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감상의 출발은
작가로부터

미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어렵다’, ‘난해하다’, ‘잘 모르겠다’고 반응한다.
어렵고 난해한 미술 작품을 대했다면 다음 세 가지를 떠올려보자. 첫째, 작가는 누구인지 찾아볼 것 둘째,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릴 것 셋째, 작품 속 해석의 장치를 눈여겨볼 것. 이 세 가지만 숙지해도 미술의 이해와 감상이 훨씬 쉬워진다.
글. 김재석(<아트인컬처> 편집장)
1. 조덕현 <1935> 장지에 연필 582x391cm 2017 /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작가는 누구인가?
동시대 미술의 세계로 진입하는 첫 단계는 ‘작가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일이다. 조르조 바사리가 르네상스 시대의 작가 200여 명의 삶을 추적한 <미술가 열전>을 미술의 역사를 연구하는 미술사학의 출발로 꼽는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그동안 미술 잡지의 에디터로 일하면서 많은 작가를 만났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들 대부분은 ‘미술’ 그 자체에 매우 다른 개념과 태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미술가’라고 했을 때 떠올릴 만한 공통분모는 없었다. 특히 작업실에서 창작의 고통에 휩싸여 머리를 쥐어짜며 괴로워하거나, 뭔가에 홀린 듯 영감이 오길 기다렸다가 작업에 몰두하는 낭만주의적 작가상은 극히 드물다. 요즘의 작가는 과학자처럼 연구하고, 역사학자처럼 작업의 주제를 다각도로 조사하거나 공장장처럼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또 고고학자처럼 과거의 사건을 발굴하고, 철학자처럼 일상의 이면을 들춰본다. 작가별로 나타나는 작업 방식의 차이는 동시대 미술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미술이 어렵다고 느끼게 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형식적으로나 외형적으로 매우 유사해 보이는 작품이어도,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배경 지식을 알고 나면 그 결과물이 전혀 다르게 보이니 말이다.
2. 마이클 주 <Single Breath Transfer> 유리 34x26x24cm 2017 /Courtesy of the artist & Kukje Gallery
보는 미술, 읽는 미술
전시를 보기 전에 작가에 관한 정보를 체크해두는 것만큼, 미술 감상이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과감히 버리는 일도 필요하다. 최근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Single Breath Transfer>를 개최한 마이클 주는 자신의 작품을 한 편의 ‘글’이라고 설명한다. 전시장에는 글이 아닌 회화, 조각, 영상 등 익숙한 미술 장르의 작품이 있는데도 말이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미술을 공부한 이력답게 그는 예술과 과학을 접목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작품의 외형은 종종 실험실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번 전시 제목도 ‘단회 호흡법’ 혹은 ‘일산화탄소 폐확산능검사’를 의미하는 의학 용어에서 따왔다. 전시장에는 전시 제목과 동명의 연작이 출품되어 있었다. 높이가 다른 기단에 놓인 색색의 유리 조각은 전통적 유리 공예의 결과물에 다름없다. 그 외형이 못생긴 꽃병 같기도 하다. 그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닐봉지나 종이가방에 숨을 불어 넣고 여기에 빠르게 스프레이를 뿌려 형태를 고정했다.

이를 세라믹으로 캐스팅하고, 그 안에 액체 상태의 유리를 넣어 다시 숨을 넣는 과정을 거쳤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이 작업이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수많은 정보를 담은 한 편의 글이라 강조했다. 작가의 숨을 비롯해, 종이와 플라스틱, 유리 따위의 재료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 작가는 말한다. “내가 던지고 싶은 화두는 ‘정보’이다. (중략) 사람들이 사물만 보기 위해 전시장에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략) 나나 관객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도 재조합해보고 싶었다. (중략) 지금 눈으로 보는 이 작품은 이런 모든 정보를 재조합한 결과물이다.”
3. 마이클 주 <Single Breath Transfer> 유리 40x32x25cm 2017 / Courtesy of the artist & Kukje Gallery
해석의 장치들
작품을 눈으로 보고 정보를 재조합하면서, 작가가 설계한 작품속 해석의 장치들을 하나둘 발견하는 재미는 어떤가? 최근 PKM갤러리에서 열린 조덕현의 개인전 <에픽 상하이>가 적절한 사례일 듯하다. 그동안 작가는 역사 속에서 사라진 이름 없는 개인들의 삶을 연필 세밀화와 설치미술의 형식으로 조명해왔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폭 5.8m, 높이 3.9m의 초대형 회화 2점. 고풍스러운 역사화를 떠올리는 이 작업에는 시공간을 초월한 장면이 혼재해 있다. 마치 한편의 영화나 거대한 낡은 사진, 혹은 꿈의 한 조각을 보는 몽롱한 기분을 선사한다.

현재 작가는 ‘조덕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가 조덕현은 ‘영화감독’처럼 자신의 이름과 같은 실존 배우 조덕현을 캐스팅하고, ‘소설가’처럼 가상 인물 조덕현의 인생을 상상하며 한 편의 서사를 써내려가고, 배우 조덕현의 얼굴을 한 가상 인물 조덕현의 모습을 ‘화가’가 되어 캔버스에 담는다. 이번 전시에는 1930년대 화려했던 옛 상하이를 다루기 위해 중국의 소설가 미엔미엔과 협업했다고 한다. 이렇게 몇 겹의 이야기 장치를 만든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작가는 가상인물 조덕현의 서사가 관객이 작품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조덕현의 서로 다른 정체성이 관객을 혼란시킬 것이라 예상한다. 그는 이 혼란을 “의도된, ‘즐거운’ 장치”라고 설명한다. “관객은 혼란을 통해 평상에서 이탈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허구를 사실처럼 받아들이며 점차 빠져들 것이다.” 몰입과 혼란을 오가는 것, 그것이 작가의 의도라면 우리가 주저할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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