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희와 허균의 추억,
초당순두부

초당순두부는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아버지 허엽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일염으로 만든 간수 대신 동해의 깨끗한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 제조법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허엽의 호인 초당(草堂)을 붙여 초당순두부라 불리게 됐다.
글. 남기현(매일경제신문 기자, <음식에 담아낸 인문학> 저자)
단언컨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식엔 스토리가 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음식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연의 음식에까지 인간은 스토리를 부여했다. 예컨대 사람들은 망고스틴을 ‘과일의 여왕’이라 불렀으며, 감자에 대해선 ‘땅속의 사과’라는 별칭을 선사했다. 음식에 담긴 스토리를 알고 난 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맛과 향을 즐길 뿐 아니라 그 음식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 우리 각자의 추억을 음미하는 것이다.
홀로 핀 난초처럼 외로운 삶
그중 초당순두부도 알고 나면 더욱 의미가 깊은 음식 중 하나다. 초당순두부는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 일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의 음식이다. 허균과 그의 친누나 초희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비운의 문장가였다. 초희(楚姬)는 스스로를 난설헌(蘭雪軒)이라고 불렀다. 여자의 몸이지만 난초처럼 당당한 군자임을 강조하면서도 눈 속에 홀로 핀 난초처럼 쓸쓸하고 외로운 자기 처지를 ‘난설헌’이란 호에 빗댄 듯하다.
그녀는 딸과 아들을 연달아 잃고 23세 때 배 속에 있던 세 번째 아이까지 유산했다. 게다가 남편인 김성립과는 결혼 생활이 순탄치 못했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김성립과 결혼했지만 남편은 글공부를 핑계 삼아 집을 나가기 일쑤였고 기생과 어울리며 가족을 멀리했다. 1589년 3월 19일, 초희는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 붉게 떨어지고, 달빛에 서리는 차갑기만 하다’고 노래했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시 ‘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 중 한 구절이다. 초희는 이 시를 쓰고는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남동생 허균 역시 봉건적 사회제도 개혁을 부르짖고 신분 차별이 없는 나라를 꿈꾸다 역적 누명을 쓰고 몸통이 6개로 찢어지는 능지처참형을 당했으니, 그와 초희 인생을 떠올리면 마음이 숙연해질 수 밖에 없다.
품질 좋은 강원도 콩과 간수로 제조해
그런 초희와 허균이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추억의 음식이 다름 아닌 순두부다. 두 남매가 태어난 곳은 강원도 강릉이다. 그들 아버지였던 허엽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문신으로, 동인의 영수였다. 허엽은 동인과 서인 간 당파 싸움의 여파로 파직당한 후 강릉 삼척부사로 좌천(1563년)됐다. 마침 허엽 집 앞에 우물이 있었는데, 물이 워낙 맑고 맛이 좋아 이 물로 두부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맛 좋은 두부로 기근에 시달리던 강원도 백성들에게 나눠 줘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가 자연스럽게 두부를 떠올린 것은 강원도에 좋은 콩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허엽이 만든 두부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으로 소문나 금세 강원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허엽은 이 두부를 상품화해 전국으로 팔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 두부를 ‘초당순두부’라고 불렀다. 초당(草堂)은 다름 아닌 허엽의 호였다. 그의 가족이 살던 마을은 지금도 초당 마을로 불린다. 허엽 이후 조용히 전수돼오던 두부 제조 기술은 1980년대 초 초당 마을이 ‘먹거리 마을’로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 초당 순두부촌 식당들은 대부분 2~3대에 걸쳐 각자 비법을 살려 두부 맛을 유지해온 집들이다.
콩의 풍미 살린,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
현재도 초당 순두부촌은 허엽의 제조법을 따라 인위적인 소금물이나 화학응고제를 쓰지 않고 동해 바닷물을 사용해 만든다. 이 때문인지 전국 두부 중에 맛이 가장 깔끔하고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바닷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콩의 풍미가 살아나고 바닷물에 함유된 염분의 영향으로 간을 하지 않아도 입맛을 사로잡는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순두부의 강점은 단연 영양분이다. 필수아미노산과 단백질, 칼슘 함유량이 높고 콜레스테롤이 없어 암·골다공증 등 각종 질병 예방은 물론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는다. 초당 순두부촌 식당은 단출하고 소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순두부와 김치, 간단한 밑반찬은 어떤 손님이 와도 변함이 없다. 이 또한 허엽 호인 초당이라는 뜻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초당은 억새나 짚으로 지붕을 만든 조그만 집을 의미한다.
허엽은 동인과 서인 간 당파 싸움의 여파로 파직당한 후 강릉 삼척부사로 좌천(1563년)됐다. 마침 허엽 집앞에 우물이 있었는데, 물이 워낙 맑고 맛이 좋아 이 물로 두부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맛 좋은 두부로 기근에 시달리던 강원도 백성들에게 나눠 줘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가 자연스럽게 두부를 떠올린 것은 강원도에 좋은 콩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댓글 총 0

LOGIN
로그인
로그인

닫기
웹진 회원가입

현대모비스 임직원만 회원가입 가능합니다.
직원여부 확인을 위해 사원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닫기
웹진 회원가입

귀하의 회사메일로 인증코드가 발송되었습니다.
인증코드 번호를 입력바랍니다.

닫기
웹진 회원가입

인증번호를 통하여 본인 확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용하실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비밀번호 재발급을 위하여 사원번호(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세요. 본인 확인 인증번호가 발송됩니다.

@mobis.co.kr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귀하의 회사메일로 인증코드가 발송되었습니다.
인증코드 번호를 입력바랍니다.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인증번호를 통하여 본인 확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용하실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