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강화
역사를 통해 시대를 보다

마치 섬 전체가 하나의 역사박물관 같다. 강화도는 우리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선사시대 고인돌
무덤이 무더기로 발견되었으며, 고조선 건국신화를 만날 수 있는 마니산 참성단에는 아직도 해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남아 있다.
이후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외세에 대항해 나라를 수호했던 조상들의 기개와 정신을 강화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였던 에드워드 핼릿 카(Edward Hallett Carr)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글. 문나나(홍보지원팀 과장) / 사진. 이승우(홍보지원팀 차장)
호국 불교로 민족을 보호한 전등사
전등사는 흔히 절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일주문과 사천왕이 없다. 대신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아서 삼랑성이라고 불리는 정족산성 안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전등사는 ‘불법(佛法)의 등불을 전한다’라는 의미로 현존하는 사찰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곳이다. 몽골 침략 당시 고려 왕실은 전등사를 중심으로 나라를 수호하는 의지를 다졌다. 이후 조선시대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였고 숭유억불 정책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왕실의 지원을 받았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전등사는 병인양요 등 외세 침략에 대항해 싸운 병사들의 정신적 버팀목으로 호국 불교 역할을 해냈다. 전등사 대웅전 내부 기둥과 벽화에는 당시 병사들이 남긴 글이 남아 있다. 프랑스와 격전을 벌이면서 자신의 이름과 염원을 새긴 흔적이다. 또한 대웅전 외부 건축물에는 재미난 설화가 전해져오는데 추녀 네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나부상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광해군 시절 화재로 망가진 대웅전을 다시 짓던 목수가 절 아래 주모와 사랑을 했으나, 그 주모가 도망을 가자 속죄하라는 의미로 나부상을 조각해 넣었다고 한다. 전등사를 둘러보던 중 잠시 싱긋 미소 짓게 한 순간이었다.
열강들의 침략을 온몸으로 막아선 초지진
높이가 낮고 한 사람씩 들어가는 좁은 입구를 들어서면 한눈에 성곽 둘레길이 들어온다. 강화도에 상륙하려는 외세에 대항해 싸웠다고 보기에는 매우 작은 규모인 초지진은 원래 350여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였다. 강화도가 서해안에서 옛 한양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던 만큼 초지진은 해안을 수비하는 역할을 했다. 프랑스와 전쟁을 벌인 병인양요(주1)와 미국의 침략에 대응했던 신미양요(주2) 그리고 일본 군함 운요호의 강화도 바다 불법 침입 사건까지, 초지진은 외세와 격렬한 전투를 벌인 현장이다. 당시 조선에 대한 외국의 통상 압박과 권력 수호가 바탕이 된 쇄국정책의 충돌이 이곳에서 전쟁으로 격발한 것이다. 초지진에서 저 멀리 아치형의 초지대교가 보인다. 강화도와 서울, 김포를 이어주며 시원하게 뻗은 초지대교 위로 하얀 새한 마리가 날아오른다. 최후의 보루인 강화도 관문을 막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옛 병사들의 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문득 하늘이 아득해진다.

* 주1) 병인양요 :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을 구실로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침범한 사건
* 주2) 신미양요 :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가 조선에 통상을 요구하다 불에 타자 미국이 침범

대몽항쟁의 도읍터이자 조선의 슬픔을 머금은 고려궁지
이 땅은 참으로 많은 침략과 항쟁을 겪어냈다. 강화도의 고려궁지는 고려시대에 몽골의 침입에 대항하여 송도에서 강화도로 도읍을 옮기며 만든 궁궐터다. 여러 궁궐을 건축하였으나 전란을 겪으며 소실되어 지금은 조선시대에 지은 관청 두 곳과 서적을 보관하는 외규장각, 동종 등만 남아 있다. 고려왕실은 무려 39년 동안 몽골의 침략을 피해 이 곳에 자리를 잡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였다. 당시 외규장각에 보관하고 있었던 기록은 병인양요 때 침입한 프랑스에 대부분 빼앗겨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고려왕실은 몽골(이후 원나라)에 대항할 힘이 부족했지만 최우 장군과 승려였던 김윤후 그리고 강화도에서 진도, 제주까지 이동하며 항쟁했던 삼별초의 활약은 끝까지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조상들의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여준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강화도전쟁박물관은 지정학적 위치상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워야만 했던 강화도 전쟁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곳이다. 시대별 전쟁의 배경과 의미, 전란 속에 살아야 했던 군인과 백성들의 삶의 풍경, 각종 무기를 전시하며 한국전쟁까지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강화도 끝자락에 있는 강화평화전망대는 휴전 중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소이다.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북한을 볼 수 있는 이곳은 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에 위치해 입구에서 신분과 목적을 확인해야 출입할 수 있다. 1층에 마련된 통일염원소에는 이산가족의 애환과 통일을 바라는 편지가 전시되어 있다. 2층에는 북한과 전쟁을 했던 전시물을 비롯하여 3, 4층에는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내·외부 조망대가 있다. 한반도가 분단 국가임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강화도에 있는 다양한 박물관과 유적지를 통해 우리는 외세 침략과 항쟁으로 굴곡졌던 지난 역사를 응시한다. 비록 슬프고 비참한 모습이라 할지라도, 과거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역사를 올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다시는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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