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자연이 만든 걸작,
그 숨 막히는 감동을 마주하다

멜버른

유럽풍의 낭만적인 도심과 대자연으로 둘러싸여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호주의 멜버른. 시드니와 함께 호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멜버른을 찾는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가 있다. 시간과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걸작을 만날 수 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섬 전체가 하나의 자연공원인 ‘필립섬’에서 만나는 펭귄 퍼레이드다.
글. 허준성(여행작가, <흥미롭다 호주> 저자)
호주의 역사는 25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250년 전에는 ‘애버리지니’라고 불리는 원주민이 이 넓은 대륙의 주인이었다. 총칼을 든 영국인들에게 원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이방인(호주인)이 지금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다. 호주를 오랜 기간 여행했다고 이야기하면 다들 호주가 인종 차별이 심하거나 불친절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호주는 돈을 쓰러 온 관광객들에게는 호의적이지만, 영어에 서툰 이방인을 무시하는 쌀쌀맞은 호주인도 제법 많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방인이 다른 이들을 이방인 취급하는 곳. 그곳이 호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호주라는 나라는 매력적이다. 계절이 우리와 반대인 것도 세면대에서 물이 반대로 돌며 내려가는 것도,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신기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자연도 부럽고 오후 4~5시면 퇴근해서 파도타기를 즐기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호주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부럽다. 그런 호주를 만나러 혹독한 겨울을 안겨준 북반구에 안녕을 고하고 남반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따뜻한 공기가 그리웠고 여름까지 기다리기엔 조급증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은 곳. 한여름 더위가 한풀 꺾여 가을로 녹아들고 있는 호주 멜버른이다.
1. Great Ocean Road
푸른 바다의 시원함, 도로와 함께 달리는 초록의 언덕 자락이 조화롭게 버무려진다. 오랜 시간을 달려야 하지만 결코 멀게 느껴지지 않는 마법의 길이다. 풍경이 부리는 마법에 야생의 날것까지 더해진다.
길을 가다가 보면 야생 코알라가 길을 막기도 하고 왈라비가 무심하게 쳐다보기도 한다.
2. Memorial Arch / 3. Twelve Apostles
멜버른 시내에서 2시간가량을 달리면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시작을 알리는 메모리얼 아치에 닿을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퇴역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시작된 해안도로는 이제 호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되었다.
위대한 자연의 조각품 ‘그레이트 오션 로드’
멜버른공항에서 차를 빌려 향한 곳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다. 멜버른 시내에서 2시간가량을 달리면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시작을 알리는 메모리얼 아치(Memorial Arch)에 닿을 수 있다. 총 길이 240km가 넘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표지판상의 도로 번호는 B100이다. 멜버른 옆 질롱(GeeLong)이라는 도시에서 시작되는 B100번 도로는 토키(Torquay)라는 지역을 지나면서부터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불린다. 메모리얼 아치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들어섰음을 알려주는 시작점 같은 곳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퇴역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시작된 해안도로는 이제 호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되었다.

메모리얼 아치를 카메라에 담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따라 달렸다. 구름이 가렸을 때 바다는 도로를 집어삼킬 듯 짙은 회색빛 파도로 겁을 주다가도 잠시 하늘이 열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푸른 얼굴로 환하게 웃어준다. 도로는 본격적으로 S자를 그리기 시작한다. 굽어지는 곳마다 제한 속도가 내려갔다 올라가기를 반복한다. 제한 속도가 낮은 곳이면 여지없이 이어지는 절경에 자연스레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푸른 바다의 시원함, 도로와 함께 달리는 초록의 언덕 자락이 조화롭게 버무려진다. 오랜 시간을 달려야 하지만 결코 멀게 느껴지지 않는 마법의 길이다. 풍경이 부리는 마법에 야생의 날것까지 더해진다. 길을 가다가 보면 야생 코알라가 길을 막기도 하고 왈라비가 무심하게 쳐다보기도 한다.

멜버른 시내에서 출발한 지 거의 4시간 만에 12사도(Twelve Apostles) 비지터 센터에 도착했다. 마음은 이미 바다를 향해 뜀박질을 시작한다. 카메라를 쥔 손엔 힘이 절로 들어간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얼마나 보고 싶었던 장면이던가. 파도에 의해 침식된 바위들과 절벽, 굴곡이 있는 해안선 등 바다가 만들어낸 풍경에 취해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석회암을 깎아낸 바다는 오늘도 쉬지 않고 바위를 조각하고 있다. 파도에 깎이고 깎이며 4개는 이미 바다에 누워 쉬는 것을 선택했다. 12개였던 바위는 이제 8개밖에 남지 않았다. 언제 다시 여기 서게 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과는 또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을 것이다.
작은 펭귄들이 펼치는 퍼레이드
수천 마리의 야생 펭귄들이 일과를 마치고 무리 지어 둥지로 돌아가는 모습을 펭귄 퍼레이드라 한다. 펭귄 퍼레이드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단 두 곳밖에 없다. 하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고 나머지 하나가 멜버른의 ‘필립섬’이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페어리 펭귄(Fairy Penguin)을 말이다. 다 자라봐야 30cm가 넘지 않을 정도로 작고 귀엽다. 필립섬까지는 멜버른 시내에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펭귄 퍼레이드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해가 진 뒤 1시간 동안이다.
펭귄 퍼레이드(Penguin Parade)는 필립 아일랜드 자연공원(Phillip Island Nature Park)에서 관람한다. 입장료에 따라서 얼마나 가까이서 펭귄을 볼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기왕이면 ‘펭귄 플러스’ 표를 끊는 것이 좋다. 펭귄 플러스는 펭귄이 바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따라 앉아 있을 수 있다. 펭귄은 카메라의 플래시를 보면 눈이 멀 수도 있어 퍼레이드 중에는 절대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 야생의 펭귄이 눈이 먼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게다가 펭귄을 만져서도 안 된다. 펭귄은 냄새로 집도 찾고 가족도 찾는데, 사람 냄새가 묻으면 그 때문에 집도 가족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4. Phillip Island Nature Park
펭귄 퍼레이드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단 두 곳밖에 없다. 하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고 나머지 하나가 멜버른의 ‘필립섬’이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페어리 펭귄(Fairy Penguin)을 말이다.
다 자라봐야 30cm가 넘지 않을 정도로 작고 귀엽다. (사진 출처 : Phillip Island 홈페이지)
해가 지고 드디어 한 무리의 페어리 펭귄이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한다. 바다에서는 물고기보다 빠르게 움직였겠지만 육지에서는 뒤뚱뒤뚱 한 걸음 옮기기도 버거워 보인다. 힘들게 해변을 벗어나서는 바로 눈앞 언덕에서 털을 고르며 잠시 쉬는 듯하다. 털을 다 고른 펭귄은 두리번거리다가 한 놈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8~10마리 정도가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 동물원이 아닌 야생의 펭귄이 직접 집으로 돌아가는 퍼레이드를 보다니. 뒤뚱거리는 모습은 사랑스럽고 가끔 돌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이 순간만큼은 숨을 죽이고 펭귄들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걷는다. 하나둘씩 지나가던 펭귄이 어느새 수백 마리가 되었다. 바닷길은 이미 수백 아니 수천 마리의 펭귄에게 점령을 당했다. 물밀듯 밀려오는 펭귄을 멍하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끼이욱~ 끼이욱~” 사방에서 펭귄들이 울기 시작한다. 자기 집을 찾아간 펭귄이 짝을 부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힘겹게 집을 찾아온 기쁨을 표현하는 소리 같기도 하다. 삶과 죽음의 바다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살다가 돌아온 기쁨이 얼마나 클 것인지 우리는 짐작도 못할 것이다. 바다에서 자기 짝과 손잡고 다닐 수는 없을 터. 혹시나 아직 돌아오지 않은 자기 짝에게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서로를 부르는 소리에 걱정이 한가득 묻어 있는 듯하다. 광활한 자연과 바다를 보며 느꼈던 감동도 좋지만, 야생 펭귄의 진짜 삶을 보는 것은 단연 최고다.
호주 동부 여러 도시를 다녀봤지만 지금도 누군가 호주의 어디가 좋았냐고 물으면 고민 없이 추천하는 곳이 멜버른이다. 그중에서도 아찔한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을 배경 삼아 300km 가량 이어진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그림책에서만 보던 펭귄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필립섬은 절대 놓치면 안 될 명소다. 도시적인 서정을 지닌 시드니와 원초적인 자연을 간직한 골드코스트를 섞어놓은 멜버른. 그중에서도 대자연으로 둘러싸인 외곽 지역은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Travel
Tip
운전대도 반대, 차선도 반대
호주는 우리나라와 반대쪽에 운전대가 있다. 이는 생각보다 금방 적응이 된다. 차선도 반대인데 이건 조금 시간이 걸리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 차선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운전자 옆에 중앙선이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교통신호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모두 녹색 신호에서 움직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우회전에 신호를 받지 않는다. 마찬가지일 것 같지만 호주에서는
좌회전도 신호를 봐야 한다. 직진이 빨간색이면 좌회전도 금지다.
스쿨존
학교 근처에서 속도를 제한하는 스쿨존은 아이들 등교 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 그리고 하교 시간인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다.
그 시간 동안은 시속 40km 이하로 다녀야 한다. 호주는 스쿨존 제한 속도를 어기면 엄청난 벌금을 물리기로 유명하다.
유료·무료 주차
주차비를 내고 영수증을 차량안에 보이게 두어야 견인되지 않는다. 영수증에는 몇 시까지 주차할 수 있다는 시간이 나와 있다. 선지급이라
주차를 얼마간 할지 잘 계산해야 한다. 도로가 표지판에 1P, 2P로 적혀 있는 곳은 해당 시간 동안 무료 주차가 된다는 뜻이다. 1P라 적혀 있는
곳이면 1시간이 무료라는 뜻이다(1/2P는 30분 무료, 1/4P는 15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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