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인의 꽃,
자동차 디자인

자동차는 패션과 건축, IT 기술 등 오늘날의 거의 모든 기술이 집약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감성과 기술 그리고 문화를 대표하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특성을 가진 자동차의 디자인은
어떤 조형적 속성을 가지고 있을까?
글. 구상(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 일러스트. 이혜헌
움직이는 기능의 제품, 자동차
흔히 자동차를 가리켜 ‘산업디자인의 꽃’이라고 표현한다. 자동차 디자인이야말로 모든 제품 디자인 중 가장 사람들의 감성에 어필되는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이외의 제품들은 감성에 어필되는 형태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일까? 실제로 자동차 이외의 제품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대부분이 단순한 상자 형태로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당장 우리가 날마다 들여다보는 TV가 그렇고, 컴퓨터, 냉장고, 세탁기, 오디오 등은 물론이고, 장롱과 책상 등도 상자 모양에서 변형되어 만들어졌다.
게다가 우리들이 일하며 살고 있는 건물과 아파트 역시 대부분 상자 모양이다. 자동차 역시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규격품’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상자형 제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모든 종류의 자동차는 그 모양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때문에 오디오나 TV 등과 같이 고정된 위치에 놓여서 사용되는 제품의 형태와는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거기에 속도가 더해지니, 그 효율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유선형(流線型; Streamlined Shape)이 필요해진다. 유선형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부분을 곡선으로 만들고 뒤쪽으로 갈수록 뾰족한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자동차는 실내 공간 확보와 고속 주행 시의 저항이라는 두 요소를 절충하기 위하여 유선형을 가진다. 이러한 유선형 디자인은 자동차에서 스타일 문제이기 이전에 물리적 저항을 완화시키는 기능적 형태이며, 속도를 가진 존재임을 말하는 은유적 형태 언어이다.
자동차 디자인은 추상예술?
그렇다면 자동차 디자인은 어떤 예술적 형태를 가지고 있을까? 우리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물체의 형태는 ‘구상(具象)’이다. 형태에서 구상의 의미는 ‘어떤 물건(모양)인지 알 수 있는 문자나 숫자’의 모양을 말한다. 한편 추상(抽象)의 문자 그대로의 뜻은 ‘추려낸 형태’, 즉 가장 대표적인 모양만 추려낸 것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추상적 형태’가 비상구 표시이다. 거기에는 사람이 문 밖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을 단순화된 선과 형태로 그려놓았다. 지구상에 그와 같은 모습을 한 인종은 어디에도 없지만 우리는 그 뜻을 이해하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또 공중전화 표지나 교통표지판 속의 그림들 역시 사물의 본질적 형태로 모양을 뽑아낸 추상(抽象)의 원리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멋진 자동차들 역시 속도를 상징하는 추상 작품에 해당한다. 이는 순수미술의 비구상적 기법의 추상이 아닌, 비상구 표시와 같은 ‘객관적’이고 ‘구상적’인 추상이어서 누구나 자동차를 보면 쉽게 ‘빠른 스포츠카’ 혹은 ‘튼튼한 트럭’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자동차는 추상적 형태, 특히 속도를 추상화시킨 형태를 가진 물건이다. 때문에 그러한 추상적 형태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는 바로 예술가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수직적 인상의 앞모습과 수평적 인상의 뒤태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무수한 자동차를 볼 때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의 얼굴 같은 역할을 하는 자동차의 앞모습일 것이다. 또 운전 중 바라보게 되는 앞차의 뒷모습은 마치 그 차 운전자의 뒤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면서도 자꾸 보고 싶어지는 자동차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위해서 디자이너들은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할까.
자동차를 보는 사람은 그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차 밖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차를 디자인할 때는 차를 타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 ‘관찰되는’ 조건을 고려한다. 때문에 자동차의 앞모습은 강렬한 인상이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이유에서 특색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 혹은 헤드램프 디자인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헤드램프의 형태 자체를 캐릭터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항상 램프가 켜져 있는 주간 주행등이나 기타램프류에 의해 앞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가지게 디자인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전면의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디자인하면서 각각의 램프 외곽 형상을 유사한 형태로 설정해 전체적으로 통일성 있는 이미지가 은연중에 느껴지도록 디자인한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아반떼가 그러한 디자인의 사례이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세부적인 형태는 차이가 나면서도, 전체 외곽 형상은 비슷해 보이도록 설정했다. 이러한 디자인은 직접적으로 느끼기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통일성이 느껴지도록 하는, 마치 숨은그림찾기와도 같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후드에서 그릴로 이어지는 선의 처리가 마치 수직적인 인상을 갖도록 디자인해서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에쿠스와 그랜저는 후드에서 그릴로 이어지는 긴 선을 넣어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반면 뒷모습은 앞서 가는 차를 따라가거나 신호 대기 중 관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읽을 수’ 있는 자동차 이름의 엠블럼을 부착하고, 전체적으로 수평적이고 안정적인 구성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뒤에는 브레이크 등과 방향지시등그리고 후진등, 후면 반사기를 법 규제가 만족하는 크기와 밝기로 붙여야 하는 기능적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온전히 멋 내기만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차 밖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디자인
한편 최근에 유럽에서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차량 디자인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보행자보호법 역시 자동차 앞모습의 디자인 변화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보행자 보호의 정책적인 연구가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법규가 제정될 예정이다. 보행자 친화적 차량을 만들기 위해 후드 안쪽에서 작동하는 에어백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차체 앞부분의 디자인이 변화된다. 승용차는 운전자의 전방 시야 확보를 위해 후드를 가능한 한 낮게 디자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엔진과 후드의 간격은 최소의 공간 확보에 그치게 된다. 때문에 추가의 완충 공간 확보를 위해 후드의 형상을 부풀리거나, 센서를 활용해서 충격이 감지될 경우 후드를 순간적으로 50mm가량 솟아오르게 작동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변화의 주요 특징 중 또 하나는 범퍼 디자인이다. 2007년 이전에는 승용차 범퍼의 상부 모서리 부위가 돌출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2007년 이후에 발매된 차량에서는 범퍼 형상이 변화했음을 볼 수 있다. 범퍼의 가장 아래쪽이 튀어나오도록 디자인해서 보행자와 차량 충돌 시 보행자의 발목 부위가 가장 먼저 범퍼와 접촉해서 보행자가 차량의 후드 방향으로 쓰러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재료를 보더라도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하는 구성 부품에 부드러운 소재의 연질(軟質) 합성수지 재질을 사용하는 추세다. 따라서 가공, 혹은 재활용 등의 요구에 의한 표면 처리 방법에 따라 전체 이미지도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자동차 디자인의 개념은 단지 차갑고 무거운 기계를 예쁘게 ‘장식’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실용적이고 튼튼하며 합리적인 제작 방법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치 있는 제품을 창조하는 종합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아무리 기능적 요소를 충실하게 만족시켰다고 해도,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디자인을 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가 되기 어렵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면서도 어려운 것은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소위 ‘드림카’ 중에서 멋진 디자인을 가지지 않은 자동차는 없다. 안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면서도 인상적인 앞모습과 균형 잡힌 뒷모습을 가지도록 디자인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드림카를 만들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임무이자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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