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성분까지 오해 투성이
요거트

요거트에서 중요한 것은 성분표와 첨가물이다. 그리스의 전통 요거트는 양젖을 가열한 뒤 테라코타 그릇에 담아 유산균을 넣고 발효시켜 만든다.
그릭 요거트는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그리스 밖에서 인기몰이 중인 스트레인드 방식 요거트를 지칭하는 이름일 뿐이다.
글. 채희숙(<특산물 기행> 저자)
WHEN THE YOGURT TOOK OVER 애니메이션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미국 과학자들이 지표상으로 가장 우수한 DNA를 요거트 발효균인 락토바실러스 델브루에키이에 이식했다. 공식 연구는 실패였지만, 연구자 한 명이 그 간균의 일부를 집에서 요거트를 만들어 먹겠다고 빼돌려 냉장고에 숙성시키자 초지능 요거트가 탄생했다. 대통령과의 담판으로 오하이오주를 100년간 통치하게 된 요거트는 1년 내에 국가 채무를 없앨 방안을 내놓는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말을 듣지 않아 세계경제는 붕괴하고 오하이오주만 안정과 번영을 누린다. 지구는 자연스럽게 요거트의 손으로 들어온다. 요거트가 정권을 잡자 사람들은 ‘우유가 응고되듯 사회도 굳어지겠지’,‘정부도 갓 짠 우유처럼 신선해야 할 텐데’라며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이후 10년 동안 인류는 행복하고 부유하며 건강한 삶을 누린다. 그러나 인간이 지적 허영심과 자만으로 말을 듣지 않고 파멸의 길을 갈 것이라는 미래를 예측한 요거트는 다른 행성으로 떠난다.
오하이오주에 살고 있으며 데뷔작 <노인의 전쟁>으로 SF계의 대표적인 상인 존 켐벨상을 받은 존 스칼지의 단편소설 <WHEN THE YOGURT TOOK OVER>의 내용이다. 이 소설은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 로봇’이라는 오리지널 시리즈 중 하나로 제작되어 6분짜리 성인용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되었다.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하다니, 터무니없다고? 그럼 터키와 그리스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기원전 발칸반도에 강력한 도시국가를 건설한 그리스는 지중해를 끼고 있는 인근 국가들로 진출한다. 소아시아도 그리스의 영역이었고, 터키 곳곳에서 그리스 문명이 꽃을 피운다. 15세기에 오스만제국(터키)이 비잔티움을 정복하면서 동로마제국은 멸망했고, 그 후 오랫동안 발칸반도까지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스 독립과 제1차 세계대전, 세브르 조약과 그리스 대 오스만 전쟁, 키프로스와 에게해 분쟁으로 골이 더욱 깊어진 두 나라는 지금도 영유권 분쟁을 계속하며 앙숙에 대한 원한을 축구 시합 응원으로 풀어내고 있다.
초바니가 영국으로 진출하자 영국 시장에 자리 잡고 있던 그리스의 요거트 업체 파예(Fage)는 그리스에서 만들지 않은 제품에 ‘그릭’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며 소송을 냈고, 영국 법원은 모방품에는 그리스 ‘스타일’이란 문구를 붙이라며 파예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그릭 요거트 ‘초바니’
초바니(CHOBANI)는 미국의 요거트 브랜드다. 2007년 첫 제품으로 ‘그릭 요거트’를 론칭한 초바니는 양과 염소의 젖을 발효, 단백질은 많고 탄수화물은 적어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다는 콘셉트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의 가장 큰 요거트 회사가 되었고, 그릭 요거트 시장의 35%를 점유했으며, 낙농으로 유명한 호주와 뉴질랜드 등 전 세계로 진출했다. 초바니를 설립한 사람은 터키 출신의 함디 울루카야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요거트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고향에서 오래 전부터 만들어 먹던 요거트 맛을 내기 위해 크래프트 푸드가 운영하던 공장 시설을 헐값에 사들여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생각하는 ‘그릭’은 그리스가 아니라 남아시아, 지중해, 중동 지역을 폭넓게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릭 요거트는 일반 요거트처럼 우유 혹은 염소젖이나 면양유를 세균으로 발효시켜 만든다. 우유는 pH 4.6에서 매우 불안정한 구조를 갖게 되어 유청과 커드로 분리된다. 떠먹는 요거트를 잘못 보관했을 때 생기는 노란 액체가 바로 유청인데, 그 유청을 제거하고 스트레인드(Strained, 짜내는) 공법으로 농축시킨 형태가 그릭 요거트다. 일반 요거트에 비해 진하고 풍미가 강한 그릭 요거트는 우유의 양이 4배나 더 필요해 값이 비싸다. 탄수화물은 적고 단백질은 2배나 많은 반면 농축 과정에서 빠져나가는 칼슘은 적다. 칼로리는 비슷하다. 숙명의 앙숙 터키와 그리스의 요거트 분쟁은 영국에서 일어났다. 초바니가 영국으로 진출하자 영국 시장에 자리 잡고 있던 그리스의 요거트 업체 파예(Fage)는 그리스에서 만들지 않은 제품에 ‘그릭’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며 소송을 냈고, 영국 법원은 모방품에는 그리스 ‘스타일’이란 문구를 붙이라며 파예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 법원은 “프랑스에서 수입해야만 프렌치 토스트냐.
생산지가 아니라 제조법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초바니를 편들었지만, 영국 법원은 “그리스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영국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미국에서 만든 요거트를 그릭 요거트라고 하면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리스에는 그릭 요거트가 없다
‘그릭’, 즉 그리스의 가정에서 전통적으로 먹던 요거트는 양젖을 가열한 뒤 테라코타 그릇에 담아 유산균을 넣고 발효시켜 만든다. 유청까지 모두 들어간다. 이렇게 만드는 옛 방식 요거트에 영양이 더 많다고 생각하여 요즘은 젊은이들도 테라코타 그릇에 담긴 제품을 많이 찾는 추세라고 한다. 그리스 사람들 눈에는 양젖이 아닌 소젖, 영양 성분 많은 유청을 걸러버린 제품들이 다 비슷한 유사품들의 다툼으로 보일 뿐이다. 동물이 인간에게 준 고마운 원유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한다. 파예는 가내수공업으로 자급자족하던 요거트를 지금과 같은 대량생산 제품으로 만든 최초의 그리스 기업으로, 그릭 요거트 현대화의 선구자다. 하지만 그릭 요거트는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그리스 밖에서 인기몰이 중인 스트레인드 방식 요거트를 지칭하는 이름일 뿐 ‘그리스 트래디셔널’과는 무관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이후 식품 제조업체들이 앞다투어 그릭 요거트를 출시했고, 요즘은 커피숍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요거트 제품을 판매해 시장을 넓히고 있다. 떠먹거나 마시거나 얼려 먹거나 모든 요거트는 대표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식품으로 소화와 정장, 면역력 유지 등에 도움을 준다. 중요한 것은 성분표와 첨가물이다. 외국에서는 그릭 요거트나 그릭 스타일 요거트나 요거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 재료 이외의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파예의 그릭 요거트는 신맛이 매우 강해 꿀 없이 맨입에 먹기가 힘들 정도다.
한국 제품들은 그릭이나 플레인이나 ‘무첨가’라 표기되어 있어도 원재료에 설탕이나 과당, 포도당, 합성 착향료, 인공감미료 등이 첨가되기도 하고, 그 양이 탄산음료와 비슷한 수준인 제품도 있다. 분유나 전분을 넣어 인위적으로 뻑뻑하게 만들거나 파우더로 단백질 함량을 높인 제품도 있다. 이름만 보고 오해해 제품을 고르면 당 섭취량만 늘어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오해에 오해를 더하는 요거트가 이미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중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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