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이 번지고 낭만이 노을지다
부안 변산반도

생동하는 자연 속에서 새삼 살아 있음을 느낀다. 뭉게구름이 변산반도 해변에서 들판으로 산으로 서서히 퍼져간다.
오후 햇살 아래 젖은 몸을 꺼내 놓은 해변이 사막처럼 펼쳐져 있다. 부드럽게 남겨진 물의 곡선을 드러낸 채 해변은 하늘을 마주보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발을 내디딜 때 마다 그 무게만큼 모래는 나를 지구로 끌어당기고, 그 무게만큼 바닷물은 하늘로 올라와 내 발등을 적신다.
글. 문나나(홍보지원팀 과장) / 사진. 이승우(홍보지원팀 차장)
아름다운 小우주 변산반도의 저녁
찬찬히 여유 있게 돌아보리라 생각하며 서울에서 3시간여 만에 도착한 전라북도 부안. 아담한 소도시 부안의 도로는 한적했다. 오래되어 정겨운 간판과 낮은 건물 사이를 지나 변산반도 해안가로 차를 몰자,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시원하게 뻗은 도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군산에서 부안으로 이어지는 새만금 방조제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간척사업으로 여러 정치적 · 사회적 대립 끝에 2010년 준공된 이곳은 세계 최장의 방조제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를 따라 가다 보면 고군산군도 4개 섬(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에 닿을 수 있다. 배편을 이용해야 했던 섬을 자동차로 20분 내 갈 수 있게 된 덕분에 사람들은 보다 수월하게 바다 한가운데서 낙조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긴 길을 따라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복잡한 대도시의 시간은 사라지고 느린 변산반도의 시간만남아 있었다.
새만금 방조제길을 뒤로하고 적벽강이 있는 수성당으로 향했다. 서해바다를 수호하는 계양할머니라는 해신(海神)을 모신 곳에 도착하니 마침 제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격포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흘에 어부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치성을 드린다고 한다.
수성당 앞은 4월 하순이면 유채꽃이 만발하여 푸른바다와 절묘하게 어울어지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하다. 무녀의 기도 소리 외에는 파도 소리만 맴도는 조용한 신당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올 한 해도 마을 사람들이 안전하게 바다에 나가 일을 하고 풍년을 맞을 수 있기를. 고사포해수욕장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마음속으로 기도를 남겨본다.
평일 늦은 오후의 고사포해수욕장은 인적이 드물었다. 눈앞의 풍경은 하늘빛과 물빛이 하나 되어 경계를 알 수 없이 아득하다. 햇살에 비친 먼 바다의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과 썰물이 되어 드러난 모래사장이 사막처럼 펼쳐져 있다.
발끝에 살며시 고개를 내민 조개 숨구멍이 걸린다. 행여나 보드라운 모래에 파묻혀 단잠을 자고 있는 조개를 깨울까 봐 비켜 걸음을 옮긴다.
저멀리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오늘의 태양을 배웅하기 위해 우리는 바로 옆 솔섬으로 자리를 옮겼다. 솔섬은 소나무와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다. 섬 뒤로 노을이 지고 떨어지는 해가 절묘하게 소나무 가지 사이에 걸리면 승천하는 용이 여의주를 문 모습과 꼭 같다고 한다. 솔섬 뒤로 해가 저물고 있다. 낙조를 마주한 모든 사람들은 숨을 멈춘 듯 어느 누구도 말문을 열지 않았다. 오롯이 저녁노을과 나와 파도 소리만 존재하는 그 순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우주 한가운데 있었다.
부안이 품은 순수와 오래된 시간
민박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내소사 인근에서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갓 지은 밥과 방금 무친 나물, 따뜻하고 보드라운 순두부. 가끔은 소박하지만 막 지어낸 밥상이 그리운 순간이 있다. 타지에 나와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는 역시 지역에 숨어 있는 백반집이 최고다. 식사를 마치고 내소사 일주문을 지나 곧게 나 있는 전나무길로 들어섰다.
모든 이를 넉넉하게 품어주는 듯 울창하게 우거진 전나무길은 잘 다져진 흙길과 솔향으로 가득하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 시절 건립된 절이다. 변산의 4대 절 중 전란의 화마를 피해 남아 있는 건 내소사뿐이다. 내소사 대웅보전의 나무문은 연꽃을 조각하여 만들었다. 단청을 하지 않은 기둥과 외관은 화려하지 않지만 예스럽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내소사가 위치한 변산반도국립공원에는 부안 8경 중 1경이라는 직소폭포가 있다.
산 안쪽에 숨어 암벽을 타고 쏟아져 내리는 직소폭포를 만나기 위해 차를 세우고 하이킹을 시작했다. 오르내리는 숲길을 몇 차례 지나자 호수처럼 아름다운 저수지가 나타났다.
데크를 따라 걸으며 저수지 아래를 보니 투명한 물속에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노닐고 있었다. 저 멀리 그림처럼 아련한 물줄기가 보인다. 좀 더 가까이 가보니 푸른 산을 벗삼아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암벽을 따라 시원하게 폭포가 쏟아진다. 거칠 것 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속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자리에 붙박힌 듯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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