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일상이 되는 순간

라라랜드

글. 김은경(시인, <영화의 심장소리> 저자)
아이들이 어릴 때 시골에 살았다. 남편의 직장 때문이었다. 도시에서 자란 내가 논과 밭으로만 둘러싸인 곳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집 앞에 가게 하나 없는 곳에서 두 아이를 재우고 나면 책을 읽었다. 작가이자 교사인 남편의 서재엔 책이 많았다. 이른바 ‘전업주부’이던 나는 아이들을 키우며, 책을 읽고, 동시를 썼다. 두 번의 탈락 끝에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당선 전화를 받은 날, ‘이제 지상에도 내 방이 하나 생겼구나’ 했다. 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던 내게 든든한 안식처가 생긴 듯 했다. 작은 꿈 하나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 후 시로 등단하고, 영화 에세이를 쓴 책을 내고, 이런 저런 곳에 칼럼을 쓰고, 강의를 나가기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꿈이 일상이 되어 있는 것일 텐데, 돌이켜보면 그렇게 꿈을 일상으로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꿈의 나라 ‘라라랜드’로의 초대
예고편을 보고는 너무 보고 싶어서 개봉일 아침에 달려가 봤던 영화 <라라랜드>. 이 영화는 꿈에서 시작해 꿈으로 끝나는 영화다. 또한 노래와 춤이 가득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매혹적인 뮤지컬 영화다. 무엇보다 멋진 것은 연기파 배우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직접 춤을 추고,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카사블랑카>나 <이유없는 반항>을 비롯한 고전 영화에 대한 오마주도 풍성하다. 고전 뮤지컬의 향취로 가득한 이 영화는 관객들을 열광시키고 수많은 상을 휩쓸며 서른을 갓 넘긴 감독, 데이미언셔젤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라라랜드’란 말은 영화, TV 산업의 고장 Los Angeles, 즉 할리우드를 가리킨다. 꿈의 나라, 환상을 상징할 때 쓰는 말이다. ‘헛된 꿈에서 벗어나라’는 말, ‘아직도 그런 허황된 꿈이나 꾸느냐’는 핀잔 섞인 말에 주로 쓰인다. 영화는 재즈 피아니스트 그리고 배우 지망생인 두 젊은이의 꿈과 사랑 이야기다. 둘은 꿈의 세계인 ‘라라랜드’에서 산다. 주변인들이 보기엔 비현실적이고 무능력하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은 자신만의 음악을 고집하다 직장에서 해고된다. 배우 지망생인 미아는 카페 점원을 하며 오디션을 보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우연한 마주침, 그러나 운명적 만남으로 사랑에 빠지는 이들은 서로의 꿈을 격려하며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 하지만 현실은 혹독하다. 가난한 청년들의 꿈은 현실에 짓밟히고 이들의 사랑에도 위기가 닥친다. 각자의 꿈을 위해서 헤어질 수밖에 없을 때,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힘주어 말한다. “모든 걸 던져 꿈을 이뤄내라”고. 그리고는 “언제까지나 사랑할 것”이라고 말하며 둘은 자신의 길을 간다. 슬프고 아름다운 이별 장면이다. 그렇게 담담하게 이별한 둘은 세월이 흘러 우연히 다시 만나고, 꿈을 이룬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며 눈물 머금은 미소를 짓는다. 자신의 꿈을 간직한 사람만이 그렇게 다른 이의 꿈을 응원할 수 있는 것이다.
‘동경’은 모든 꿈의 시작점
“너의 꿈이 모래처럼 부서지지 않게 하라. 네가 너 자신일 수 있는 공간을 찾아라. 치유하는 관계를 추구하라.” 작가이자 신부인 안셀름 그륀의 말이다. 그는 이어서 말하기를 “정형화된 습관의 궤도를 탈피하라. 동경의 심연으로 가라. 동경을 깨어 있게 하라”며, 모든 것의 시작이 바로 동경이라고 한다. 그리움, 갈망으로도 표현될 수 있는 단어인 동경이야말로 모든 꿈의 시작점인 것이다. <라라랜드>에서 세바스찬은 사랑하는 미아에게 말했다. “모든 걸 던져 꿈을 이뤄내라”고. 이 말이 모든 걸 버리고 하나만 잡으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나의 꿈을 이뤘을 때, 그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면 우리는 금세 허망함에 젖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이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 치열함, 열정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멀리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대수롭잖게 보이는 내 주변의 무엇을 향해서일 수도 있다. 평범한 우리는 저 멀리에서 ‘라라랜드’를 찾을 수 없다. 내 안의 깊은 갈망을 안은 채, 하루하루 삶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뿐. 그러다 보면 크고 작은 꿈들이 문득 다가와 악수를 청해올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모든 걸 던져’ 그것을 이뤄내야 하리라.
필자추천꿈을 주제로 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 스티븐 달드리 감독, 2000
탄광촌에 사는 열한 살 소년 빌리는 권투를 배우러 갔다가 발레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은 런던의 로열 발레학교 오디션을 권하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다. 하지만 재능을 알게 된 아버지는 아들이 꿈을 이루도록 지원한다.
<미라클 벨리에> 에릭 라티고 감독, 2014
농아인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폴라는 전학 온 가브리엘에게 반해 합창부에 든다. 폴라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은 파리에 있는 합창학교 오디션을 권하지만, 자신이 떠나면 찾아올 가족들의 혼란을 걱정, 포기하려 하는데…. 음악이 아름다운 성장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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