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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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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 만족에는 이유가 필요 없다
문화 마케팅의 힘

문화 마케팅은 고객들에게 제품에 대한 믿음을 높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브랜드에 고유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고객들이 그 브랜드의 가족이 되고 싶도록 유도한다. 나아가 브랜드가 속한 지역과 나라를 알리는 외교 사절의 역할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브랜드에는 더 많은 수익을, 고객에게는 더 큰 만족을 제공할 수 있다.
글.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혜헌
추억을 돌려드립니다, Live brilliant
돌려드립니다. 빛나던 추억이 영원하도록. Live brilliant’.
2015년 현대차가 진행했던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캠페인의 슬로건이다. 추억은 아름답다.
당시에는 아픈 경험이었더라도 기억이 추억으로 바뀌는 순간 모든 것이 아름답게 승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추억을 다시 한번 직접 만날 수 있을까 꿈을 꾸기 마련이다. 하지만 막상 과거 추억의 장면이 지금 내 앞에 그대로 나타난다면 아마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억이 추억으로 승화되는 과정에서 나쁜 기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캠페인은 달랐다. 추억을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눈앞에 보여주면서도,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새롭게 재창조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과거의 대상을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의 ‘메모리즈’는 추억처럼 ‘브릴리언트’할 수 있었다. 추억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의 영역이다. 이 감성의 영역을 사회적, 집단적인 범위로 확장한 것이 바로 ‘문화’다. 그리고 현대차의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캠페인은 요즘 대세인 문화 마케팅의 하나다.
문화적 연결 고리로 소속감 높여
그렇다면 마케팅을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충성도, 즉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고객과의 안정적인 관계 유지를 통한 시장의 안정성 향상을 위한 것이고 고객의 입장에서는 보다 큰 만족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나 고객들이 어떤 제품을 성능이나 기능, 가격 등의 가시적 요소로만 경쟁하고 선택한다고 하자.
이런 요소들은 쉽게 비교할 수 있으며 지금은 앞서 있다고 할지라도 새로운 제품에 언제든지 우위를 빼앗길 수 있다. 제품이나 기술은 아주 독특한 것이 아니라면 결국 상대적인 우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회사는 판매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가 없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가성비에 좌지우지되는 소비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의미한다.
그것보다는 감성적으로 만족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면 자신의 선택에 만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연, 전시 및 예술가 지원 앞장서
앞서 이야기했듯이 문화는 집단적인 것이다. 즉, 문화적인 연결 고리를 갖게 된다는 뜻은 집단에 자신이 소속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속감을 강조하는 문화 마케팅의 대표적인 예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문화 마케팅이다. BMW는 40여 년 이상 세계적으로 100여 명의 아티스트와 다양한 전시회를 지원해왔다. 장르는 클래식 음악부터 재즈, 현대미술 등을 폭넓게 망라한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고객들을 예술 행사에 초청하여 직접적인 연결 고리도 형성한다. 이를 통해 BMW는 단순히 달리는 즐거움과 고성능을 추구하는 브랜드를 넘어 예술적 안목을 갖추었고 문화의 발전을 지원하는 브랜드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다. 이런 브랜드에 소속되고 싶은 것은 고객의 자연스러운 마음일 것이다.
이런 문화 마케팅의 사례가 해외 본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우디 코리아는 자체적으로 유니버설 뮤직과 양해 각서를 체결하고 ‘아우디 라운지 by 블루노트’라는 문화 마케팅을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블루노트는 70년이 넘은 세계적인 재즈 전문 레이블이다.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슬로건이 말하듯 엔지니어링의 색채가 강했던 아우디 브랜드는 문화적인 윤기를 더하여 보다 트렌디하고 폭넓은 고객층에 어필할 수 있는 문화적 풍성함을 갖추게 되었다.
문화 마케팅의 꽃, 스포츠
문화 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포츠 마케팅이다. 역동성이 핵심적 이미지인 자동차에 스포츠는 특히 중요하다. 특히 골프 마케팅은 럭셔리 브랜드라면 거의 예외 없이 진행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승마, 축구, 테니스, 탁구 등 지역과 나라에 따라 대중적이거나 고급 이미지를 가진 종목을 선택하여 지역 특화 마케팅의 도구로 사용하기에도 적절하다. 기아차는 상류층 스포츠 중 하나인 테니스의 메이저 대회, 호주 오픈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끌어올렸다. 미국에서는 브랜드의 척도가 되는 광고가 있다. 바로 미식축구 슈퍼볼(Super Bowl) 광고다. 1초에 2억 원을 호가하는 슈퍼볼 광고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경쟁 무대인데 현대기아차, LG전자 등 우리 기업들도 참가하고 있다. 기업과 브랜드의 파워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비싼 비용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차의 가장 직설적인 스포츠 마케팅은 단연 모터스포츠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 1에는 메르세데스-벤츠, 페라리, 르노, 혼다, 토요타 등 수많은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들이 참가하고 있다. 심지어 페라리의 경우는 포뮬러 1에 참가하기 위해 자동차를 판매한다고 말할 정도로 브랜드의 철학 깊숙이 모터스포츠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차도 세계 랠리 선수권 대회(WRC)의 핵심적 참가자일 정도로 모터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실용적이고 가성비가 좋다는 과거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성능과 기본기도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졌다. 비록 우리나라의 모터스포츠는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히려 해외의 성공을 시작으로 국내에도 감성이 주 무기가 되는 다이내믹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브랜드에는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의 기회이며 고객들에게는 그동안 잊어버렸거나 수입차에서만 찾을 수 있었던 만족의 요소를 현대차에서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문화 마케팅의 모든 요소를 하나로 집대성한 사례가 있다. 볼보의 오션 레이스 캠페인이다. 스웨덴에서 시작한 브랜드인 볼보는 바이킹의 후예로 바다와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인 배경과 헤리티지를 부각하는 것이다. 요트라는 스포츠 자체가 럭셔리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동력 스포츠로서 브랜드에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심는다. 볼보가 직접 제시하는 선박의 규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이다. 안전의 대명사인 볼보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부상한다. 그리고 올해 중국에 기항했듯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시장은 모두 순회할 수 있는 글로벌 스케일의 대규모 행사다.
감성을 자극하는 강력한 수단
다시 글의 앞머리에서 이야기했던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캠페인으로 돌아가자. 두 번째 프러포즈 편에서 남편은 프러포즈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7년 동안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동안 아이도 태어났고 외형적으로는 성장한 가정이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 옆에는 ‘싼초’ 싼타페가 있었다.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구입했던 이 가정의 첫 차다. 싼초는 수명을 다하고 그들을 떠났다. 하지만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프로젝트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가족의 추억을 담아 되돌아왔다.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산다.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고 싶지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가족의 시작부터 모든 것을 지켜봐 왔던 자동차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 기회를 제공했다. 모두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감동의 코드가 있고 그 중심에 현대차 싼타페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 영상을 본 뒤, 내게 더 이상 현대차는 신발 같은 생필품이 아니었다. 가족이었다. 이것이 감성의 힘이다. 문화 마케팅은 감성을 자극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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