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느린 겨울을 머금은 그곳에 가다

“문을 닫습니다. 출발합니다. 삐삐삐…”
빠르게 달려가는 기차를 쫓아오던 회색 도시 풍경은 이내 지쳤는지 점차 느려지다 시야에서 사라졌다.
가끔 내가 속한 세상의 속도를 조절하고 싶을 때가 있다. 빠름에서 느림으로. 바쁨에서 멈춤으로. 스침에서 응시로. 그런 마음이 들 때면 기차를 탄다.
빠름의 속도에 실려 느림의 속도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 끝에 겨울을 머금은 남이섬이 있었다.
글. 문나나(홍보지원팀 과장) / 사진. 이승우(홍보지원팀 차장)
겨울 남이섬 여행은 치장하지 않은 자연의 맨 얼굴과 조우하는 일이다. 발바닥에는 언 땅의 기운이 전해지고, 매운바람이 두꺼운 점퍼 안까지 파고들지만, 가는 길마다 더 선명해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투명한 겨울 속에 잠긴 평일 오후의 남이섬은 적막하지만 평온하다. 주말의 소란스러움이 걷힌 그 자리엔 얼음 밑으로 돌아나가는 북한강 물길이 간간이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원래 남이섬은 섬이 아니라 뭍이었다. 청평댐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섬이 된 이곳은 故 수재 민병도 선생이 척박한 모래땅에 다양한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아름다운 산책로가 생겨났다. 메타세쿼이아길, 은행나무길, 벚나무길, 잣나무길, 자작나무길, 갈대숲길 등 남이섬은 길을 통해 사람들에게 설렘과 추억을 선사한다. 고요하게 서 있는 겨울나무들 사이에서 청솔모가 고개를 내민다. 봄이었다면 푸른 가지 사이에 숨어버렸을 녀석은 감출 것 없이 드러난 나뭇가지 위를 활기차게 오르내린다.
나미나라공화국. 남이섬의 또 다른 이름이다. 독립된 국기와 우표, 화폐, 문자까지 갖추고 사람들을 상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다양한 국가의 인사말이 적힌 팻말,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은 눈사람 그리고 세계민속악기 박물관과 같은 전시관은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환영받는 즐거움을 준다. 알록달록 목도리를 두른 얼음 눈사람이 눈썰매장으로 가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신나게 놀다 떠나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재미난 얼음 조각상들이 붙잡는다. 겨우내 북한강 찬바람이 오고 가며 매만진 덕인지, 잘생긴 조약돌처럼 부드럽다. 겨울은 문득 찾아와 눈과 얼음을 선물하고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를 답례로 받아간다.

장작불에 손을 모은다. 처음 보는 이들이 모여 욕심 없이 온기를 나눠 갖는다. 국적도 나이도 다르지만 무릎을 맞대고 불을 쬐는 내 옆의 낯선 이가 친근하다. 겨울은 물기가 없다. 겨울은 벌거벗었다. 그래서 겨울은 서로를 느끼는데 있어 가장 따뜻한 시간이다. 남이섬의 겨울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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