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
효율을 넘어 문화를 담다

기술 혁신과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와
시대의 요구를 반영해 아름다운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이 바로 자동차 디자인이다. 이제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효율성과 미적 요소,
거기에 스토리텔링까지 더한 디자인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글. 구상(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 일러스트. 이혜헌
자동차, 디자인의 옷을 입기 시작하다
자동차 디자인은 패션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과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패션처럼 유행의 흐름을 따르기 때문이다. 1886년에 자동차가 최초로 등장한 이후 130여 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패션에 집중했던 시대가 있었다. 바로 1950년대의 미국이다. 패션과 더불어 이때 미국 자동차들은 풍요와 번영의 상징이었고, 이 시기에 미국 차들이 보여준 스타일의 다양함은 이후의 자동차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50년대 자동차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GM의 컬러&트림 섹션(Color & Trim Section)의 총책임자였던 할리 얼(Harly J. Earl; 1893~1969)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메이커 사상 최초의 디자인 부서를 만든 그는 취임 후 내놓은 1927년형 라 살레(La Salle)의 내·외장 디자인에 새로운 색채와 재료를 적용해서 크게 주목을 받는다. 포드의 T형 모델이 오직 검은색의 차체와 옵션이 없는 모델만을 내놓을 당시, 라 살레의 디자인은 파격적이었고 이후 GM은 차체 디자인의 차별화를 강력하게 추진한다.

라 살레 이후 할리 얼은 새로운 디자인의 실험으로 1948년 테일 핀(Tail Fin) 스타일을 고안한다. 이는 두 개의 기체에 각각의 꼬리날개가 달린 쌍발 프로펠러 전폭기 록히드 P38 라이트닝(Lightning)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비행기를 모방해 자동차에 날개를 단 것이다. 1948년형을 시작으로 캐딜락의 테일 핀은 갈수록 크고 화려해졌고 전투기를 닮으려는 시도도 더해졌다.
특히 1959년형 테일 핀은 마치 전투기의 꼬리날개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모양으로 전투기 분사구 같은 뾰족한 브레이크를 달아 멋을 부렸다. 이처럼 테일 핀은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에서 하나의 발전 단계를 극적으로 보여준 모델이다. 또 자동차가 단지 기계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미적 감각 그리고 가치관을 반영하는 문화의 대상임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한국적인 자동차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테일 핀이 미국 자동차 디자인의 획을 그은 시초라면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특징은 무엇일까? 한편으로는 자동차 자체가 한국의 것이 아닌데, 어떻게 한국적인 자동차를 디자인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자동차에 단청과 기와를 응용한 디자인을 적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버스에 기와를 얹고 단청을 칠하면 한국적인 자동차가 될까? 승용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전통 한옥의 창살을 붙이면 한국적 디자인일까? 그 결과는 촌스러움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방법은 단지 껍데기를 장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로 1976년에 등장한 포니(Pony)는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 1938~)가 디자인했다. 포니는 당시 곡선적 스타일의 유행에서 한 걸음 앞서나가 기하학적 형태를 취해 모던한 이미지로 어필했다. 양산 메이커는 다르지만 포니는 한국적 디자인의 자동차로 평가된다. 한국 전통 문양이나 형태는 어디에도 붙이지 않았지만 한국인의 미의식에 어필할 수 있는 추상적 형태로 완성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전통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을 혼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두 가지는 물론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전통적인 것은 시간이 흘러도 그다지 변하지 않지만, 한국적인 것은 계속 변화한다. 19세기에 살았던 한국인과 21세기를 살고 있는 한국인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달릴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발휘되고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도구가 된다. 그리고 자동차가 달린다는 것은 다양한 문제들과 연관된다. 거기에는 자동차 본연의 주행 성능 이외에도 도로의 조건, 노면의 요철, 노선의 굴곡도, 나아가서 가족의 구성과 외출의 형태, 생활양식 등이 관련되어 있으며, 그러한 것들은 자동차가 ‘국적’을 가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환경에서, 한국인의 정서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차는 틀림없이 독일이나 미국의 차들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이용하는 차의 ‘효용’에서 물리적 만족감과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게 될 때 그것이 종합적인 한국적 디자인일 것이다.
오늘날 자동차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자동차의 효율화 추세 속에서, 오늘날의 자동차 디자인은 효율성과 감성을 충족시키는 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차량 동력의 전동화와 연비 상승의 요구 속에서, 공기역학은 자동차 디자인을 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자동차는 대체로 시속 60㎞ 이상의 속도부터 차체에 작용하는 저항력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러한 저항력은 연비, 최고 속도, 가속 성능 등에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공기 흐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저항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차체 높이는 낮고 깔끔한 형태로 디자인해야 한다. 자동차가 고속으로 주행하면 차체 표면에 유도저항(誘導抵抗)이 생기는데, 그것은 차체가 떠오르는 양력(揚力)이 발생할 때 부수적으로 생기는 저항이다. 실제로 차체의 표면은 매끈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차체의 아랫부분은 엔진이나 서스펜션 부품 등으로 복잡한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위로 흐르는 공기는 빠르며 압력은 낮고, 아래쪽의 흐름은 늦고 압력이 높다. 이것 때문에 차체가 떠오르게 되고, 차체의 뒷면에서는 와류(渦流, 소용돌이)가 작용한다. 이로 인해 차체를 지나가는 공기 흐름이 뒤쪽으로 나가면서 차체를 끌어당기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고, 양력의 증가와 함께 유도저항도 증가한다. 특히 차체 뒷면에서 공기가 떨어져 나가는 부분에 소용돌이가 많이 생기고 그로 인해 저항이 커진다. 그래서 오히려 뒤쪽 모서리를 날카로운 형태로 급격하게 끊어낸, 이른바 캄 테일(Kamm Tail)이 저항 감소에 효과적이다.

이 형태는 독일의 공기역학 연구자 브니발트 캄(Wunibald Kamm, 1893~1966)의 연구 결과로, 차체 뒤쪽을 직각으로 잘라낸 듯 날카로운 모서리 형태로 만들면 차체 뒤쪽에 소용돌이의 발생이 크게 줄어 전체적인 공기저항계수를 낮출 수 있다. 이러한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를 캠 백(Kamm Back)이라고도 부르는데, 공기가 떨어져 나갈 때 소용돌이가 오히려 적게 생겨 붙인 이름이다. 또한 차체 밑바닥을 평평하게 정리해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바닥의 형상을 플러쉬(Flush)화시키고 복잡한 부품을 커버로 덮으면 양력의 감소와 함께 실내 소음 감소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의 자동차 차체 스타일에서는 공기저항 MOBIS계수가 같더라도 곡선적 형태의 것이 있을 수 있는 반면, 면을 밀고 당기는 긴장감의 변화를 통해 날카롭게 모가 난 형태의 차체 디자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아무리 효율 높은 공기역학적 형태의 디자인일지라도 그 모양이 아름답지 않다면 소비자의 관심을 사지 못한다. 때문에 효율과 감성을 동시에 담은 디자인을 얻기 위해 차체 스타일 단계에서 디자이너의 발상은 매우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시대의 디자인
21세기는 디지털 시대이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문화와 감성이 결합된 콘텐츠를 가진 소프트웨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제품이 물리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기술이 필요한데, 여기에 소비자의 취향과 감성을 반영한 소프트웨어가 더해지면서 비로소 ‘마음에 드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민감한 것 중 하나가 자동차 디자인이다. 하드웨어가 고도화될수록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됨에 따라, 자동차 디자인 역시 스토리텔링이 필요해졌다.

일례로 2016년 개봉한 3D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는 앞으로의 자동차 디자인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자동차들을 디자인한 사람은 포드 자동차에서 디자인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던 제이 메이스(J. Mays)다. 그는 애니메이션 속 여러 종류의 자동차를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어울리게 디자인했는데, 이 역시 소프트웨어적인 자동차 디자인 접근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향후 자동차 디자인은 물리적 기능에서는 디지털과 IT가 결합된 기술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며, 소프트웨어로서는 인간의 상상력과 꿈을 대변하기 위한 창의적인 ‘이야기’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력과 꿈의 세계를 현실화시키는 수단으로써, 하드웨어를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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