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문서

글. 노영욱(방탈출카페 룸즈에이 대표) / 일러스트. 김정호
“이 경위, 나른해 보이는데 내가 퀴즈 하나 내지. 10분 안에 맞히면 내가, 못 맞히면 자네가 커피 한잔 사는 것 어떤가?” 노 경감은 점심을 먹고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 경위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오랜만에 경감님께 커피 한잔 얻어먹겠네요.”
“허허. 어디 한번 맞혀보시게. 어떤 남자가 이 편지를 들고 전당포를 찾아갔어.”
노 경감이 종이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남자는 전당포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다네. ‘저희 집안에 가보로 내려오는 귀한 책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한 잡화점에서 구입한 책이라고 들었죠. 평소에는 잘 보지 않던 책인데, 오랜만에 독서를 하다가 책 사이에 끼워진 이 편지를 발견했지 뭡니까. 이 편지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스코틀랜드의 메리 1세 여왕에게 보낸 친서 원본입니다’라고 말이야. 전당포 주인은 ‘그게 사실이라면 가격이 엄청나겠네요’라며 관심을 보였지. 그러자 남자가 ‘책을 한참 읽다가 중간쯤, 그러니까 93페이지와 94페이지 사이입니다. 갑자기 종이 한 장이 떨어지길래 보니 바로 이 친서였단 말이죠’라며 신나게 덧붙였지. 이걸 담보로 돈을 빌려달라고 한 거야. 그런데 편지를 본 전당포 주인은 비웃으며 이 편지를 내팽개쳤어. 그리고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하냐며 그 남자를 쫓아버렸다네. 왜 그랬을까? 이유를 찾아봐.”
노 경감이 내민 종이를 열심히 살피던 이 경위는 이렇게 말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방사선을 이용해 유물·유적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을 이용해서….”
이 경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 경감이 코웃음을 쳤다.
“전당포 주인은 남자의 말을 듣고, 편지를 쳐다만 보고도 알았단 말이네. 힌트를 한 가지 더 주자면 실제 편지와 내용이 다르거나 문법이 틀려서 그런 것은 아닐세. 전당포 주인이 알아차린 이유는 두 가지야. 그럼 뭐겠는가?”
“기다려보십시오. 제가 맞힐 겁니다!”
제한된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갈 때쯤, 갑자기 이 경위가 외쳤다.
“그렇지! 두 가지 이유를 모두 알았습니다. 그 이유는….”
이 경위가 말한 두 가지 이유는 정답이었고 노 경감은 이 경위에게 커피를 샀다. 과연 이 경위가 말한 문서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해설보기
① 편지 맨 하단을 보면 편지를 쓴 사람의 서명이 엘리자베스 1세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여왕이 통치하는 기간에는 본인을 1세라고 칭하지 않았다.
후대에 같은 이름의 왕이 다시 등장했을 때 비로소 전대의 왕에게 1세라는 이름을 붙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제1차 세계대전에 1차가 붙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② 또 편지를 발견했다는 책의 페이지가 수상하다. 책의 페이지 숫자는 왼쪽이 짝수, 오른쪽이 홀수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남자가 책 사이에서 꺼냈다는 편지는 책의 홀수와 짝수 페이지 사이였던 것. 92~93페이지라면 모를까, 93~94페이지 사이에서 발견했다는 말은 거짓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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