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우리 모두의 삶에 박수를

WONDER

세상에는 평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아니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 경계를 가르는 것은 특별함일까,
아니면 장애나 질병 같은 평범하지 않은 인생의 불운들일까. 특별하든 비범하든 장애를 가졌든, 그들은 우리 안의 타자로 살아간다.
영화 <원더>는 그런 타자의 관점에서 평범한 사람들을 보는, 얼굴 외에 다른 것은 모두 평범한 한 아이의 성장을 그린다.
글. 심영섭(심리학자, 아트테라피 대표)
여기 푸른 우주를 배경으로 무중력처럼 유영하는 한 아이가 있다. 아름답고 느린 슬로모션. 그러나 그 슬로모션의 마법이 사라지고 카메라가 현실 속의 소년을 응시하면, 그저 침대 위에서 헬멧을 쓴 한 아이가 뛰는 것에 불과하다. 아이는 시작부터 “나는 평범한 꼬마가 아니라”고 고백한다. 어거스트 풀만. 혹은 어기(이하 어기로 통일)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와 의사를 모두 놀라게 했다. 어기를 찍으려던 아버지는 비디오카메라를 떨어뜨리고, 의사는 엄마가 보지 못하게 아이를 안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귀, 눈, 광대뼈, 턱뼈 등 ‘트레처콜린스 증후군’인 선천적 안면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 어기는 27번의 성형수술을 거쳐 지금의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줄곧 홈스쿨링을 하던 어기가 5학년이 되어 드디어 마음을 먹고 학교에 간다. 사실 그냥 학교가 아니라, ‘모두가 나를 쳐다보는’ 타인의 시선이 지옥이 될 수도 있는 새로운 우주에 첫발을 딛은 것이다.
영화는 어기가 우주복과 헬멧을 쓰고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판타지를 보여주며 어기의 마음을 역설적으로 묘사한다. 어기의 우주 조종사 헬멧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특별한 상징이다. 영화는 타자성을 넘어 헬멧 뒤의 삶을 그리려 한다. 그에게 집이란 부모님과 누나의 사랑이 넘치는 곳으로 <스타워즈>를 사랑하고 과학을 잘하며 핼러윈을 좋아하는 어기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자궁 같은 공간이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행성으로 모험을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10살인 어기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소우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는 학교라는 낯선 공간에 발을 딛게 된 어기 외에도 어기의 누나 비아, 처음으로 사귀게 된 친구 잭 윌 그리고 누나의 죽마고우인 미란다에게도 골고루 시선을 나누어준다. 그들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존재한다.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 착한 누나이자 모범생으로 부모님 속 한번 썩이지 않은 비아는 동생 어기에게 쏠린 모정에 대한 갈증으로 목마르다. 어기의 친구 잭 윌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지원받고 있다. 교장 선생님의 부탁으로 어기에게 마음을 열었지만, 어기가 있는 줄 모르고 친구들과 어기에 대해 뒷담화를 하다 어기의 오해를 산다.
어린 시절부터 비아의 베스트 프렌드였던 미란다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상처를 입고 그 사실을 친구들에게 숨기며 비아의 행복한 가정을 부러워한다. 부유한 집에서 부모님과 행복하게 사는 척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한 후, 죄책감과 시기심으로 비아에게 냉정하게 대한다. 그 사실을 알리 없는 비아는 미란다가 왜 자신을 멀리하는지 알지못한 채 상처를 입는다. 비아는 미란다의 사정을 몰라서, 어기는 잭의 사정을 몰라서 서로를 오해한다. 영화 <원더>는 안면 기형인 소년의 성장담인 동시에, 타인의 우주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편협한 생각에 빠질 수 있는지 전달한다. 이를 위해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은 주요 인물들의 사연을 돌아가며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삶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주인공들의 독백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면서, 한 인간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의 사정이 얼마나 다른지 이해를 돕는다.
그러나 자신을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이 이 우주에 있기 마련 아닌가. 비아에게도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있었다. 어기에게 괴물이라고 욕하고 괴롭히는 아이들도 있지만, 어기를 이해하는 친구와 어른들도 존재한다. 어기의 특별한 지식과 과학적 재능을 알아보고 어기에게 조용한 배려를 베푸는 터쉬만 교장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사려 깊게 대처한다. 월가에서 일하다가 선생이 되기 위해 증권맨을 포기한 브라운 선생님은 격언으로 아이들에게 삶의 통찰력을 깨우쳐주려고 노력한다. 또 흑인 소녀 썸머는 잭과 함께 어기의 새로운 친구가 되어준다. 이들의 오케스트라적인 조합이 점점 시너지를 내면서 관객들은 어기뿐 아니라 무대에 있는 모든 인물에게 골고루 관심을 쏟게 된다. 모두가 삶의 무대에서는 자신이 주인공이다. 항상 자신을 조연으로 생각하고 연극 무대에서도 주인공은커녕 대역을 맡거나 스태프 역할에 만족하던 비아.
그녀는 친구 미란다의 양보와 남자친구 저스틴의 격려와 도움으로 당당히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 장면은 매우 은유적이다. 안경을 갖고 오지 않아 남편의 안경으로 무대를 보던 엄마는 문득 딸이 우주의 중심이었던 때를 떠올린다. 어린 딸은 남동생이 갖고 싶다고 말했고 그래서 어기가 태어나지 않았던가. 딸도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이며 어기의 들러리가 될 수 없다는 자각. 그것은 비아와 엄마의 관계에 새로운 마중물을 흐르게 할 것이다.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는 영화 <룸>을 통해 관객과 평단에 놀라운 감동을 안겼던 아역 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와 세상이 다 아는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의 인상적인 연기다. 어기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나 너무 못생겼어요”라고 엄마에게 말을 건넨다. 엄마는 아니라고 하지만 어기는 “내 엄마니까 그런 거잖아요”라고 되받아친다. 이때 줄리아 로버츠는 화면 가득 클로즈업이 된 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너는 못생기지 않았어. 날 봐. 우리 모두 얼굴에 흔적이 있어. 얼굴은 우리가 갈 길을 보여주는 지도이자, 우리가 지나온 길을 보여주는 지도야. 절대로 흉한 게 아니야.” 이때 줄리아 로버츠는 매끈한 보톡스 맞은 여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흉터와 주름을 모두 드러낸 한 인간으로 어기와 관객을 마주한다.
그렇다. 인간의 우주인 마음은 이렇게 오해, 이해, 위로, 상실이라는 동력으로 자전한다. 이미 27번의 수술을 한것을 모르는 친구 잭이 성형수술이 필요하다고 할 때, “이렇게 잘생기려면 진짜 성형수술 많이 받아야 해”라고 농으로 받는 것. 친구들에게 왕따 당했다고 속상해하는 동생 어기에게 “학교는 거지 같고 사람들은 변한다. 그런 걸 알아야 평범한 아이가 된다”고 말하는 누나 비아. 어기의 얼굴에 점점 익숙해진다는 잭의 독백. 어기의 탄생으로 중단되었던 석사 논문을 다시 써보려 고군분투하는 엄마. 이러한 모든 이들의 얼굴과 마음에 윤기가 돌면서 주인공 어기만의 우주로 시작되었던 영화는 점점 확대되어, ‘우리’라는 더 큰 우주로 서서히 나아간다.
원작자인 R. J. 팔라시오는 도서 출간과 함께 ‘친절을 선택하라(Choose Kind Movement)’는 캠페인을 벌였다. 전세계 사람들에게 차별과 편견을 버리고 타인에게 베푸는 아주 작은 친절함부터 행동에 옮기자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었다고 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기적(Wonder)’은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함이라는 친절로부터 시작된다. 영화 속 대사처럼 어기의 외모는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시선은 바뀔 수 있다. 우리의 행동은 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각자의 행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단초가 된다. 헬멧을 쓰고 사는 닫힌 우주가 아니라, 저마다의 행성이 빛을 내며 헬멧 뒤 누군가의 우주를 탐험하는 것.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순진하지 않은 <원더>의 낙관성은 보는 내내 기적은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댓글 총 1

LOGIN
로그인
로그인

닫기
웹진 회원가입

현대모비스 임직원만 회원가입 가능합니다.
직원여부 확인을 위해 사원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닫기
웹진 회원가입

귀하의 회사메일로 인증코드가 발송되었습니다.
인증코드 번호를 입력바랍니다.

닫기
웹진 회원가입

인증번호를 통하여 본인 확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용하실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비밀번호 재발급을 위하여 사원번호(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세요. 본인 확인 인증번호가 발송됩니다.

@mobis.co.kr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귀하의 회사메일로 인증코드가 발송되었습니다.
인증코드 번호를 입력바랍니다.

닫기
비밀번호 재발급

인증번호를 통하여 본인 확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용하실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