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모벤져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

모벤져스. 농구 팬들은 울산 현대모비스를 영화 <어벤져스>에 빗대 이렇게 부른다. 그만큼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9일 부산 kt를 꺾고 39승 11패를 기록, 2위 인천 전자랜드(35승15패)와 승차를 4경기로 벌렸다. 남은 4경기에 관계없이
2014-2015시즌 이후 4시즌 만에 정규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글. 박린(중앙일보 기자) / 사진. 박린, 스포츠팀
영화 <어벤져스> 같은 막강 전력 펼쳐
현대모비스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현대모비스는 개막 후 단 한 번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득점(87.6점), 리바운드(43.3개), 어시스트(20.1개) 등 거의 전 부문이 1위다. 100점 이상을 퍼부은 경기가 7경기나 된다. 반면 실점은 77.9점으로 10팀 중 가장 적다. 현대모비스는 올 시즌 기존 멤버 양동근과 함지훈, 이대성이 건재했다. 여기에 귀화 선수 라건아가 3시즌 만에 팀으로 돌아왔고, 외국인 선수 섀넌 쇼터가 가세했다.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을 지켜가면서, 다른 팀들에 외면받아 은퇴 위기에 몰렸던 3점 슈터 문태종과 오용준을 데려왔다. 현대모비스는 시즌 개막 후 3경기 연속 100점 이상을 기록했다. 5경기 평균 득점 100.6점을 찍으면서 승승장구했다. ‘54경기 전승을 거둘 것이다’, ‘어우모(어차피 우승은 모비스)’란 말까지 나왔다.
농구 전문가들이 현대모비스의 정규리그 1위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있다. 시즌 중반에 닥친 큰 위기를 잘 극복했기 때문이다. 이대성은 종아리 부상으로 4주간 빠졌다.
양동근도 발목 부상으로 2~3주간 결장했다. 2m 3cm의 센터 이종현은 지난해 12월 30일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라건아는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자주 자리를 비웠다. 현대모비스가 이대로 무너질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미국 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처럼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 농구’를 했다. 살림꾼 박경상과 고졸 신인 서명진, 배수용이 빈자리를 잘 메웠다. 센터 라건아가 평균 24점·14리바운드를 올렸고, 미들슛 성공률을 42.5%까지 끌어올렸다.
함지훈은 묵묵히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줄부상 위기, 시스템 농구로 극복
시즌 중반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하자, 현대모비스는 짠물 수비 농구를 펼치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온 뒤 다시 공격 농구를 펼쳤다. 마치 기어를 변속하듯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줬다. 과감하게 외국인 선수 디제이 존슨을 내보내고 아이라 클라크를 다시 데려온 것도 효과를 봤다. 장기 플랜을 세우고 꾸준히 쌓아온 시스템의 힘이다.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단에는 장기 근속자가 많다. 유재학 감독은 2004년부터 15시즌째 팀을 이끄는 중이고, 양동근과 함지훈은 10년 넘게 팀에 몸담고 있다. 이도현 사무국장은 2002년 통역으로 시작해 사무국 주요 업무를 섭렵했다. 손윤석 코치는 팀의 전신인 기아 시절을 포함해 22년 차 트레이너다. 가족처럼 서로를 잘 알다 보니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는 힘이 있다.
양동근, 함지훈, 라건아, 클라크 등과 함께 2012년부터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현대모비스는 이제 통산 7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현대모비스는 ‘우승 DNA’를 지녔다. 양동근은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험이 5차례나 있다. 함지훈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4차례 이뤄냈고, 라건아도 세 번이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맛봤다. 완벽한 현대모비스의 유일한 약점은 실책인 턴오버(12.8개)가 10팀 중 가장 많다는 점이다. 빠른 공수 전환을 펼치다 보니 패스 미스가 잦다. 시즌 막판처럼 실책을 줄여가는 게 관건이다. 프로야구 두산은 지난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한국 시리즈에서 SK에 덜미를 잡힌 걸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현대모비스 선수들은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된 날 무덤덤했다. 유 감독도 헹가래를 받지 않았다. 통합우승이라는 더 큰 목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은 이미 챔피언결정전을 향해 가 있다.

Interview

  • “휴대폰 속 모벤져스
    사진 지웠다”

    유재학 감독

    Q. 정규리그 우승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면?
    시즌 초반에는 경기력이 좋아 강하게 나갔지만, 양동근·이대성·이종현 등 주축들이 연이어 부상당했다. 가드 박경상이 빈자리를 메워주고, 골 밑에서 라건아와 함지훈이 잘 버텨줬다. 우리 팀은 2군 선수까지 모든 공격과 수비 패턴을 다 외우고 있어야 한다.
    누가 빠지더라도 채울 수 있는 ‘시스템 농구’를 위해서다.
    Q. 전술 변화가 돋보이는 경기가 많았다.
    2004년 팀을 처음 맡아 강력한 수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2년 전 미국인 코치를 초빙해 ‘얼리 오펜스’로 변화를 줬다. 부상 선수 탓에 주춤했지만, 다시 속도를 올리면서 뛰는 농구가 나오고 있다.
    Q. 팬들이 붙인 ‘모벤져스’ 애칭과 합성 사진을 보았는가?
    휴대폰에 저장해둘 정도로 재미있었고, 팬들의 관심에 고마웠다. 그런데 얼마 전 ‘모벤져스’ 합성 사진을 지웠다. 플레이오프에는 선수들 정신을 한 곳에 집중시켜야 한다. 전술을 바꾸기보다는 박스아웃, 리바운드 같은 기본을 강조하려 한다. 4시즌 전 챔피언결정전 우승 멤버보다 지금 멤버가 조직력이 더 좋다. 백업 멤버도 강하다.
    Q. 정규리그 우승 날 선수들이 헹가래를 생략한 이유가 있다면?
    나부터 원하지 않았다. 선수들도 팬들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는데 이렇게 무덤덤한 팀은 없을 거다. 우리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