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음악이 멈추지 않기를

인턴

글. 김은경(시인, <영화의 심장소리> 저자)
30세 CEO와 70세 인턴의 만남
한 편의 영화가 대사 하나로 기억되는 경우가 있다. 내게 있어 영화 <인턴>은 이 대사 하나로 기억된다. “뮤지션한테 은퇴란 없대요.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죠. 제 마음에는 아직 음악이 남아 있어요.”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하는 70세 ‘벤 휘태커’의 대사다.
40년간 일하던 직장에서 은퇴한 벤 휘태커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그래서 그의 말대로 ‘더없이 창조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요가, 요리, 중국어, 화초 재배’ 등등 남는 시간을 위해 온갖 것들을 다 시도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아직 ‘마음에 음악이 남아 있는’ 그는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에 도전한다. 그래서 단기간에 성공을 이룬 30대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이 운영하는 회사의 인턴이 된다. 처음에는 적응을 못하지만 곧 그는 오랜 직장생활의 노하우와 몸에 밴 친절로 회사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인기남이 된다.
그러나 깐깐한 완벽주의 CEO 줄스에게 벤은 성가시고 불편한 존재다. 하지만 그녀 역시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벤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뜻밖에 그녀의 삶에 나 있던 커다란 구멍이 벤의 도움으로 채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나이와 직급을 뛰어넘는 진정한 친구이자 조언자가 되는 것이다. 진짜 인턴은 벤이 아니라 줄스였던 셈이다. 줄스는 벤에게 인생을 배우는 인턴이었던 것이다.
백전노장이 알려주는 인생
여자가 울면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주고, 사과는 문자나 메일이 아니라 직접 얼굴을 보고 해야 한다고 일러주는 벤. 그는 아날로그 세대다. 과거 벤의 회사가, 지금은 사라진 전화번호부 책자를 만드는 회사였다는 것이 상징하는 바는 크다. 그는 늘 정장 차림이다. 책상도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다. 사장님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 퇴근해야 마음이 편하다. 전화번호부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즉 줄스의 회사가 단기간에 성공을 이룬 인터넷 쇼핑몰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아날로그 세대의 중후한 매너로 무장한 벤을 보며 줄스는 외친다. “잭 니콜슨, 해리슨 포드, 벤 같은 옛날 남자들이 훨씬 더 멋진 거 같아!”라고. 사실 이 말은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낸시 마이어스의 말일 것이다. <로맨틱 홀리데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과 같은 명품 로맨틱 코미디를 만든 그녀도 어느덧 노년이 되었다. 모든 것이 빠르고 가벼운 디지털 세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이 느낀 아날로그 세대의 소중한 가치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디지털 시대에서 놓치기 쉬운 가치를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어느덧 노년에 이른 감독 자신의 경험과 지혜 그리고 소망이 녹아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진짜 어른’의 모습은?
힐링이라는 표현에 알맞은 영화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가 따뜻한 기운을 전해준다.
그리고 벤처럼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한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높았지만, 다른 나라에선 평가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나는 영화 속에서나마 벤같이 멋진 노년의 롤모델이 있어 참 좋다는 생각을 한다. 냉정한 현실 속에서 우리를 위로할 약간의 판타지가 때로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남자들이 그처럼 잘 늙어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와 동시에, 멋지게 나이든 분들의 지혜와 성숙함을 얼른 알아차리는 젊은 세대가 많기를 바란다.
제임스 딘 주연의 청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을 보면, 반항의 이유가 바로 이것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본받고 싶은 어른이 필요했던 것이다. 제임스 딘은 아버지에게 길을 가르쳐 달라고 애타게 말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것을 가르쳐주지 못했다. 세상에 이유 없는 반항은 없다. 우리에겐 그저 나이만 먹은 어른이 아니라, 본받을 만한 ‘진짜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에 영화 <인턴>에서 앤 해서웨이가 로버트 드니로에게 말한다. “진짜 어른과 어른 같은 대화를 하는 것 같아요.”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하여
주변을 돌아보며 생각해본다. 본받을 만한 진짜 어른이 있는지. 하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멋진 노인은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일까? 아마도 내가 눈여겨보지 않아서인지 모른다. 노년이 훨씬 멋진 인물로는 ‘지미 카터’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최악의 대통령에서 퇴임 후 최고의 대통령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평화와 인권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로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분이다. 그는 퇴임 후에도, 노년에도 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걸 가르쳐준다.
몇 해 전, 미국의사협회에서 노화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노화의 첫 번째 원인은 ‘늙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노화에 대한 두려움이 바로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것. 역시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모양이다. 누구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보다 멋지게 나이 드는 방법은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여류 시인 K. W. 베이커의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라고 노래한 시가 있다. 그 시에는 ‘오래된 나무에 치유력이 있고, 오래된 거리에 영화(榮華)가 깃들 듯’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렇다.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 그처럼 아름답게 나이 들 수 있을까. 그것은 결국 내면을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나가는 것일 거다. 그리고 수많은 세월을 지내고 얻은 지혜와 연륜의 힘으로 내게 있는 걸 베풀고 나누어주는 것일 거다. 그럴 때 ‘오래된 나무’처럼 ‘오래된 거리’처럼 아름답고 기품 있게 나이 들 수 있으리라. 바로 벤과 같은 진짜 어른이.
나는 간절히 소망한다. 아름답게 나이 들기를, 그리고 살아있는 한, 내 마음속 음악이 멈추지 않기를.
필자추천노년의 삶을 다룬 영화
러브 인 프로방스
파리지앵 삼남매는 난생처음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프로방스를 찾게 된지만 고집불통 할아버지와 사사건건 부딪히는데…. 따사로운 프로방스에서의 특별한 만남! 노년의 장 르노 모습과 프로방스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따뜻한 영화다.
세인트 빈센트
엄마와 새집에 이사 온 올리버는 옆집의 까칠한 할아버지 빈센트를 만난다. 외골수에 괴짜지만, 알고 보면 따뜻하고 인간적인 빈센트를 자신의 멘토로 삼게 된다. 60살 철부지와 10살 애어른의 유쾌한 만남을 그린 감동적인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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