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Ȯ
Another Life자동차로 떠나는 세계여행

안달루시아 하얀 마을 찍고,
절벽 마을 속으로!

스페인 미하스와 론다(Mijas&Ronda)

‘Sin prisa pero, sin pausa(서두르지 말되, 멈추지 말고)’ 라는 스페인어 경구에서 스페인 사람들의 기질을 읽을 수 있다.
‘태양의 나라’ 스페인 사람들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만큼이나 정열적이다. 그 뜨거운 정열 속엔 느긋함과 꾸준함도 물씬 녹아 있다.
스페인은 정열을 품고 떠난 여행자에게 조금은 느긋해지라고 토닥인다. 여행은 마침표 똑똑 찍어가며 사는 삶에 가끔씩 찍어주는 쉼표니까.
글. 최미선(여행작가, <사랑한다면 스페인> 저자)
1. 미하스의 명소, 바위 성모 은둔지 성당
지중해를 품은 하얀 마을 미하스
안달루시아 남부 해안은 스페인 여행의 꽃으로 칭송받는 곳이다. ‘태양의 해변’이란 의미인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고향인 말라가에서 지브롤터 해협까지 지중해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이 해변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휴양지 중 하나다. 그 해안을 살짝 벗어난 미하스(Mijas)는 하얀 마을이다. 하얀 성당, 하얀 카페, 하얀 상점, 하얀 집…. 해발 400m를 넘나드는 산자락에 빼곡하게 들어앉은 모든 건물이 하얗고 또 하얗다. 1년 내내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을 흰빛으로 튕겨내 조금이나마 더위를 덜어내고자 했던 생활의 지혜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마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미하스를 두고 사람들은 일명 ‘스페인의 산토리니’라 부른다. 지중해를 품은 이 하얀 마을은 이렇다 할 명소는 없지만 사실 마을 자체가 명소다. 획일적인 우리네 아파트단지와 달리 산비탈에 요리조리 파고든 건물들엔 제각각의 멋이 스며 있다. 그 안에 제멋대로 뻗어 나간 골목길은 눈길 닿는 곳 모두가 예쁘다. 색색의 꽃으로 장식된 하얀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면 집집마다 콕콕 박힌 독특한 타일 문패, 아기자기한 기념품점, 앙증맞은 투우장 등 마을 전체가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2. 이마에 번호판을 달고 관광용 택시로 변신한 당나귀
생소한 거리를 걸을 때 소소한 볼거리가 많으면 보행자는 즐겁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 정도로 작은 마을은 급할 게 뭐 있느냐는 듯 곳곳에서 발길을 붙잡는다. 걸음걸음 마다 쉼표를 찍게 하는 길이다. 그 뜻에 맞춰 한껏 늘어진 걸음으로 골목을 누비다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는 마음은 한결 느긋하다. 걷는 골목도 좋지만 ‘당나귀 택시’를 타고 좀 더 편안하게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것도 미하스가 안겨주는 추억거리다. 수십 년 전, 이 산마을 사람들의 출퇴근 수단이던 당나귀는 이제 이마에 제각각 다른 번호판을 단 관광용 택시로 변신하면서 미하스의 명물이 되었다.
미하스의 명소를 굳이 꼽자면 ‘바위 성모 은둔지(Ermita de la Virgen de la Pena)’라 불리는 성당이다. 사실 성당이라고 하기엔 좀 작고 투박한 바위굴이다. 그 안엔 수백 년간 숨겨져 있다 16세기 중반에 발견된 바위 성모상이 들어 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두 명의 양치기 소년이 종탑에 앉은 비둘기의 이끌림에 의해 이 성모상을 발견했단다. 이슬람 지배 시기 내내 은밀하게 숨어 있다 모습을 드러낸 이 성모상을 기려 성당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다소 황당한 전설이지만 어쨌든 이 독특한 성모상은 마을의 수호 성녀가 되어 많은 이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찾아온다. 그 성당 앞마당은 그 자체가 하나의 전망대로 아랫마을 푸엔히롤라 너머 태양의 해변이 눈앞에 아득하게 펼쳐진다.
눈부신 햇살이 사그라지고 골목마다 노르스름한 빛의 가로등이 하나둘 피어나면 마을은 낮보다 더 활기차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집 안에 꼭꼭 숨어 있다 쏟아져 나온 주민들 덕에 골목 카페들은 시끌벅적하다. 그 틈에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다 보면 밤하늘에 콩콩 박힌 별들이 어설픈 취객을 유혹하며 한잔 더하라 붙들어놓는다. 그렇게 홀려 기분 좋게, 느슨하게 나를 풀어놓는 밤이다. 걸음마다 쉼표를 찍게 했던 하얀 마을은 까만 밤에도 이렇게 한 박자 쉬어가게 만든다.
낭만 가득한 절벽 마을 론다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 안달루시아 남부 소도시인 론다(Ronda)를 두고 헤밍웨이가 한 말이다. 해안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이 마을은 지대가 높으니 만큼(해발 750m) 들어서는 길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꼬불꼬불 산길을 마다하지 않고 수많은 여행자가 이곳으로 오는 건 아찔한 절벽 파노라마가 펼쳐놓은 독특한 풍경 때문이다. 그 절벽 위에 길게 이어진 산책로엔 뜬금없이 ‘헤밍웨이 산책로’란 이름이 붙여졌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헤밍웨이가 이곳에 머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쓰면서 틈틈이 산책하던 길이기 때문이다. 산책로엔 더이상 발을 내밀 수 없는 허공으로 툭 튀어 나간 전망대도 있다. 난간을 잡고서도 엉덩이는 절로 뒤로 쭉 빼게 되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아찔한 낭떠러지… 자연이 빚은 거대한 예술품은 까마득한 발밑에서 개미처럼 꼬물대는 사람들을 참으로 초라하게 만든다.
그런 절벽 도시의 최고 명물은 누에보 다리(Puente Nuevo)다. 강줄기가 깎아놓은 깊은 골에서 42년간 개미처럼 ‘서두르지 않되, 멈추지 않고’ 한 장 한 장 돌을 쌓아 올려 협곡이 갈라놓은 마을과 마을을 이은 소중한 통로다. 누에보 다리는 ‘새로운 다리’란 의미다. 1793년에 태어난, 늙어도 한참 늙은 다리지만 협곡을 가로지르는 3개의 다리 중 막내이기에 붙은 이름이다. 막내지만 형님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곳에 걸터앉아 있고 몸체도 가장 길다. 많은 이들이 론다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짜릿하고 밑에서 올려다보면 경이로운 이 다리를 건너보기 위함이니 그야말로 론다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다리다.
3. 마을과 마을을 이은 누에보 다리
4. 헤밍웨이 산책로 전망대
5.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
아울러 론다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을 품은 근대 투우의 발상지다. 말을 타고 소를 상대했던 이전 투우와 달리 맨땅에 서서 싸우는 오늘날의 형태가 1785년 이곳에서 시작됐다. 투우장 앞에 있는 동상은 그 창시자인 프란시스코 로메로다. 로메로 집안은 3대에 걸쳐 전설의 에이스급 투우사를 배출한 투우 명문가로 유명하다. 유명 투우사는 100억 원대 연봉에 가는 곳마다 오빠부대가 몰릴 만큼 인기도 누리지만, 매 순간이 세상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조마조마한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산다. 그들은 투우장에 나서기 직전 기도실에서 기도를 마친 후 촛불을 밝히고 나간다. 살아 돌아와 그 불을 끄겠다는 의미다. 헤밍웨이가 론다에 머물 당시 가장 열광했던 것이 투우 관람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핏빛 싸움을 두고 헤밍웨이는 “투우는 예술가가 죽음의 위험에 처하는 유일한 예술”이라고도 했다. 그런 투우를 놓고 ‘전통문화 고수’라는 목소리와 ‘야만적인 스포츠’라며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며 카탈루냐 지역은 2010년 투우를 법으로 금지했고 론다 또한 핏빛 투우가 예전보다 현격히 줄었다. 그러나 해질 무렵, 낭만 가득한 절벽 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황금빛에 물든 절벽 위에서 짜릿한 키스를 나누는 청춘들, 카페 테라스에 앉아 속삭이는 연인들, 손을 꼭 잡은 채 느릿한 걸음으로 그 앞을 스쳐 가는 노부부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은은한 기타 선율. 그 모든 풍경이 한 편의 감미로운 영화처럼 다가오니 헤밍웨이가 왜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라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자동차 여행 노트

  • 미하스와 론다 가는 길
    미하스는 말라가에서 출발하는 것이 수월하다. 말라가에서 고속도로(AP-7)를 타면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도중에 태양의 해변길(N-340)로 접어들어 또 다른 하얀 마을인 푸엔히롤라(Fuengirola)를 거쳐 미하스로 향하는 도로(A-387)를 추천한다. 미하스에서 론다는 (A-387)~(A-404)~(A-366) 도로를 거치는 게 무난하다. 대부분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왕복 2차선 도로로 특히 시에라 데 라스 니에베스(Sierra de las Nieves) 국립공원 언저리를 지나는 (A-366) 길목은 가는 내내 멋진 풍광을 마주할 수 있다. 오가는 차량도 많지 않아 한적하지만 구불구불한 산길에선 마주 오는 차를 조심하며 천천히 달리는 게 좋다.
  • 가볼 만한 명소와 추천 숙소
    론다 투우는 해마다 9월 초순에 열리는 축제 때 관람할 수 있다. 경기가 없는 날엔 투우장 내에 있는 투우 박물관도 볼만하다. 투우의 창시자 프란시스코 로메로 가문을 비롯한 역대 투우사들의 초상화, 그들이 입었던(한 벌에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화려한 의상, 투우 장비, 다양한 투우 장면을 담은 사진과 기록물을 통해 투우의 일면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론다에서 하루를 묵는다면 파라도르(스페인 국영호텔)를 추천하다. 누에보 다리가 코앞에 보이는 파라도르는 론다에서 가장 전망 좋은 호텔이자 헤밍웨이의 단골 숙소였다.
  • 여행 시 체크 사항
    스페인을 여행한다면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낮잠을 자는 스페인의 오랜 풍습인 시에스타(Siesta)에 유념해야 한다. 스페인 사람들은 장사를 하다가도 오후 2시 즈음이면 집으로 들어가 5시 무렵까지 ‘달콤한 휴식’을 갖기에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다. 때문에 밥때를 놓치면 유명 관광지를 제외하곤 어쩔 수 없이 점심을 걸러야 하고, 특히 스페인의 여름 태양은 너무나 강렬해 그들의 낮잠 시간에 돌아다니다 보면 더위를 먹기 십상이니 가급적 그들의 리듬에 맞추는 것이 현명한 여행법이다.

댓글 총 0

LOGIN
로그인
로그인

닫기
웹진 회원가입

현대모비스 임직원만 회원가입 가능합니다.
직원여부 확인을 위해 사원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닫기
웹진 회원가입

귀하의 회사메일로 인증코드가 발송되었습니다.
인증코드 번호를 입력바랍니다.

인증메일이 안올 경우 사번번호, 사용할 비밀번호를 mkt01@hanaroad.com로 보내주시면 회신 드리겠습니다.
닫기
웹진 회원가입

인증번호를 통하여 본인 확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용하실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비밀번호 재발급을 위하여 사원번호(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세요. 본인 확인 인증번호가 발송됩니다.

@mobis.co.kr

인증메일이 안올 경우 사번번호, 사용할 비밀번호를 mkt01@hanaroad.com로 보내주시면 회신 드리겠습니다.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귀하의 회사메일로 인증코드가 발송되었습니다.
인증코드 번호를 입력바랍니다.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인증번호를 통하여 본인 확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용하실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