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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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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는 자동차를 타고
자동차와 문학의 랑데부

자동차 문학은 크게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아주 먼 훗날 자동차의 등장을 암시했던 고대문학, 자동으로 가는 탈것의 욕망을
예언했던 중세문학, 마지막으로 자동차가 발명되어 직간접으로 겪는 희로애락을 표현한 현대문학이다.
글. 전영선(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 / 일러스트. 이혜헌
‘자동차와 문학’이라는 주제는 다소 생소하다. 영화나 미술 등에는 다양한 모티브로 사용되는 자동차지만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해 작품을 이끄는 존재로서는 부각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에는 문학 작품에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다 20세기 초부터 자동차가 대량 생산되며 자동차 시대가 열리자 자동차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간접적 혹은 직접적으로 표현한 소설, 수필, 시 등이 출간됐다. 이 시대의 문학은 자동차를 주인공이나 중요한 조연급으로 다루기도 했으며, 그중에서도 소설에 자주 등장했다. 자동차 관련 소설은 자동차 생활 시대를 제일 먼저 개척한 미국에서 많이 나왔으며 다음이 유럽이다.
구약성서와 그리스 문학 속 자동차
재미있는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동차는 책 속에 언급되었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문학 작품에 등장하고 이른바 ‘자동차 문학’이 탄생하면서, 문학가들이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성경이나 고대 대문호들이 쓴 책에서 그 흔적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바로 자동차의 탄생을 암시하는 구절들이다. 많은 학자가 성경의 여러 시편들이 문학으로서의 가치가 뛰어나다고 이야기한다.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낯선 접근일 수도 있지만 성경이 문학으로 어떠한 특징을 갖는지를 살핀 사례는 적지 않다. 이런 성경에도 자동차를 암시한 구절이 있었으니, 에스겔 제1장이다.
‘내가 그 생물을 본즉 그 생물 곁 땅 위에는 바퀴가 있는데 그것은 네 얼굴을 따라 하나씩 있고, 그 바퀴 형상과 구조는 넷이 한결같은데 황옥 같고 바퀴 속에 바퀴가 있는 것 같고 (중략) 스스로 돌려서 어디든지 신이 가려 하면 그 생물도 신이 가려 하는 곳으로 가고 바퀴도 그 곁에서 돌아가니 이는 생물의 신이 그 바퀴 가운데 있음이라’라는 구절이다. 여기서 ‘돌아가는 바퀴가 바퀴 안에 있다’와 ‘생물의 신이 그 바퀴 가운데 있다’라는 것은 바로 자동 수레, 즉 스스로 굴러가는 자동차를 암시했다고 학자들은 풀이한다.
인간의 힘보다 강하고 말보다 빠른 자동 수레, 사람이나 가축이 끌지 않아도 자신의 힘에 의해 스스로 달릴 수 있는 말(馬) 없는 마차. 이것은 바퀴 달린 수레를 타면서부터 인간이 갖기 시작한 꿈이었다. 역사학자들은 자동차의 아이디어를 기원전 9세기경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머의 서사시 <일리아드>에서도 발견한다. ‘불과 대장간의 신 불카누스는 하늘 신의 명령에 따라 이곳에서 저곳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기적의 순금 바퀴가 달린 놀라운 창조물을 하루에 20대 만들어….’ 여기서 ‘기적의 순금 바퀴가 달린 스스로 달리는 놀라운 창조물’이 바로 자동차인 것이다.
노스트라다무스, 카로(Carro)를 예언하다
말을 타고 다니던 중세에도 자동차 탄생을 예언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세기의 예언가이자 의사였던 노스트라다무스다. 그는 1557년부터 4년간 집필한 12권짜리 저서 <쿼티렌>에서 자동차의 탄생을 예언했다. ‘인간은 말 대신 카로(Carro)를 타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쇠로 만든 탈것인데, 말(馬)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역할을 하게 된다. 카로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카로마니(Carromanie)도 생겨날 것이며, 카로는 350년 뒤에 나타난다.’ 학자들은 자동차를 뜻하는 Car는 바로 Carro의 ro가 세월이 흐르면서 삭제된 것이며, Carromanie는 ‘카 마니아’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했던 350년 후인 1900년을 넘어서자 자동차가 땅 위를 누비기 시작한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값싸고 튼튼하며 정비하기 쉬운 포드 T형을 1908년부터 1927년까지 20년 동안 무려 1,500만 대를 생산하여 말(馬)을 밀어낸다.
자동차로 인한 사회 현상을 시(詩)에 담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자연주의 문학이 유행할 때, 자동차를 주제로 한 최초의 시(詩)가 등장한다. 이탈리아의 자연주의 시인이었던 필립포 토마소 마르네티가 발표한 <자연주의 표현과 발견>이라는 시다. 그는 이 시에서 세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바꾸고 생태적으로 환경을 변화시키는 가장 모범적인 발명이 자동차라고 노래했다. 또 조각, 건축, 디자인, 문학, 음악, 연극에 있어 자동차가 상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동차 기술을 격찬했다.
물론 자동차를 찬양한 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루치아노 폴고레는 1910년 자동차로 급변하는 도시의 갈등을 표현한 시를 발표했으며, 자동차가 인간과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기 시작한 1920년 미국의 시인 토마스 홈즈는 시대의 상황을 풍자적으로 시에 담았다. ‘포드차를 사야 결혼을 할 수 있다네 / 자동차 없는 총각에게는 처녀가 오지 않는다네 / 그런데 호주머니에는 타이어 한 짝 살 돈밖에 없다네 / 가자, 일터로. 자동차 값 벌기 위해 / 그래야 결혼을 하지.’ 당시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변한 자동차, 잠잘 방 한 칸보다 싸구려 포드차가 있어야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는 모터리제이션이 일으킨 이변을 읊은 시이다.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인간 욕구를 표현하는 수단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대공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1930년대 말 미국을 배경으로, 하루아침에 비참한 이주 노동자로 몰락한 조드 일가를 그린 이야기다. 이 소설은 참혹했던 당시 미국의 현실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결함을 노동자의 시선으로 고발한다. 소설에서 자동차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도구이자 생존을 위한 투쟁과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소설 속에는 집과 땅을 잃은 20여 만 명의 실업자가 가지각색 고물 자동차를 타고 행렬한다. 낮에는 자동차가 국도를 메우고 밤에는 길가에 거대한 캠프촌을 형성한다. 이들은 배고픔이나 질병보다는 자동차의 휘발유나 부속품, 타이어를 사기 위해 가재도구를 하나씩 팔며 자동차를 더 걱정한다. 자동차가 고장 나면 꼼짝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느끼기에 이 작품에서는 자동차가 전체를 리드하는 주역으로 보인다. 문학평론가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결함을 고발한 작품이라 하지만 오히려 자동차의 노예가 된 인간을 고발한 작품으로 보일 정도다. 한편, 존 스타인벡만큼 작품 속에 자동차를 많이 등장시킨 작가도 드물다. 그는 <분노의 포도> 외에도 1947년에 발표한 <멋대로 달리는 버스>를 통해 자동차의 가치를 크게 부각시켰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등장
그리고 드디어 1964년 자동차를 주제로 한 최초의 소설이 출간된다.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작가 이언 플레밍이 쓰고,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존 버닝햄이 그린 <치티치티 뱅뱅-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그 주인공이다. 이 아동문학은 1910년대 초의 낡고 고물이 된 자동차가 발명가의 손으로 다시 탄생하여 사람처럼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기적의 자동차로 변한다는 설정이다. 하늘을 날고 물 위를 헤엄치고 스스로 운전을 하고, 심지어는 주인에게 말할 줄 아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지난 40년간 전 세계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동화 속에서 발명가 포트 가족은 치티치티 뱅뱅을 타고 신나는 모험을 펼치는데, 이는 오늘날 열풍이 불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 그리고 동화는 세상에 알려지던 그해 영화로 제작된다.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작자인 앨버트 R. 브로콜리가 제작을 <카지노 로열>의 감독인 켄 휴즈가 감독을 그리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비밀>의 작가 로얼드 달이 각본을 맡아 흥행을 거두었고, 2002년에는 뮤지컬로 각색돼 많은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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