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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세계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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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그 너머에 있는 세상과 만나다
모로코 사하라사막

Sahara

90여 개국을 여행한 나에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늘 같았다. 지금까지 가 본 나라 중 단 한 곳만 추천한다면 어디를 꼽겠느냐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데 그런 우문이 어디 있냐며 나는 웃어넘겼지만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모로코였다. 깔끔하게 정비된 수도 라바트와 천년의
미로 도시 페스, <본아이덴티티>를 비롯해 온갖 첩보 영화의 배경이 된 항구도시 탕헤르, 이름만 들어도 노래가 흥얼거려지는 낭만 가득한 카사블랑카,
세상에서 가장 큰 포장마차촌이 펼쳐지는 말라케시까지. 도저히 한 가지의 매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나라가 모로코였기 때문이다.
글. 이화자(<여행처방전>, <비긴 어게인 여행> 저자)
여행이란 살면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라 믿는 나에게 모로코는 모든 이국의 총합이었다. 각각의 도시가 갖는 다채로운 매력에도 불구하고 모로코 여행의 백미는 사하라사막에서의 야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안에 모래가 서걱대고 며칠간 제대로 씻을 수도 없지만 살갗을 태워버릴 듯한 낮 시간의 사막은 바람에 따라 수만 가지 변신을 보여준다. 조명 하나 없는 밤에는 수천만 개의 별이 세상사 복잡다단함을 덮어버리는 경험을 안겨준다. 사하라에서의 하룻밤은 그 자체로 명상이다.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 므하미드(M’hamid)로!
마라케시에서 모인 일행은 미니 버스를 타고 아틀라스산맥을 넘어 사막캠프가 있는 므하미드로 향했다. 베르베르족의 터전이기도 한 므하미드 사막캠프의 숙소는 진흙으로 된 카스바이다.
카스바라니? 가요에서나 듣던 카스바가 정말 존재한단 말인가? ‘카스바(Kasbah)’는 ‘요새’라는 뜻으로 주로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MOBIS도시의 방어를 위한 시가지의 일부 또는 그 외곽에 세워지는 성을 말한다. 낙타를 타고 마을을 지나는데 단체로 검은 옷을 입은 카스바의 여인들이 지나간다. “샬롬 알라이콤(당신에게 알라의 평화를)”이라고 인사를 하니 “봉쥬르”라는 답이 돌아온다.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은 오랫동안 프랑스 식민지였던 탓에 프랑스어가 공용어처럼 사용된다. 프랑스 사람들은 대서양 변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에사우이라(Essaouira) 같은 곳에 별장을 사두고 바캉스 시즌이면 한 달간 머물다가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붉은 사막 한가운데 미로처럼 붙어 있는 카스바에서 민트티를 마셨다. 므하미드엔 사막캠프가 여러 개 있다. 혼자서 온 여행객도 여기서 사막 투어를 예약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지만, 차 한 대와 부대 비용을 혼자서 다 내거나 사람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있다. 혹시 모를 위험도 있을 수 있기에 사막 투어는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여러 명이 함께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금전적으로도 절약된다. 본격적인 사막 야영 전 일행은 므하미드 흙집에서의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사막으로 들어가기 위해 3대의 지프차에 나눠 타고 파리-다카르 랠리가 열리는 길을 따라 에르그 시가가(Erg Sigaga)로 들어갔다. 열린 창 안으로 훅 치며 들어오는 바람이 용광로처럼 뜨겁다.
오아시스가 있어 아름다운 사막
모로칸들은 머리엔 터번을 쓰고 젤라바(Djellabah)라 부르는 긴 가운 같은 것을 입는데, 그것은 이 지역 기후에 가장 최적화된 패션 방식이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새삼 알게 된 사실은 각 나라의 패션은 종교나 문화적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생존과 실용을 위한다는 것이다. 사막에서 스카프는 멋 부리기 장식용이 아닌 모래바람을 막아주고, 살을 다 태워버릴 듯한 50℃의 태양으로부터 피부가 벗겨져 나가지 않게 보호해주는 필수품 중의 필수품이다. 그렇게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다가 말로만 듣던 오아시스를 만났다. 고작해야 흙탕물 같은 도랑이었지만 뜨거운 열기에 지친 여행자에겐 말 그대로 생명의 물이었다. 차에서 뛰어내려 각자 마련해온 수통을 채우고 몸을 식혔다. 어디선가 나타난 유목민과 물장구를 치며 잠시 쉬는데 호주에서 온 친구가 더워 죽겠다는 듯 물안으로 첨벙 들어갔다가 나와서 두르고 있던 파란색 스카프로 얼굴을 닦았다. 순간 그의 얼굴은 파란색이 되었다. 현지에서 파는 스카프는 어쩌면 저런 색이 나올까 싶게 아름다운 색감을 뽐내지만, 염색 기술이 부족한 탓에 물에 닿으면 염색이 빠져 옷을 버릴 염려가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사막 중의 사막, 사하라(Sahara)
사막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래사막을 떠올리지만 사실 사막엔 흰색이나 핑크색의 소금사막부터 잡초가 자라는 사비나사막, 이집트의 흑사막, 백사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막이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사막 중에서 사하라만 한 곳이 또 있을까. ‘사흐라(Sahra, 불모지)’라는 이름에서 유래한 사하라는 사막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사막으로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를 비롯해 북아프리카의 여러나라에 걸쳐 있다. 바람이 부는 대로 끝없이 굴곡이 달라지는 사하라의 듄(Dune)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막의 이미지는 바로 사하라인 것이다.
4륜 구동 지프를 타고 이윽고 사막 깊숙한 야영장에 도착했다. 낙타와 차를 번갈아 탄 탓일까? 문득 이곳까지 데려다준 차가 현대판 낙타처럼 느껴졌다. 한껏 달구어진 한낮의 사막은 신발을 신고서도 살갗을 태워버릴 듯 뜨거웠지만 차에서 뛰어내리자마자 누구 먼저랄 것 없이 언덕을 뛰어 올라갔다. 사막캠프의 주인은 우리에게 정상까지 올라가되 절대 반대편으로 내려가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행여 흥분하여 미끄럼이라도 타며 반대쪽으로 내려 갔다가는 절대 다시 올라오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우린 모두 줄에 매달린 참새들처럼 꼭대기에 매달린 채 석양을 기다렸다. 마침내 해가 지고 황홀함에 젖어 있는 우리에게 사막캠프 주인 하산과 운전기사가 음악을 크게 틀고 “밥 먹으러들 내려 와~”라고 춤을 추며 손짓한다. 언제나 유쾌한 모로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 짓게 하는 매력 덩어리들이다.
별 이불 덮고 모래 침대에 누워
야영을 갈 땐 운전사와 요리사가 함께 간다. 일행이 사막을 보며 광분하는 동안 그들은 텐트를 치고, 저녁식사와 잠자리를 마련한다. 사하라사막의 밤은 전갈이 있어 높은 매트리스를 깐다.
지붕은 없다. 지붕은 무수한 별이 쏟아지는 하늘이다. 쉽게 잠들 수 없는 밤, 이리저리 뒤척이는 일행을 위해 하산이 전통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일행은 하나둘 일어나 모닥불 곁으로 모여들고 급기야 흥겨운 리듬에 맞춰 덩실덩실 춤에 빠져본다. 아른대는 불빛 사이로 흔들리는 춤사위는 현실이 아닌 듯 몽롱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밤이 꿈결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새벽 두세 시쯤 되었을까? 한기가 들어 잠시 눈을떴다. 그 순간 사막을 덮어버릴 듯 쏟아져 내리던 별들의 향연을 잊을 수 없다. 별을 보는 가장 멋진 방법이 있다면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
다시 태양이 떠오르고 설렘에 잠을 이루지 못한 나는 일출을 보기 위해 일어났다. 신발을 신으려고 발을 디디자 모래는 밤사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곱디고운 사하라를 맨발로 걸어 아름다운 듄(Dune)에 호젓하게 올라본다. 최고의 명상이란 바로 이런 것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은 고요하고 붉은색 모래 평원은 시간이 멈춘 듯하다.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가늘고 긴 모래는 세상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달콤한 오르가슴을 선사해주었다. 겹겹이 쌓인 산맥처럼 듄과 듄 사이를 너머 시야를 넓히니 저편 언덕에 나보다 부지런한 이탈리아 친구가 이미 산책 중이었고, 다른 쪽에선 운전기사와 요리사가 메카를 향해 절을 올리고 있었다. 인간의 기억 중 가장 오래 가는 감각이 촉각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그 새벽 발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던 길고 가는 모래의 촉감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막 어드벤처 끝에 만나는 즐거운 만찬장
야영을 마치고 출발지였던 마라케시로 다시 돌아왔다. 밤이면 세상에서 가장 큰 포장마차촌이 열리는 제마엘프나(Djemaa el-Fna) 광장과 좁은 골목길로 이어진 장터(수크, Souk)에선 가게마다 손님을 불러세우고 ‘어느 나라에서 왔냐, 안 사도 좋으니 차 한잔 하고가라’고 말을 걸어온다. 다른 곳에서라면 몰라도 이곳에선 전혀 귀찮지 않다. 모로코 사람들 특유의 유머와 밝은 분위기 때문이다. 포장마차가 들어서기 전의 광장엔 세상 어디서도 보기 힘든 온갖 진기한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다. 젤라바를 입고 춤을 추는 마라케시의 명물 물장수를 비롯해서 뱀 부리는 사람, 약 파는 사람, 헤나(Hena)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수많은 사람들로 들끓는 이곳을 보고 있자니 마치 알라딘의 요술 램프 같다.

밤이 되니 목욕탕도 아닌데 거대한 광장에 일제히 연기가 피어오른다. 낮 동안 비어 있던 광장 전체가 일제히 거대한 포장마차촌으로 변신한 것이다. 다닥다닥 붙은 포장마차촌에서 타진(Tajine, 고기와 야채를 넣어 만든 찜요리. 모로코 전통 그릇 타진에 담겨 나온다고 해서 통칭해서 타진이라 부른다), 하리라(Harira, 쿠스쿠스가 가라앉아 있는 모로코 전통 수프), 쿠스쿠스(Couscous, 밀을 으깨 밀가루를 입힌 것으로 고기나 당근 등과 함께 쪄서 먹는다) , 케밥(Kebab,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운 고기), 에스카르고(Escargot, 달팽이 요리) 등 갖가지 산해진미에 취해본다. 지상 최고의 고요와 정반대의 떠들썩함. 공존하기 힘든 것들의 공존, 그것이 모로코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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