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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움직이는 말의 힘

설득력

우리는 설득의 전쟁터에 살고 있다. 설득하려고 애쓰는 사람들과 설득당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의 한 판 승부 속에서 매일 힘겨운
싸움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긴 설득 끝에 값진 승리를 얻어내거나 때로는 어이없이 설득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설득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가정에서부터 직장 생활에 이르기까지 꼭 배우고 활용해야 할 중요한 무기라는 점이다.
글. 공문선(커뮤니케이션 클리닉 원장, <전략적 대화법> 저자)
논리’보다 ‘심리’를 자극하라
설득(說得)이란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을 쉽게 얻어내고,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끼치며,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설득의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강요당하는 느낌과 선택의 자유를 위협받는 데에 따른 심리적 방어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득의 과정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이해관계를 다투는 백병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서로의 감정까지 다뤄야 하는 심리전이라 할 수 있다. 즉, 설득은 논리보다는 심리적으로 감정을 자극해야 훨씬 효과적이다. 특히 가족관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당신은 지금 새로 나온 자동차에 관심이 쏠려 있다. 문제는 당신이 자동차를 산 지 1년도 안 됐고 아직 할부도 안 끝난 상태라는 것이다. 이럴 때 당신의 부인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당신이 아무리 새 차 구입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해도 부인은 쉽게 설득당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설득하는 기술을 활용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먼저 계속 조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득하는데 엄청난 전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설득은 단순할 수도 있고 쉬울수도 있다.

실제로 한 실험에 따르면 세일즈맨들이 영업을 할 때 46%의 사원들이 한 사람에게 두 번 요청을 했으며, 14%가 한 사람에게 세 번 요청하고, 12%가 네 번, 4%가 다섯 번 요청을 했는데 다섯 번 요청한 사람의 성공률은 무려 70%에 가까웠다. 당신도 한번 다섯 번만 졸라보라. 밥 먹을 때 차 바꿔줘! 설거지할 때 차 바꿔줘! TV 볼 때 차 바꿔줘! 화장할 때 차 바꿔줘!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감정을 자극하는 최후의 방법을 써보라. 갖고 싶은 자동차 카탈로그를 가슴에 안고 울다 지쳐 잠이 드는 것이다. 당신의 부인은 마치 아이가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다 흐느끼며 잠자는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감정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당신은 부인의 허락을 받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상대에게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낄 때 가장 쉽게 설득되는데, 실제로 일본 최고의 보험 설계사는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비가 오거나 태풍 부는 날을 골라 비를 흠뻑 맞고 찾아가 고객을 설득한다고 노하우를 설명한 바 있다. 이처럼 설득이 어려운 이유는 거절하는 상대방의 감정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적으로 설득당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때문에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감정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마치 갯벌에서 맛조개를 잡을 때 힘들게 삽질을 하기보다는 소금을 뿌려 조개를 살살 끌어내 쉽게 잡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힘 있는 말투, 생동감 있는 표현이 관건
비즈니스에서는 어떤 대화법이 설득에 도움이 될까? 먼저 힘 있는 화법을 쓰길 권한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거 같은데요’와 같이 힘없는 말보다는 ‘예 그렇습니다’,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와 같은 단정하는 화법이 더 효과적이다. 또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때 단어의 양과 말투도 중요한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초에 3.5개의 단어를 사용하고 말하는 도중 1분에 4~5차례씩 잠깐 쉬면서 말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인다고 한다. 지나치게 자주 말을 중단하는 사람은 어눌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너무 말이 유창하면 미리 짠 대본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니 대화 도중 잠깐의 여유를 갖자.

대화의 상대가 한 명이라면 ‘언어 구사 유사성’을 적용해도 좋다. 사람은 말의 속도가 같거나 톤이 비슷한 사람에게 더 끌리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상사가 빠른 말투로 업무를 지시하는데 후배가 느리게 대답하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상사의 말 속도에 맞춰 대답하고 상사가 자주 쓰는 단어를 사용하면 의사소통도 빠르고 쉽게 친해진다.

생동감 있는 표현을 하는 것도 상대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78년 미국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관련 공기업에 일반 주택을 무료로 검사해주도록 요구했다. 검사자가 주택을 진단한 뒤 집주인에게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권고하고, 필요하면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무이자 융자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검사자는 ‘문들의 틈새를 막으면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지만 단지 15%의 주민만 권고를 따랐다. 집주인들과 인터뷰를 해봤더니 대부분 문 밑의 작은 틈이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여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문들의 틈새를 다 합치면 농구공만 합니다’라는 생동감 있는 표현으로 바꿨다. 그 결과 61%의 주택 소유자가 호응했는데, 농구공만 한 크기의 구멍을 대단히 크게 느꼈다는 설명이다.
또 ‘에너지를 절약하면 연간 35만 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에 반응이 없어 ‘에너지 절약하지 않으면 연간 35만 원을 손해볼 수 있습니다’라는 표현을 쓰자 두 배 정도 더 많은 인원이 반응했다. 바로 잃었을 때 느끼는 불행이 얻었을 때 느끼는 행복의 2배에 달하는 ‘손실 회피 현상’이다. 이런 손실 회피 현상은 생활 속에서도 많이 체감할 수 있다. 10만 원짜리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보다 10만 원짜리 벌금고지서를 받았을 때 감정의 정도가 더 크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거절 못하게 설득하는 ‘더블바인드 스킬’
누구나 스티브 잡스는 알아도 존 스컬리는 잘 모른다. 존 스컬리는 마케팅의 귀재로 펩시콜라의 부사장이었다. 그는 코카콜라에 절대적으로 밀리던 펩시콜라를 최고의 브랜드로 키워낸 장본인이었고, 거액의 연봉을 받는 기업의 실세였다. 이런 그가 당시 작은 스타트업 기업이었던 애플로 가게 된 것은 순전히 스티브 잡스의 설득 때문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뉴욕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 존 스컬리를 초대한 뒤 자신보다 훨씬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은 거물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평생토록 설탕물만 팔면서 살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바꾸고 싶으십니까?” 존 스컬리는 이 한마디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잡스에게 설득당해 애플이라는 배에 승선하게 된다.

이런 설득의 기술을 ‘더블바인드(Double Bind) 스킬’이라 한다. 상대에게 감정적으로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상대가 쉽게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기법이다. 한마디로 상대가 ‘아니요’, ‘안 돼요’ 같은 거절의 말을 못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런 더블바인드 스킬을 장사에 활용해 성공한 곳도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유명 분식집은 늘 다른 가게보다 매상이 높다. 그 이유는 주문할 때 종업원의 대응 때문이다. 고객이 “라면 하나 주세요?”라고 주문하면 종업원은 “라면에 계란 하나를 넣어 드릴까요, 아니면 계란 세 개를 넣어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아니 누가 라면에 계란을 세 개나 넣는다는 말인가. 누구나 계란을 하나만 넣어달라고 한다. 그러나 설득의 본질은 계란을 넣고 안 넣고의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하나를 넣게 한다는 것이다. 대화의 초점을 양자택일로 몰아가면 거절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주도권을 줌으로써 감정적인 승리감까지 맛볼 수 있게 한다.

설득은 이처럼 감정을 다루는 심리전이고 알고 나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술이다. 말이란 한마디만 붙어도 내용이 달라지고, 한마디만 바꿔도 의미가 달라진다. 말은 하나의 도구고 입은 하나의 수단일 뿐, 말을 만들어내는 것은 머릿속이고 그 머리를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다. 그리고 설득이란 상대방의 마음에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기술이다. 이러한 설득의 기술을 생활 속에서도 활용해보라. 예를 들어서 남편에게 술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오라고 강요하는 대신 선택권을 주어보는 것이다. “당신 오늘 일찍 들어올래? 아니면 주말에 처갓집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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