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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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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자동차
아름다움과 속도에 대한 욕망

인간은 자동차를 통해서 근육으로 낼 수 있는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은 물론, 지구상의 동물계 전체에서 가장 빨리 땅 위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는 속도와 힘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드러내는 매개체이며, 예술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표출하는 방법이다.
인간의 갈망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자동차와 예술, 떼려야 뗄 수 없는 둘의 관계를 살펴본다.
글. 구상(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 일러스트. 이혜헌
아르데코와 기계 미학
역사 속에서 예술은 인간이 갈망하는, 혹은 동경하는 대상을 찬미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그런 맥락에서 중세의 르네상스 이전까지의 예술에서 신(神)의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인류는 신에서 인간 자신 그리고 인간 내면의 욕구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변화는 수 세기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졌고, 근대 예술에서는 보다 다양한 양식과 방법으로 나타났다.
근대에 이르러 특히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의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사조가 바로 아르데코 양식(Arts Decoratifs, 1925-1939)이다. 프랑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는 아르데코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인류의 산업을 수공예에서 산업화에 의한 공업 생산으로 전환되는 변혁을 가장 적극적으로 가시화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제품 형태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아르데코 양식 중 특히 인쇄 매체 예술, 즉 그래픽은 그 시대의 반영으로 근대성의 정신과 산업적 발명을 보여준다. 이 시기의 그래픽 스타일은 기하학적으로 단순하거나 장식적 스타일로 현실을 강조하는 기법을 자주 사용했다. 이것은 그 당시의 회화 사조였던 입체파나 미래파의 요소이기도 했으며, 여행 또는 운송수단을 주제로 다루는 것 역시 매우 보편적이었다.
아르데코 인쇄 매체의 주제와 기법은 사실상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얻은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의 은유이다. 이것이 가장 잘 표현된 분야는 1929년부터 1932년까지 로버트 팔쿠치(Robert Falcucci, 1900-1989)가 제작한 모나코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 포스터와 같은 아르데코 양식의 인쇄물이다. 이 시기를 전후해 속도에 대한 대중의 욕구가 점차 보편화되기 시작한다. 당시 그래픽디자인은 기하학적으로 단순하거나 장식적 스타일로 현실을 강조하는 기법을 자주 사용했다. 그것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자동차가 점차 대중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으며, 항공기의 출현이 뉴스거리가 되는 등 빠르고 효율적인 교통수단이 건설되고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포스터에서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감을 강조하기 위해 바람을 가르는 듯한 음영의 표현, 즉 만화적인 기법이 사용되었다.
자동차와 감성의 은유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와 같은 입체파 미술가들은 인간의 감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입체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자동차도 그 표현법 중 하나였는데, 피카소의 1951년 조각 작품 ‘Baboon & Young’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체로 자동차 차체 전면(前面)의 이미지는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에 자주 비유된다. 그것은 자동차의 앞모습이 마치 표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피카소는 그의 작품에서 고릴라의 표정을 자동차를 이용해 재구성했는데, 두 대의 장난감 자동차를 아래위로 맞붙이고 여러 가지 자동차 부품을 붙이는 콜라주(Collage) 기법으로 제작했다. 이 작품은 자동차의 앞 유리창에 눈을 붙이고 각각 앞뒤의 펜더(Fender)에 뺨과 귀가 있으며, 입술은 라디에이터와 범퍼로 만들어져 있다. 자동차라는 기계에 감정을 이입한 이 작품을 보면 거장 피카소도 자동차 속에서 표정을 본 것이 틀림없다.
팝아트와 비디오아트, 영화 속 자동차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 작품 속에서의 자동차는 다다이즘과 팝아트로 대표되는 작가 백남준(1932-2006)과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세기의 패러다임인 대량생산 시대를 보여준 앤디 워홀의 팝아트는 종전의 ‘예술’은 작가가 직접 작업한 것이라는 통념을 깨뜨린다. 앤디 워홀은 슬로바키아(당시는 체코)로부터 이민 온 부모의 아들로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났다. 미국 현대미술의 주류를 이룬 거장 워홀을 보면서 이민자들이 만든 미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다시금 실감케 된다.
워홀의 작품 세계는 대부분 미국의 물질 문화와 연관되어 있다. 그는 자동차, 식품, 잡화, 구두, 배우, 신문 스크랩 등을 작품 소재로 했고, 그에게 이런 소재들은 미국 문화의 실체를 의미했다. 또한 그는 그림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이용해서 작품을 제작했다. 주제와 기법 모두에서 극도의 보편성을 추구한 그의 작품은 대중이 매일 접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모습과 주제를 반복하는 기법을 통해 보여준다.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20세기 대량생산 산업사회의 몰개성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1954년형 메르세데스-벤츠의 300SL 모델의 반복적 인쇄 작업을 통해 당대에 가장 성능 좋은 차량 역시 대량생산된 규격품에 불과하다는 그의 관점을 표출했다.
1915년부터 1924년에 걸쳐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난 실존주의를 지향하는 반문명, 반전통의 예술운동이었던 다다이즘(Dadaism)의 선봉에 섰던 백남준 역시 자동차를 매개로 한 작품을 전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1932년을 상징하는 32대의 자동차로 구성된 작품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다’를 1997년에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Münster Sculpture Project)에 출품했다. 이 작품은 은회색 칠을 한 자동차를 8대씩 네 그룹으로 구성했는데, 그는 20세기를 이끌어간 자동차를 통해 자신이 태어난 1932년이 재래의 예술을 마감하고 새로운 미디어 예술의 출발점임을 표현했다. 20세기를 열었던 문명의 하나인 자동차로 백남준은 비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발견한 새 시대의 실마리를 표현하는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최근의 사례로는 할리우드 영화 <앤트맨(Ant-Man)>을 꼽을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자동차 캐릭터들은 힘과 속도를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좌우 비대칭의 도어를 가진 독특한 콘셉트의 현대자동차 벨로스터(Veloster)가 대표적이다. 영화 속에서 벨로스터는 번뜩이는 금속성의 배기 파이프와 화려한 불꽃 문양의 차체 이미지로 무장한 채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어필하고 있다.
예술 작품으로서의 자동차
지금까지 살펴본 아르데코의 그래픽, 피카소의 조각과 앤디 워홀 그리고 백남준의 작품과 영화 <앤트맨> 속 자동차는 다양한 감정(感情)과 표정(表情)을 보여준다. 이것은 자동차의 형태가 가지는 기능의 상징성, 즉 유선형의 차체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속도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기계’라는 인식으로 인해 자동차를 예술 작품으로 생각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백남준과 앤디 워홀의 작품에서 보듯 지금의 모던한 ‘예술품’들 역시 공업적인 대량생산을 통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오늘날의 자동차는 이미 첫 등장부터 20세기의 예술품이 보여주는 대량생산과 인간의 감성을 양립시킨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자동차야말로 가장 예술 작품의 속성을 가진 대상인 것이다. 여러 가지 느낌과 표정, 그것은 조각품이나 회화 작품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자동차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는 이미 사람들의 생활 속에 존재해온 가장 모던한 예술품이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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