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람,
자동차 광고의 진정한 매력

광고에서 가장 강력한 한마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당신’이라는 단어다. 미국 예일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물건을 판매할 때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단어를 조사한 결과다. 이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돈을 지불하고
정말로 구매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글.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혜헌
구매 동기를 자극하는 첫 번째 요인은 ‘자기만족’
우리는 보통 제품이 우수하거나 가성비가 좋으면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한다. 또는 다른 제품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별한 기능이 있다면 그 역시 중요한 구매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일대학교의 연구 결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 ‘가격’이나 ‘성능’, 혹은 ‘첨단 기능’ 등 제품과 관련된 단어가 아니라 물건을 살 ‘내’가 가장 큰 동기일까. 고객이 돈을 주고 구입하여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자동차와 같은 제품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장비들이다. 하지만 그 쇳덩어리와 전자 장비들은 그 자체로는 고객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 그 제품의 어떤 기능이 얼마나 우수하고 경쟁자들보다 우월한가도 제품의 설명과 비교에 불과하다. 사실 고객이 구입하는 것은 제품도, 그 제품의 기능도 아니다.
바로 고객 각자가 그 제품과 기능으로부터 얻는 혜택이다. 예를 들어 같은 가격, 같은 품질의 자동차 두 대가 있다고 하자. 한 모델은 뛰어난 핸들링 성능이 강점인 반면 다른 모델은 푹신한 승차감이 좋다. 어떤 차가 더 우수한가? 아마도 당신의 대답은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일 것이다. 정답이다. 제품을 구입하는 이유는 고객이 자신의 목적과 취향을 만족하기 위해서다. 즉 제품이나 기능보다는 고객 각자의 만족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광고가 이런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특히 자동차처럼 20세기 사회의 모습까지 바꿔버린 산업-문화적 복합 상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자동차가 서구 귀족 및 상류층의 장난감에 불과했던 시절에는 광고가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구체적인 용도와 장점을 홍보했다. 특히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에는 연료 경제성을 강조하는 광고가 부쩍 늘어나면서, 광고는 더욱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바뀌었다. 고급 승용차의 광고 전략 역시 다르지 않았다. 대중적 자동차 모델은 경제성이나 실용성을, 고급 모델은 호화로움을, 각각 제품의 장기를 직설적으로 광고하며 고객의 눈을 붙잡으려 애썼다.
자동차 광고, 감성을 터치하다
그러나 구매 고객의 분석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제품의 경쟁력만큼이나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의 타입 2 미니버스가 그 예다. ‘코끼리를 숨길 곳이 필요할지 미래는 아무도 모르잖아요(You never know when you'll have to take an elephant someplace.)’라는 광고 카피로 넓은 실내 공간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넓은 실내 공간을 딱딱한 숫자로 표시하는 대신 코끼리라는 거대하지만 순한 이미지의 동물을 동원하여 소비자가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동차 광고이면서도 자동차 이야기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 광고가 등장한다. 1970년대 버스의 승객들이 옆에 나란히 멈춘 포르쉐 911과 그안의 커플을 바라보는 모습의 광고다. ‘이 차가 필요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Keiner braucht ihn, Jeder möcht′ihn.)’는 광고 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포르쉐는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라는 은유였다. 이 광고에는 자동차에 대한 설명은커녕 911이라는 모델 이름도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바닥에 포르쉐 브랜드의 이름만 한 번 깔렸을 뿐이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느냐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광고였다. 하지만 단순히 파격적이라고 해서 포르쉐의 광고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첫째 포르쉐의 브랜드 파워와 이미지가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이고, 둘째 사람들이 감성으로 전하는 광고를 받아들일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당시 석유 파동으로 삶이 팍팍해진 사람들은 광고를 보며 꿈을 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원래 광고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사람들에게 꿈을 선물하는 대신 물건을 사라고 하는 거래의 제안이기 때문이다.
제품이 아닌 꿈과 감성을 팔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광고도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자동차가 사치품이었던 1980년대 이전에는 자동차의 웅장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단편적인 광고가 주를 이뤘다. 그러다 현대 포니 등 국내 자체 모델의 등장과 함께 찾아온 마이카 붐이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출연시켰다. 마이카족이 되면 내 삶도 연예인과 비슷하게 멋지고 행복해질 것만 같은 꿈을 심어주었다.
약간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광고 시리즈의 헤드카피였던 ‘가자, 해를 따라 서쪽으로!’가 나중에는 모델의 슬로건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현대 갤로퍼는 사람들에게 현실 탈출의 꿈을 심어주기도 했다. 자동차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광고에서도 성능을 이야기하는 차가 하나둘 등장했다.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광고는 현대 엘란트라 1.6 DOHC의 독일 아우토반 광고다. 엘란트라와 함께 성능을 겨루던 포르쉐 911의 드라이버가 엄지를 치켜올리던 모습이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능을 주제로 엘란트라와 포르쉐가 함께 거론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았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승부해
21세기 들어서 우리나라 자동차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뛰어난 가성비로 세계 5위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갔고 현대차그룹은 세계 유일의 21세기에 급성장한 자동차 브랜드가 되었다. 현대차는 가격에 비해 가장 크고, 넓고, 장비 수준도 매우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가성비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가 되었다. 당시의 광고는 매우 밝은 분위기였다. 가족들은 화목하며 인생에 생기가 넘치는 등 다시 이전의 꿈을 팔던 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그러나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자동차로서의 기본기에 아쉬움이 있다는 자각이 뒤따랐다. 제원표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실제로 좋은 차를 만들기로 했다. 최고 출력은 줄어들었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은 더 좋아졌고 차체는 조금 무거워졌지만 훨씬 더 단단해져 조종 성능과 안전도는 크게 향상되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모델이 2013년 말 이후 등장한 2세대 제네시스인 DH와 LF 쏘나타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차의 내실은 좋아졌지만 숫자로 표시되는 제원은 나빠졌다는 사실이었다. 오랫동안 눈에 보이는 것에만 훈련되어 있는 소비자들이 당황할 것 같았고, 이로인해 판매가 저조할까봐 걱정이 앞섰다. 뭔가 시선을 붙잡으면서도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LF쏘나타의 ‘본질로부터’ 광고 시리즈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각각 ‘RUN’, ‘TURN’, ‘STOP’, ‘PROTECT’의 자동차의 핵심 기본기 네 가지를 간결하게 언급하는 이 광고 시리즈는 새로운 자동차 만들기 철학을 이제야 깨달았음을 고백하는 독백과도 같았다. 진정성의 울림이 있는 광고였다. 착실하게 다진 기본기를 바탕으로 자동차 라인업의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졌다.
고객층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형
이제는 자동차의 기본기에 대한 이야기는 부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의 색깔은 완벽하게 구분된다. 기아 스토닉 가솔린과 투톤 컬러모델이 출시되면서 선보인 ‘투토니, 가솔리니’ 광고는 가격 경쟁력과 참신한 색상 디자인을 직설적이지만 위트와 함께 전달하는 실용형 감성 코드를 사용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간결하고 명료한 메시지 전달에 익숙한 젊은이들을 겨냥한 광고 콘셉트였다. 이와는 반대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실질적 첫 오리지널 모델인 G70은 안드라 데이(Andra Day)의 ‘라이즈 업(Rise up)’의 BGM과 주행하는 G70이 오버랩되는 광고로 품격 있는 스포츠 드라이빙의 세계로 강렬한 초대장을 보내왔다.
광고는 꿈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 꿈은 소비자에게는 감성적 풍성함의 밑거름이고 제품을 판매하는 이에게는 보다높은 부가가치의 원천이 된다. 모두가 제품이 내게 주는 혜택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특히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자동차 광고에는 감성 코드가 더욱 중요하다. 결국은 사람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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