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들러 가을을 부르다
순천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별다른 이유 없이 위로를 받고 싶어진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돌아보며 애쓴 자신을 다독이고 싶어 순천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갈대 습지 한가운데서 느려진 마음의 시간을 바라본다. 오래된 산사의 풍경 소리는 천 년의 시간을 불러내고, 초가마을 돌담길은 정겨운
옛 시절을 만나게 한다. 순천의 가을이 바람을 부른 건지 바람이 들러 가을을 부른 건지 헤매는 사이, 순천의 만추가 깊어간다.
글. 문나나(홍보지원팀 과장) / 사진. 이승우(홍보지원팀 차장)
갯벌 연안의 눈부신 갈대밭, 순천만 습지
끝이 보이지 않게 우거진 금빛 갈대밭 사이를 천천히 걷는다.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햇살이 흩어지자 갈대도 천천히 몸을 흔들며 화답한다. 세계 5대 연안 습지라는 순천만 습지는 하천과 갯벌이 만나는 곳에 드넓은 갈대 군락을 품고 있다. 미생물이 풍부해서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희귀 철새들이 찾아오는 풍요와 번식의 땅이기도 하다. 육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하천과 강 하구에서 드나드는 바닷물이 만나 갯벌에 숨을 불어넣고 생물들은 건강한 뻘에서 성장한다. 늦은 오후 햇살이 깊어지자 한층 더 눈부신 갈대밭이 바람을 부른다. 이곳을 찾은 가족, 친구, 연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평온하다. 용산전망대에 올라서 바라본 순천만 습지의 일몰은 S자로 이어지는 물줄기를 따라 침묵한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의 한가운데 우리가 서 있다. 사각거리는 갈대의 속삭임이 고요한 순천만의 저녁을 맞이한다.
세계의 정원을 한눈에, 순천만 국가정원
드넓은 평야에 세계의 정원이 모두 모였다. 각국의 특색 있는 건축양식과 정원의 모습을 재현한 순천만 국가정원은 규모가 매우 커 천천히 걷고 쉬기를 반복하며 여유로운 산책을 하기 좋다. 새삼 정원(Garden)이라는 말을 들여다보니 울타리 등으로 공간을 분리하고 그곳을 소유한 사람의 생각에 따라 자연을 새롭게 담는다는 의미인 듯하다. 나라마다 표현하고 있는 정원의 아름다움과 메시지가 다르기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전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즐거운 착각에 빠진다. 꿈의 다리를 통해 순천만 국가정원을 가로질러 순천만 습지로 흐르는 동천을 건넌다.
한국과 세계 아이들의 희망찬 그림이 담긴 작은 타일들이 다리를 장식하고 있다. 땅과 하늘 사이에 펼쳐진 어린이들의 멋진 전시관이다. 자연 그대로의 땅에 심은 서양 갈대 핑크뮬리가 안개처럼 하늘대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바로 곁에 자리한 풍성한 코스모스 꽃동산도 가을이 깊어가는 소식을 전한다.
천년 고찰의 고고함, 세계문화유산 선암사
굴곡의 한국사를 지나오면서도 한 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선암사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선암사 입구에 있는 아치형의 승선교는 스님들이 쌓아 올렸다고 전해진다. 승선교의 고운 곡선이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에 비치니 옆에 있는 팔각지붕 강선루가 다리 아래로 한눈에 들어온다. 선암사는 원형을 보존하려는 노력 덕분에 여느 사찰과 달리 특유의 고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축대를 쌓아 절 안의 공간을 알맞게 분리해 돌아보는 동선이 꽤나 효율적이다. 곳곳에 있는 연못과 꽃나무는 엄숙하고 절제된 사찰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품어주고 있다. 선암사는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곳이기도 한데, 특이하게 우리나라 재래식 화장실로는 가장 오래되고 큰 규모의 해우소를 문화재로 가지고 있다. 안에 들어서면 좁은 창살사이로 바깥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데 지금도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게 열어 두었다. 산들바람에 풍경 소리가 경내에 울려 퍼진다. 스님의 낮은 염불 소리가 산사의 하루를 조용히 닫고 있다.
과거의 시간으로 현재를 사는 곳, 낙안읍성
마을을 둘러싼 성곽길에 올라서자 발아래로 초가지붕 이 펼쳐진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길 사이로 조선시대 아낙네의 차림을 한 여인들이 바구니를 들고 지나간다. 모습이 곱다는 덕담에 복숭아꽃처럼 환한 미소로 답하는 어느 새댁의 모습이 마치 옛 그림 같다.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3대 읍성 중의 하나로 그 시대의 풍경을 보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주민들이 당시 옷차림으로 실제 거주하고 있다. 이른바 과거의 시간이 멈춘 풍경 속에서 현재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 관아와 옥사는 옛 모습을 복원하여 관람을 할 수 있게 개방해 두었고 초가집은 민박이나 체험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공예, 음식, 장례 체험까지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어 마을을 산책하다 보면 과거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든다. 쉬어가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마을이기에 느린 걸음으로 돌아보고 근처 식당에서 푸짐한 남도한식도 맛보면 좋을 일이다. 하늘이 내려준 그대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순천. 그 땅에 남아 있는 옛 풍경의 흔적은 가을이 되면 더 깊고 짙어진다. 푸르른 하늘과 드넓은 습지를 가득 메운 갈대밭과 둥그런 초가지붕이 머리를 맞댄 고즈넉한 낙안읍성의 풍경, 하루 만에 세계의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순천만 국가정원과 우리나라의 열세 번째 세계유산인 선암사까지. 생명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그곳을 걷다 보면 자연이 주는 위안과 깨달음은 덤이다. 좋은 사람들과 가을 한복판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가을이 가기 전 순천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잠깐 들러보면 좋아요!
  • 순천역 근처에서 만나는 철도문화마을
    옛 철도관사마을을 새롭게 조성한 순천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은 순천역 뒤에 있어 짧은 시간 내 방문하기 좋다. 마을 입구에서 기차 앞부분을 벽화로 그려놓은 기적소리라는 카페를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서 철도문화마을에 대한 지도와 정보를 얻으면 된다. 마을 담벼락은 기차와 관련된 다양한 벽화와 사진을 전시해 큰 갤러리를 방문한 것처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 레트로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순천 드라마 촬영장
    1950년에서 1980년대 한국의 건축물이 있는 곳으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가 실제 촬영된 곳이다. 순천시 읍내를 재현한 판잣집과 나무다리, 서울 봉천동 달동네 세트장, 옛 영화관과 고고장 등 복고적인 풍경이 매력이다. 1970~1980년대의 교복을 대여해서 입고 과거의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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