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액티비티의
‘짜릿한 메카’

스위스 인터라켄

스위스 인터라켄 지역은 알프스 액티비티의 메카다.
융프라우 등 베르너 오버란트의 설산과 마을을 배경으로 다양한 레포츠가 쉼 없이 이어진다.
패러글라이딩으로 알프스의 창공을 가르고, 트레킹을 하며 산악마을의 내리막길을 자전거로 질주하는 일이 일상처럼 펼쳐진다.
글.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인터라켄은 이름에 담긴 뜻 그대로 ‘호수 사이의 도시’다.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위치하며 오랫동안 산악마을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했다. 도심의 골목에 서면 아이거, 융프라우, 묀히 등 베르너 오버란트의 3대 봉우리가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해발 567m인 도시는 인구는 5,000명으로 아담하지만 1년 내내 관광객이 몰려와 늘 축제 분위기다. 중심가인 회에베크 거리는 전 세계 여행자로 북적이며, 골목 모퉁이를 돌아서면 노천 바와 각국의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인터라켄에서 산자락에 들어선 마을까지는 알프스 향취가 가득한 산악열차들이 오간다.
설산, 창공을 수놓은 패러글라이딩
동역과 서역을 가로지르는 메인 스트리트만 둘러보기에는 인터라켄은 탐스러운 곳들이 너무 많다. 호수 사이 아레 강변을 따라 고즈넉하게 하이킹을 즐겨도 좋다. 물길 따라 발걸음만 옮겨도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길을 걷다 만나는 호숫가 벤치에서 소박한 한 끼를 즐겨도 마음만은 넉넉하다. 가던 길을 멈추면, 현지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알알이 들어와 박힌다. 여름이면 골목마다 야생화가 피어 풋풋한 향기를 물씬 풍긴다.
인터라켄의 언덕인 하더쿨름에 오르는 것은 흥미롭다. 융프라우가 유럽의 지붕이라면 하더쿨름은 ‘인터라켄의 지붕’이다. 해발 1,322m 하더쿨름에 2시간여 발품을 팔아 오르면 두 호수와 인터라켄 시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언덕 위에는 360도 조망이 가능한 레스토랑과 공중에 매달린 듯한 전망대가 들어서 있다. 하더쿨름은 해가 저문 뒤에는 아득한 일몰과 야경을 위한 최적의 뷰를 만들어낸다.
한낮의 인터라켄 회에베크 공원은 패러글라이더들로 채워진다. 공원 한가운데 서면 형형색색의 낙하산이 새처럼 창공에 라인을 만들어낸다. 패러글라이딩은 인터라켄의 액티비티 중 단연 최고의 인기 레포츠다. 골목마다 예약을 위한 숍들이 분주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전문가와 함께 ‘2인 1조’로 뛰어내리는 탠덤 패러글라이딩이 주를 이룬다. 패러글라이딩의 출발 포인트는 800m 언덕 지점. 낙하산에 오르면 융프라우의 장엄한 산맥과 툰, 브리엔츠 호수가 ‘알프스의 나’를 호위하며 주변으로 펼쳐진다. 10~20분의 짧은 비행 시간과 빙글빙글 돌며 아슬아슬하게 착륙할 때의 스릴은 짜릿한 전율로 남는다.
인터라켄 일대의 스위스 알프스를 즐기는 방법은 최근 대담해졌다. 예전처럼 호수 너머 봉우리를 음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초록과 설경이 뒤섞인 공간에 직접 뛰어드는 박진감 넘치는 도전이 전개된다. 인터라켄 지역의 산악마을은 다채로운 액티비티로 맥박수를 높인다.
여름이 오면 그린델발트의 호흡이 빨라진다. 트레킹 시즌에는 거리의 상가들이 자정까지 문을 열고,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이방인들이 어우러져 마을이 흥청거린다. 그린델발트에서 즐기는 액티비티는 피르스트에서 풍성하다. 그린델발트에서 피르스트로 향하는 곤돌라를 타면 농익은 계절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피르스트역의 ‘마운틴 로지’라는 산장은 체험족들의 쉼터다. 하루 묵을 수도 있고, 등산화도 빌릴 수 있다.
피르스트역 옆에는 이 일대 최고의 패러글라이딩 출발 포인트가 자리 잡았다. 2,000m가 넘는 곳에서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를 바라보며 하늘을 나는 체험은 또 다른 묘미다. 패러글라이더는 새가 되어 날고 그 새들은 점이 되어 알프스의 봉우리에 박힌다.
이색 산악 레포츠의 만물 백화점
해발 2,168m의 피르스트역에서 바흐알프제 호수까지 이르는 트레킹 코스는 평이하고 아기자기해 가족 단위로 걷기 좋다. 이곳은 산악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라이더들에게도 인기다. 2시간 남짓 이어진 트레킹은 바흐알프제 호수에서 단말마의 소리를 내는 것으로 쉼표를 찍는다. 호수는 설산과 베르니즈 알프스의 봉우리가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듯 대칭을 이루며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갈 길을 멈추고 호수의 절경에 한동안 넋을 잃어 자리를 뜨지 못한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이곳 호수는 푸르고 맑다.
피르스트 액티비티의 재밋거리는 하산 길에도 숨어 있다. 피르스트 역에서 슈렉펠트까지는 피르스트 플라이어와 글라이더를 타고 케이블에 매달려 800m 거리를 시속 84km로 하강할 수 있다. 굳이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설산 사이를 비행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체험의 백미는 트로티바이크. 보어트에서 출발해 페달 없는 트로티바이크로 그린델발트까지, 내리막길을 1시간가량 유유자적 달릴 수 있다. 소가 풀을 뜯고 방울 소리가 들리는 알프스의 전원마을이 바이크 옆으로 느리게 흘러간다. 페달 없는 자전거를 타고 꼬불꼬불 오솔길을 따라 알프스 마을을 달리는 기분은 묘한 중독의 재미를 전해준다.

베르너 오버란트의 산악마을 여행은 설렘이 또 다른 설렘을 낳는다. 그린델발트를 출발한 열차가 집결하는 곳은 클라이네샤이덱역이다. 아이거 북벽 아래 클라이네샤이덱은 수많은 산악인을 등진 사연이 서린 곳이다. 알프스의 3대 북벽 중 하나인 아이거 북벽은 한때 등반금지령이 내렸을 정도로 험난한 코스였다. 70여 년 전 초등 등정을 위해 사투를 벌였던 청년 등반가들의 도전과 떠남의 이야기는 빛바랜 철로와 주위를 맴도는 트레킹코스 위에 남아 있다.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열차를 타고 ‘Top of Europe’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요흐에 오르면 알프스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융프라우와 알레치 빙하의 민낯이 눈앞에 펼쳐진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열차 시간에 쫓겨 서둘러 떠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야외 스노펀 지역에서는 한여름에도 스키, 눈썰매 체험이 펼쳐진다. 빙하를 따라 봉우리 옆 묀히 산장까지 이색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빙하 트레킹은 세계자연유산 위를 걷는다는 아득한 감동과 함께한다. 묀히 산장에서는 온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대용량 마운틴 커피 한잔을 맛볼 수 있다. 고된 여정 뒤에 경험하는 커피 맛은 가히 일품이다.
무공해 마을에서 시작되는 청정 트레킹
액티비티의 전율을 간직한 채 알프스의 산악마을에 기대 하룻밤을 묵어본다. 가슴에 ‘나만의 기억’으로 남는 또 다른 주인공들은 산 아래 작은 마을들이다. 산악마을의 가장 정점에 위치한 곳은 바로 뮈렌이다. 1,639m에 자리 잡은 마을은 지대가 높아 아이거, 융푸라우, 묀히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다. 샬레풍 가옥의 지붕에는 집이 만들어진 연도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고 창문 위는 방울과 산양 머리뼈로 장식돼 있다. 산악마을이 매력적인 것은 무공해 교통수단과 함께 숱한 트레킹 코스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오르지 않더라도 높은 곳에서 발걸음을 시작해 산 아래를 감상하며 내려올 수 있다. 뮈렌에서 그러취알프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루트는 철로 옆 숲속 길을 가로 지른다. 자전거도 다니고 노약자도 즐길 수 있는 초보자 코스는 봉우리를 조망하는 가운데 나란히 연결된다.
해발 1,275m에 위치한 벵겐에서는 앙증맞은 전기차가 거리를 오가는데 소음도 먼지도 없다. 덜컹거리는 열차 소리와 치즈 가게에서 나지막하게 나누는 마을 사람들의 대화만이 골목에 맴돈다. 벵겐에서 케이블카로 닿는 멘리헨은 파노라마 하이킹의 출발점으로 브리엔츠 호수를 조망하고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4km 하이킹 코스가 이어진다. 알프스의 ‘흙’을 밟고 ‘향기’를 맡는 상상밖의 일들은 인터라켄 일대에서는 이렇듯 편리하게 진행된다. 이 일대에만 70여 개, 총 200km의 다양한 하이킹 루트가 있는데 능선과 능선을 잇는 트레킹 코스는 꼬박 한나절이 걸리기도 한다. 인터라켄 지역 어느 마을에 머물든 땅거미가 내리면 노천바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이곳 전통 맥주인 루겐브로이로 갈증과 피로를 달랜다. 서역 뒤편으로 이어지는 옛 인터라켄 거리에서 앙증맞은 가게와 고풍스러운 집들을 만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알프스 봉우리로 별이 쏟아지면 몽롱한 기운 탓에 눈빛인지 별빛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행복한 노곤함. 이 모든 것이 지우지 못할 진한 감동과 추억으로 가슴에 새겨진다.
숙소
인터라켄과 산악마을 일대는 호텔, 호스텔 외에 로지와 산장호텔, 스위스 샬레 가옥, 캠핑장 등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있다. 간이역과 어우러진 산장호텔에서의 하룻밤은 감동을 증폭시킨다.
음식
이 지역 전통 맥주인 루겐브로이와 스위스 와인, 치즈 퐁뒤는 꼭 맛볼 것.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의 명성이 높은데 마을 단위의 와인만을 판매해 현지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벵겐 등 산악마을에서 직접 만드는 치즈는 맛과 신선도가 다르다.
기타 정보
인터라켄 지역은 여름에도 두꺼운 옷이 필수이며, 여행기간이 여유 있거나 두 개 산 이상을 등정 또는 트레킹 할 경우에는 VIP 패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VIP 패스는 융프라우 지역 7개 노선철도 및 곤돌라 탑승과 다양한 액티비티 혜택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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