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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Life자동차로 떠나는 세계여행

지구의 배꼽, 세상의 중심으로 가는 길
호주 울루루 아웃백웨이

Australia Uluru

여행지 선택은 보통 한 장의 사진이나 영화, 책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세상의 수많은 장소 중 하필 그곳이 선택된 데는
그만한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무대로 더 많이 알려진 울루루(Uluru)는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한 소녀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꼭 가고 싶어 한 꿈의 장소로 나온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지나 연인이 혼자 찾아온 울루루는
황량함과 허무의 기운마저 자아낸다. 떠난 소녀의 갈망을 대신 풀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매해 1백만 명이나 되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글. 이화자(여행작가) / 사진. 이화자, 셔터스톡
아프리카보다 더 거칠고 혹독한 땅
미국의 유명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은 그의 여행기에서 “오스트레일리아 내륙 지방에 대해 과장이란 있을 수 없으며 19세기 탐험가들이 느꼈던 표현할 수 없는 더위와 끊임없는 물 부족, 고난은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표현했다. 멜버른에서 시작해 그레이트 오션 로드, 애들레이드, 앨리스 스프링스를 거쳐 울루루를 탐험한 뒤 서호주의 주도 퍼스, 몽키마이어, 웨이브록, 프리맨틀을 거치는 길고 험한 한 달간의 여정은 아프리카 여행이 무색할 만큼 혹독하다. 해가 떠오르면 40℃가 넘는 가혹한 더위와 파리 떼에 시달려야 하고, 날이 흐리면 세찬 바람과 장대비, 천둥 번개까지 쳤던 곳. ‘호주’ 하면 시드니 정도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서호주나 남호주, 사막지형인 울루루가 있는 센트럴 호주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거친 땅임이 틀림없다.
“‘자유로워지다’라는 것은 설령 그것이 잠시의 환상에 그친다 하더라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것”이라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던가. 극한의 추위와 미세 먼지로 마음마저 꽁꽁 얼어버린 겨울엔 또다시 지구 반대편의 뜨거운 땅 호주가 그리워진다.
  • 울루루 아웃백에서 만난 풍경
  • 울루루로 가는 관문, 앨리스 스프링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카타추타국립공원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관문, 앨리스 스프링스
울루루로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호주의 동서남북 주요 도시에서 앨리스 스프링스로 와서 캠핑 투어에 참여하거나 차를 렌트하기도 한다. 편리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에어즈록공항에 내려 인근 호텔이나 리조트에 머물며 하루 이틀 동안 울루루를 둘러본 후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다 해도 에어즈록공항에 내려 고작 몇 시간 머무르는 것만으로 호주의 진정한 면모를 체험했다고 하긴 어렵다. 열흘 정도 소요되는 종단·횡단 여행은 아니어도 최소 2박 3일의 앨리스 스프링스-울루루 아웃백(호주의 오지를 뜻함)을 달려보는 것이 최소한의 호주를 맛보는 방법이다.

울루루는 바다의 빙산처럼 대부분의 덩어리가 땅속에 묻혀 있다. 암석 표면은 미세한 홈이 뒤덮고 있으며 측면에는 마치 동굴과 같은 깊은 홈이 나 있다. 5억 년 전 거대한 지각운동에 의해 융기한 울루루는 붉은 사암질로 된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바위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마치 불이라도 난 것처럼 활활 타오른다. 시시각각 바뀌는 바위의 색깔은 일출에는 오렌지색, 이른 아침에는 적갈색, 정오에는 호박색, 석양 무렵엔 진한 선홍색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장관을 보여준다.
시시각각 바뀌는 바위의 색깔이 장관이라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온종일 주변에 머물며 색의 변화를 즐긴다. 울루루 주변에는 멀가나무, 청회색의 백단향, 데저트오크, 블러드우드와 유칼리나무 숲도 있지만 킹브라운, 웨스턴브라운 같은 독사도 서식하므로 걸을 때 주의를 해야 한다. 여행자들이 오르고 싶어 하는 정복의 대상 울루루는 원주민들에겐 조상의 거룩한 숨결이 담긴 성지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무척이나 위험하고 잔혹해 보인다. 여행 안내문에는 제발 정상에 오르지 말라는 주의 문구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원주민들이 정상 등반을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상 정복을 하려다 사망한 사람이 37명에 이르러, 사고를 방지하고 성지를 보존하기 위해 2019년 10월 26일부터 등반이 전면 금지된다고 한다. 2박 3일의 더락투어 일정에는 카타추타국립공원과 킹스캐니언 탐험도 포함된다. 울루루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카타추타(1,069m)는 36개의 바위산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바위 사이를 가로지르는 바람의 계곡 트레킹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 킹스캐니언 트레킹
  •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출발해 울루루로 향하는 캠핑투어
아웃백에서 나눈 특별한 우정과 깨달음
울루루 아웃백을 탐험하는 동안 전 세계에서 날아온 18명의 친구들은 낮엔 40℃의 태양을 견디고 밤엔 천둥과 장대비를 피하며 함께 웃고 떠들면서 2박 3일을 보냈다. 캠핑이 끝난 후 누군가는 케언스로 누군가는 동남아시아로, 나는 퍼스를 향해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세상에 둘도 없을 경험을 나눈 우리는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우정이 생긴 듯했다. 사막에도 천둥 번개가 치고 많은 비가 내리기도 한다는 걸 처음 알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자연 속에서 우린 즐겁게 살아남았다. 호주의 대자연은 힘들고 거친 환경 속에서도 즐기고자 한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가르쳐주었다.
여행 끝자락 프리맨틀의 한 오랜 서점에서 운 좋게도 호주 대륙을 네 마리의 낙타와 걸어서 횡단한 로빈 데이비드슨이라는 여성에 관한 책 <인사이드 트랙(Inside tracks)>을 만났다. 그녀는 그 무모하고도 용감한 도보여행을 통해 두 가지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하나는 우리는 우리가 허락하는 만큼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든 시도나 노력에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은 첫 결심을 실행에 옮길 때 내딛는 첫 발자국이라는 것”이다.

울루루 자동차 여행 노트

  • 도로 사정
    케언스에서 출발해 울루루를 거쳐 퍼스까지 가는 호주 횡단 여행은 무려 4,600km나 된다. 사륜구동 차량에 몸을 싣고 울루루가 속한 사막 지역 노던테리토리와 퍼스가 있는 서호주까지 달리는 길은 그동안의 익숙한 자동차 여행과는 많이 다르다. 흙먼지를 날리며 오프로드를 달리는 이 여행은 어떤 사람에게는 모험심을 북돋우지만 어떤 이에겐 그저 황량하고 지루한 흙길일 수도 있다. 샤워도 못 하고 제대로 된 식당도 없는 길. 여행이라기 보다는 야생이나 모험에 가까운 길이지만, 한번 들어선 이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비가 오면 길이 유실되는 경우도 있으니 단독 여행 보다는 그룹으로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 울루루 캠핑 투어
    가장 짧게 아웃백을 체험할 수 있는 2박 3일 캠핑 투어는 전문가의 인솔하에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 함께 야생에서 먹고 자며 아웃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울루루까지의 구간은 차로 약 6시간 정도 소요되며 중간중간 유서 깊은 휴게소나 낙타농장 등 야생 체험도 할 수 있다.
    더락투어 - therocktour.com.au
    여행 루트 : 앨리스 스프링스→울루루→카타추타국립공원→킹스캐니언→앨리스 스프링스
  • 오프로드 준비물 및 휴게소
    장기간 무더위와 싸우며 오프로드를 달려야 하므로 물, 선크림, 모자, 물티슈, 벌레 물렸을 때 바르는 연고와 모기 퇴치제, 군것질거리, 얇은 셔츠 등 옷가지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출발 시 도심에서 필요한 것을 미리 마련해야 하며, 중간중간 들르는 휴게소에서는 간단한 생필품과 간식거리, 기념품 등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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