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품족 그리고
알뜰족입니다

글. 윤진아(자유기고가)
사치품에 과감히 지갑 열고, 싼 건 더 싸게!
가성비 vs 가심비. 최근 소비 시장을 명확하게 대변하는 용어다. 일명 ‘가성비파’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만족을 얻으려는 성향을, ‘가심비파’는 비용과 상관없이 특정 선호 분야에서 심리적 만족을 극대화하는 소비를 지향한다.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은 A씨는 얼마 전 원룸을 장식할 미술 작품을 대여했다. 고가의 작품을 덜컥 구매했다가 집에 어울리지 않으면 대책이 없고, 자칫 금전적 투자 손실도 걱정이기 때문이다. 미술 작품은 사치 품목에 속하지만 대여 상품은 수개월 단위로 교체할 수 있어 분위기 전환 효과가 있는 데다, 안목을 키워나가는 재미도 있다. 직장인 B씨는 최근 여름옷을 장만하러 백화점을 찾았다. 월급 3분의 1에 달하는 고가의 브랜드 재킷을 구매한 A씨는 백화점을 나와 인근의 SPA 매장에서 면바지와 셔츠 두 벌을 합해 5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했다. 오래 입고 한눈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재킷은 가심비 높은 상품을, 매일 입는 이너웨어는 가성비 높은 상품을 선택한 것이다.
소비 능력이 있으면 고가, 상대적으로 소비 능력이 떨어지면 저가 상품을 구매하는 게 흔한 소비 패턴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아낄 것은 아끼는 대신 자기만족을 위해 특정 품목에는 과감히 돈을 쓰는 사람들이 소비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견인한 소비층은 20~40대다. 전문가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인테리어 소품이나 인형 뽑기로 위안을 얻었다면, 올해는 패션, 음식, 여행 등 각 분야에서 고급 제품을 선택하며 심리적 만족을 극대화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는 시장 곳곳에서 감지된다. 유명 소셜커머스 업체가 매월 진행하는 ‘디지털데이’의 올 1~4월 판매 분석 결과, 공기청정기(264%), 건조기(208%)의 매출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에는 냉장고나 세탁기 등 가성비 높은 대형 가전 매출이 크게 늘었던 것과 상반된 결과다. 업체 관계자는 “미세 먼지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고 심리적 안정을 주는 제품들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달라진 소비 패턴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가성비와 가심비 사이에서 정체성을 분명히 한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일례로 직접 뽑은 수제 냉면에 든든한 전복죽을 8,000~8,500원에 내놓는 음식점은 가성비파 고객이 몰리고 있다. 반대로 한 반찬 브랜드는 시판 제품보다 많게는 열 배나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희소성 있고 특별한 가치를 원하는 가심비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내 맘에 쏙 들지어다
나의 만족을 위해선 가격과 상관없이 과감히 지갑을 여는 소비심리 ‘나심비’, 나를 중심으로 한 소비생활을 뜻하는 ‘미코노미’도 최근 트렌드와 맞물려 세를 확장 중이다. 저성장이 장기화하면서 소득이 정체하고 구매력이 감소했지만, 소비를 포기할 수는 없다. 무조건 아꼈던 과거 세대와 달리, 요즘 소비자들은 최소 비용으로 이전과 비슷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대안을 찾고 있다.
개인의 만족도를 높이는 소비가 늘면서 관련 시장도 함께 성장 중이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속 깊어지는 박탈감을 위로하고 자존감을 세워주는 상품, 즉 ‘매력자본’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회에 진입한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세대가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늘린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평소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끼다가 한두 가지 품목은 고가의 제품을 선택하는 일점호화(一點豪華) 현상 확산을 견인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싸다고 무조건 사거나, 비싸다고 구매를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 소비자들은 ‘효율’과 ‘가치’ 사이에서 합리적인 절충지대를 선택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나간다. 업계도 일차원적인 가격과 용량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어떤 보상심리를 원하는지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의 감정적인 시그널을 얼마나 잘 읽고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기업 마케팅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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