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떠나는 여행의 기술

여행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라 할 만하다. 미지의 세계와 낯선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은 여행의 동기가 되고 목표가 되었으며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되도록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국민 여행 실태 조사 보고서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여행 경험률은
90.1%에 달한다(2017년). 열 명 중 한 명 이상이 여행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중 가족여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아이와의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글과 사진. 이동미(여행작가, <한 달에 한번 공부여행> <엄마표 아이여행>) 저자
아이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는?
전남 벌교는 갯벌과 꼬막이 유명하다. 보성 차밭과 더불어 유명 여행지인 벌교는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 선생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 벌교 골목에서 꼬마 조정래는 흙장난하고 자전거로 죽방을 내달리고 할머니들 이야기를 귀동냥했다. 이후 30년이 지나 유년 시절의 추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을 내놓았다. 10권의 대하소설은 200쇄를 넘기며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출간되었다. <태백산맥> 출간에 가장 놀란 사람은 조정래 선생의 할머니였다. 몇 년 살지 않은 벌교를 어찌 그리 잘 기억하며, 벌교 사투리는 또 얼마나 차지게 구사했는지 매우 놀랐다고 한다.
그만큼 유년기 아이들은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흡수해 그 느낌과 기억을 평생 가져갈 감성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이 몸 구석구석에 잠재해 있다가 필요한 때 끄집어내어진다. 이것이 아이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다. 어릴 때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는 모든 것이 아이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을 통해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것은 아이의 미래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청보리밭의 아이들
  • 사과 따기
청보리밭의 아이들
언제 어떻게 떠나면 좋을까?
여행이라고 하면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 몇 밤을 자고 오는 근사한 무언가’라는 로망이 있다. 하지만 ‘여행’을 사전적 학문적으로 살펴보면 ‘자신이 사는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 잘 알지 못하는 곳에서 경험의 폭을 넓힌 후 다시 돌아와 업그레이드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니 장소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내용과 감동에 따라 형성되는 기억이 중요하다. 따라서 해외로 가는 멋진 여행만이 의미 있는 건 아니다. 만약 어느 날 아이가 학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린다면 어떻게 할까? “그럼 오늘은 엄마랑 특별한 여행 한 번 해볼까? 제일 처음 오는 버스를 타고 어딘가 가보는 거야. 재미있겠지?” 아이는 “정말?” 하며 호기심 가득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설렐 것이다. 아이와 손을 잡고 정류장에 서 있다가 제일 먼저 오는 버스를 타고 아이와 나란히 앉아 차창 밖의 풍경을 감상해보자. 그러다 맘에 드는 곳에 내려 거리를 거닐고 상점을 구경하고 자전거를 빌려 타거나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평소에 하지 못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김밥을 먹거나 골목 모퉁이의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사 먹는 것도 좋겠다. 아이의 기억에 이날 하루는 무척 특별할 것이다. 엄마와 아빠와 지낸 수많은 보통의 날들보다 깊은 여운을 담아 평생 가져갈 기억 창고에 저장될 것이다. 그날 하루 빼먹은 학원 수업보다 의미 있는 엄마와의 사랑 나눔 시간으로 기억되어 아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품어줄 것이다. 여행이란 돈과 시간이 많아야 하고 근사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기억해두자.
아이들이 소설 <태백산맥> 속 김범우의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주도 건축 여행
섭지코지 - 안도 다다오의 ‘유민미술관(지니어스 로사이)’ ‘글라스 하우스’ &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아고라’
한라산 중산간 - 이타미 준의 ‘제주 비오토피아(돌미술관, 물미술관, 바람미술관, 두손미술관)와 방주교회
서귀포 - 승효상의 ‘추사관’
여행의 목적도 가지가지, 추천 테마 여행지
Q. 건축 여행은 어디로 갈까?
우리는 집이라는 건물 속에 살며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이라는 건물, 아빠는 회사라는 건물을 매일 보며 접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건물과 건축을 마주한다. 때문에 건축은 아이들이 평생 접하는 관심사와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유럽으로의 건축 여행도 좋지만, 우리나라 대표 여행지인 제주도도 건축 박물관이라 할 만큼 볼만한 건축물이 많으니 시도해볼 만하다. 섭지코지에서는 두 명의 건축가가 설계한 세 개의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섭지코지 등대쯤에서 만나게 되는 ‘유민미술관(지니어스 로사이)’과 ‘글라스 하우스’는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고 피라미드 모양의 ‘아고라’는 마리오 보타의 작품이다.

특히 유민미술관은 땅에 바짝 엎드린 듯한 외형의 건물인데, 제주의 돌인 현무암 벽에 바람의 통로가 만들어져 있고 그 사이로 제주의 들과 말과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인공물로만 보이는 건물인데 분명 자연을 담고 있는 아이러니함이 있다. 이렇듯 건축 여행에서는 그곳의 주변 환경과 어떠한 조화를 이루는지 살펴볼 일이다. 아이에게 그곳에 무언가를 짓는다면 어떤 모양으로 무엇을 하는 건물을 짓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고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먼 훗날 건축가가 되어 어릴 때 그렸던 설계도를 함께 공개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퇴계 이황을 만나는 도산서당의 입구
추천 인물 여행지
충남 예산 - 추사 김정희(추사 고택, 추사 기념관, 추사 김정희 묘)
경기 수원 - 정조 임금(수원 화성, 융건릉, 용주사)
경남 의령 - 홍의 장군 곽재우(충의사, 정암진, 의병 길)
Q. 인물 여행에서 주의할 점은?
멋진 자연 감상과 더불어 어떤 인물의 행적과 그 사람의 말 한마디, 살았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다. 때로는 어떤 인물의 특정 부분이 삶의 지표가 되기도 하니 인물을 만나러 가는 여행은 흥미롭다. 하지만 아이와의 인물 여행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아이에게 인물에 대해 너무 많은 정보를 주지 말라는 것이다. 출발하기도 전에 백과사전에 나오는 것처럼 너무 많은 지식 데이터를 읊어버리면 아이는 흥미가 떨어지고 가고 싶지 않아 할 수도 있다. 공부하러 가는 것이란 생각에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인물의 위대한 부분, 잘난 부분을 너무 부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의 유명 인물들은 세 살에 <천자문> 떼고 열 살에 <사서삼경> 떼었다는 식으로 인물을 부각하는 면이 많다. 어릴 때부터 똑똑하지 않으면 커서 위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한계성을 자극할 수 있다. 어려움을 지혜롭게 이겨낸 부분을 부각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장생포 고래박물관의 고래 턱뼈들
항공우주연구원에 전시된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입은 우주복
Q. 여행을 진로와 연결하려면?
여행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과 직업이 결정되기도 한다. 우리의 아이들 또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순간이 여행 중 발생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아이들과의 여행에서 여행의 장소나 역사적 문화적 의미만을 추구하지 말고 그 장소와 연결된 직업군을 언급하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여행지 곳곳에서 다양한 직업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부모가 먼저 직업군을 연결해야 아이에게도 연관된 세계가 열린다.
직업 여행하기 좋은 장소들
고래연구학자(해양생물학자)-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고래 탐사선/반구대 암각화
항공우주전문가 –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룡학자 – 해남 우항리 공룡박물관 / 고성 공룡박물관
건축가 – 제주 건축물 기행 / 서울 건축물 기행
과학자 – 서울 LG 사이언스홀 / 아산 장영실 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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