눈높이가 다양한 측면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가령 이런 식이다. 아반떼XD를 타는 사람은 운전하는 내내 손과 발을 모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오랜 시간 유지되던 수동변속기에서 자동변속기로 바뀌면서 클러치 페달을 밟아야 했던 왼발과 기어봉을 잡던 오른손이 조금 자유로워진 것까지가 전부다.
하지만 신형 싼타페를 타면 얘기가 달라진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오른발을 자유롭게 해준다. 앞차가 감속하면 따라서 감속하고 멈춰 서면 알아서 정차한다. 멈춰 섰던 앞차가 다시 출발하는 것까지 알려준다. 차가 스스로 차선을 감지하고 적절한 수준까지 조향해준다면? 이제 손이 자유로워진다. 거창한 ‘자율주행’은 아니더라도 운전대에 가볍게 손만 얹어놓고 차를 믿어도 되는 수준의 기술이 이미 구현돼 있다. 까다로워진 고객들은 이제 더 크고 좋은 차를 찾으면서 이런 기능까지 살펴본다.
자동차에서 디바이스로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자동차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차가 바로 신형 쏘나타다. 대표적인 가족차로 꼽히던 쏘나타다. 이제 ‘오차빠’가 됐다는 평가 속에 스포티함을 강조한 외관 디자인은 최근 세단형 자동차 외관의 전반적인 변화와 연결되는 흐름일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쏘나타는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장치 혹은 도구 등을 뜻하는 디바이스. 사실 스마트폰 분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다. 그런데 이 단어가 ‘비히클’도 아닌 ‘모빌리티’ 뒤로 왔다. 자동차(비히클)를 만들던 기업이 이동성(모빌리티)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모하는 시대. 이런 가운데 ‘모빌리티 디바이스’라는 말이 등장했다. 신형 쏘나타의 면면을 뜯어보면 상당히 수긍이 가는 말이다. 4명이 스마트폰을 자동차 열쇠처럼 쓰면서 승하차는 물론 원격으로 시동을 걸고 음성으로 에어컨을 켤 수 있다.
첨단성을 강조한 전자식 변속 버튼(SBW) 선택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의중까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원가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선택한 전자식 변속 버튼은 전동식 조향 장치까지 결합해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으로 연결된다. 자동차는 갈수록 커지는데 좁은 주차장 공간 때문에 ‘문콕 테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 운전석에서 내린 채 스마트 키의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전진과 후진이 가능하다. 차 밖에서 선 채로, 버튼을 꾹꾹 누르며 차를 앞으로 뺐다가 뒤로 밀어넣는 경험을 직접 해보면 ‘디바이스’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 최근 새로 나오는 차는 저마다 인테리어의 중심에 터치스크린 방식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놓는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진다. 그리고 내부에 자리 잡고 있던 버튼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자동차는 이제 스마트폰 근처까지 왔다.
질주의 꿈을 넘어서
최근 다녀온 독일의 뉘르부크링. ‘녹색지옥’이라고도 불리는 서킷이다. 서킷을 달리는 차들이 내리막에서 가속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넓은 공터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푸석거리는 빵과 소시지를 씹어 먹으면서도 서킷을 달리는 차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관람객들. 말하자면 ‘드라이빙 머신’의 팬들이다. 서킷을 보러 온 이들이 몰고 온 차를 대놓은 주차장엔 클래식카도 있었고 현대차의 고성능 자동차 N 라인 모델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잘 달리는 차를 넘어 똑똑한 차를 요구하는 시대. 그리고 미래 차를 준비하면서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자동차 업계는, 급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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