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타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겁니다

브랜드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고객에게 브랜드를 강요하는 대신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전 세계 주요 브랜드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동차 박물관, 자동차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당신이 꼭 한 번은 경험해야 할 모빌리티 플레이스를 소개한다.
글. 이융(자동차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노유이
수많은 경영 리포트에서 자주 언급되곤 하는 스타벅스의 성공 원인은 손님에게 커피만 팔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감각적인 음악이 흐르는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 일반 커피 전문점과 차별화되는 친절을 함께 팔았다. 음료가 아니라 체험을 판다는 점에서 스타벅스는 체험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동차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브랜드는 그간 제품과 브랜드의 강점과 특징을 끊임없이 반복 강조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만나왔다. 하지만 이 마케팅 방식은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혔다.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되고 브랜드 간 개성도 조금씩 마모되면서 다른 방식의 마케팅이 필요해진 것이다. 누구라도 찾아오고 싶은 공간을 마련해놓고, 그 안에서 고객이 직접 브랜드 가치를 발견하고 느끼게 하는 것.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단순히 탈것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인간과 물건의 이동 그리고 그 이동의 결과로 인류의 문화적 성취를 만들었노라 주장하는 것. 그 결과가 바로 자동차 뮤지엄, 혹은 자동차 테마파크로 불리는 건물들이다. 자동차를 전시한 곳이되, 결코 자동차만 있지는 않은 특별한 공간들을 소개한다.
메르세데스-벤츠 뮤지엄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이라는 책이있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지어진 셀 수 없이 많은 건축물 중에 꼭 봐야 할 1001개에 든다는 건 굉장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 1001개의 리스트 중에 하나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뮤지엄이다. 네덜란드 건축가 벤 판 베르켈이 지은 이 건물은 하늘 위에서 보면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을 닮았다. 내부에 있는 캡슐 모양의 엘리베이터를 타면 벤츠의 역사가 아니라 자동차의 역사 속을 헤엄치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좋든 싫든 자동차 역사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빼놓기란 불가능하다.
창립자인 칼 벤츠가 자동차라 부를 수 있는 최초의 탈것을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안에는 벤츠의 최신 차종뿐 아니라 과거에 출시됐던 모델도 가득한데, 오래된 클래식카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건 앞서 말한 대로 벤츠의 역사가 자동차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박물관을 돌아보는 건 자동차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다만 자료가 너무 방대하다 보니 쉽게 지칠 수도 있다. 꼭 운동화를 신기를 그리고 쉬엄쉬엄 보기를 권한다.
페라리 월드 아부다비
페라리는 모두가 아는 슈퍼카의 대명사로, 누구나 한 번쯤 동경하는 브랜드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차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성장에도 거침이 없다. 하지만 페라리 같은 초고가 브랜드의 마케팅에는 사실 남모를 어려움이 있다. 판매를 확대하면서도, 브랜드 가치의 희소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페라리가 페라리로 남고 싶다면 인류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동경의 대상으로 남아야만 한다.
그 고민으로 만들어진 것이 페라리 월드 아부다비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인 실내 자동차 테마파크다. 이 안에서는 다양한 놀이와 체험이 가능한데, 가장 인기 있는 건 최고 시속 250km에 달하는 롤러코스터인 포뮬러 로싸(Formula Rossa)다. 이 속도로 레일 위를 달리면 까무러칠 지경이 되니 심장이 약한 이들은 조심해야 한다. 이 외에도 레일 위로 움직이는 차를 타고 페라리의 생산 과정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가상 투어 프로그램, 열기구를 타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탈리아의 풍경을 감상하는 일종의 가상현실 프로그램도 있다. 미래의 페라리 고객을 위한 어린이 드라이빙 스쿨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너다. 어릴 때의 기억은 인간의 생애에 꽤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아이들은 무의식 중에 페라리 오너가 되는 꿈을 꾸게 될 것이다. 페라리는 아부다비 외에도 지난해 바르셀로나 인근에 페라리 월드를 완공했고, 현재는 중국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또 하나의 페라리 월드를 건설 중이다.
도쿄 메가웹
도쿄는 곳곳에 볼거리가 많은 도시지만, 오다이바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특히 좋아하는 지역 중 하나다. 해변과 접해 있어 여유로운 느낌을 주고, 빌딩과 빌딩 사이도 꽤 넓어 아시아 대도시 특유의 빡빡한 느낌이 덜하다. 수상 버스 같은 이색적인 교통수단도 있어 생경한 느낌을 더욱 강하게 준다. 바로 이 오다이바에 있는 명물 중 하나가 메가웹이다.
오다이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대관람차 바로 아래있어 찾기도 쉽다. 토요타가 설립한 이 테마파크의 꽃은 라이드 원이라는 시승 프로그램이다. 전문 교관이 동승해 1.3km 길이의 코스를 두 바퀴 돌 수 있다. 이 외에도 모터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GR존, 전 세계 다양한 클래식 카가 전시된 히스토릭 카 컬렉션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일본 차에 대한 향수가 있는 어르신들과 함께라면 더욱 얘깃거리가 많아질 것이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만든 브랜드 체험 공간이다. 현대자동차의 모든 차종을 디지털 환경에서 만나볼 수 있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디지털, 국내 최초의 몰 타입 브랜드 체험관인 현대 모터스튜디오 하남 등 브랜드 체험관의 혁신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오픈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자동차 전시가 주가 되었던 예전과 달리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물로 체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자동차를 주제로 한 키네틱 아트, 4D보다 생동감 있게 현장감을 전달해주는 6축 시뮬레이터를 통해 실제로 WRC 랠리에 참가한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라이드(Ride) 프로그램, 자동차 제조의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프로그램 등은 필히 경험해봐야 할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다양한 문화 이벤트와 프리미엄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자동차 테마파크’라는 명칭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충만한 경험을 안겨준다.
이렇게까지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건축 설계 단계부터 패션, 전시 콘텐츠, 숍(Shop) 등 세부적인 모든 부분에 브랜드의 방향성과 감성을 녹이기 위한 노력을 담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거대한 항공모함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외관은 세계적인 건축설계사인 ‘DMAA’의 작품이다. 전시 콘텐츠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아틀리에 브루크너(Atelier Bruckner)가 맡았다. 자동차를 좀 더 감성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선택이다. 직원들이 착용하는 모던한 유니폼은 톱 디자이너 톰브라운이 제작했다. 말하자면 최고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것이다. 이름값이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현대자동차가 어떤 마음으로 이 공간을 만들었는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현대자동차의 달라진 위상과 미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야심만만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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