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년 세월이 빚어낸 신비의 자연

요세미티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은 약 100만 년 전 빙하의 침식으로 화강암 절벽과 계곡이 형성되었고, 1만여 년 전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300개가 넘는 호수, 폭포, 계곡 등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많은 여행객이 미국 서부 패키지 투어를 통해 잠시 머물지만 최소 일주일 이상 투자해도 좋을 만큼 황홀한 절경을 선사하는 미국의 보석 같은 곳으로, 경이로운 자연의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글. 배태호(여행을 좋아하는 방송기자 낯선 세계로의 여행 / <미국을 여행하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 저자)
요세미티의 별 헤는 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밤은 칠흑 그 자체다. 텐트와 캐빈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 조금씩 새어나오는 작은 빛이 전부다. 빛이 있어도 어마어마한 어둠의 무게 때문에 조금만 멀어져도 사라져버린다. 우리 가족은 저녁을 먹은 뒤 작은 손전등을 하나씩 들고 텐트를 나섰다. 낮에 신청해둔 ‘스태리 스카이(Starry Skies)’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밤 9시.
파크 레인저를 따라 10여 분 정도 걸어가니 넓은 공터가 나온다. 큰 타프가 여러장 깔려 있고 파크 레인저는 참가자들에게 편안하게 누우라고 한다. 곧이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떠보라고 한다. 갑자기 별 수억만 개가 한눈에 들어왔다. 칠흑 같은 하늘에 촘촘히 박혔던 별이 마법처럼 눈동자 속으로 떨어져 내려앉았다.
별은 느릿느릿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였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파크 레인저는 레이저포인터를 이용해 하늘의 별자리를 설명했다. 북극성과 큰곰자리 등 우리에게 익숙한 별자리와 목성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우리는 움직이는 별을 추적하며 파크 레인저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여덟살짜리 둘째 아들은 그 이야기가 어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긴 여행의 피곤을 이기지 못했던 것일까? 우리 부부 사이에 누워 어느새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요세미티의 산자락을 머리에 베고, 별이 수놓은 밤하늘을 덮고, 곤히 잠이 들었다.
가장 아름다운 산악도로, 타이오가 패스
3박 4일 캠핑을 마치고 국립공원을 떠나는 날, 우리는 투올러미 고원지대를 동서로 관통하는 타이오가 패스를 이용해 동쪽으로 빠져나가기로 했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도로라고 불리는 타이오가 패스는 2,450~2,900m의 알프스 산록 지역이다. 겨울엔 항상 눈으로 뒤덮여 폐쇄되기 때문에 여름에만 갈 수 있다. 옴스테드 포인트에는 사방이 쩍쩍 갈라진 화강암 능선이 펼쳐진다. 거대한 바윗덩어리도 곳곳에 놓여있다. 저 멀리 반대편에는 정으로 쪼개놓은 듯 반토막난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보인다. 전 세계 암벽등반가의 로망, 하프 돔이다.
모두 빙하의 힘으로 만들어진 자연이다. 조금 더 가면 테나야 호수가 나온다. 수정처럼 맑아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잠시 쉬어갈 겸, 손과 발을 담가본다. 우리 조상들도 ‘탁족(濯足)’을 즐기지 않았던가. 물은 잠시도 손발을 담그기 힘들 만큼 차다. 빙하가 녹은 물이기 때문이다. 테나야 호수를 지나면 투올러미 초원이 나온다. 존 뮈어가 요세미티에서 일하기 시작한 곳이다.
투올러미 초원 입구에는 포트홀 돔(Pothole Dome)이 나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다. 갑자기 아이들이 올라가보자고 했다. 어렵지 않게 아이들도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포트홀 돔에 오르면 투올러미 초원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초록빛 평원 그리고 회색 화강암, 네 가지 색깔이 조화롭다. 우리 식구들은 양팔을 넓게 벌리고 크게 숨을 쉬었다.
1. 칠흑 같은 어둠 속, 요세미티 국립공원 하늘에는 수억만개의 별이 떠 있다.
2. 요세미티 폭포는 높이가 739m에 이르며, 물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안개처럼 흩어진다.
3. 수정처럼 맑아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테나야 호수.
4. 투올러미 초원은 아름다운 고산 식물 등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엄한 자연의 절경을 선사한다.
로드 트립의 매력
요세미티는 전 세계인의 로망이다. 많은 한국인들도 해마다 요세미티를 찾는다. 샌프란시스코 도시 여행과 함께 묶은 패키지 상품도 있다. 보통 패키지는 요세미티를 스쳐 지나간다. 글레이셔 포인트까지 차를 타고 가서 내린 뒤 높이 2,000m가 넘는 하프 돔과 엘 캐피탄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는다. 세계 최대 화강암 덩어리들이 만들어내는 파노라마에 감동한다. 관광객들은 낙차가 728m에 이르는 요세미티 폭포를 보고 다시 한번 감탄한다.
여기까지가 패키지 여행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의 별 헤는 밤은 패키지 여행이었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요세미티 빌리지에서 파크레인저들의 연극을 본 것도, 헤츠헤치 밸리의 오쇼네시댐(O'Shaughnessy Dam) 주변을 산책하며 존 뮈어와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도, 투올러미 초원 입구에 우뚝 솟은 바위산에 올라가 보자는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테나야 호수에서 탁족을 한 것도, 모두 로드트립이었기에 가능했다.
요세미티와 존 뮈어
미국 국립공원은 가는 곳마다 존 뮈어에 대한 설명이 있다.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존 뮈어는 1838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뒤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위스콘신으로 이민을 왔다. 대서양을 넘고 미국 대륙을 1/3 이상 건넌 먼 여행이었다. 농장 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뮈어는 공장에 취직했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공장에서 거의 실명을 할 뻔한 사고를 당한 뒤, 그는 사람이나 기계에 의해 바뀌지 않을 세계에 대해 끌리기 시작했다. 자연이었다. 존 뮈어는 위스콘신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공부한 뒤 아직 개척되지 않은 자연 속으로 인생을 던진다.
존 뮈어는 1868년 요세미티에 첫발을 딛는다. 첫 직업은 월급 30달러짜리 양치기였다. 그는 투올러미 초원에서 양 2,000마리를 치는 일을 얻은 뒤 독학으로 꽃과 동물에 대한 공부를 한다. 이후 현재의 로어 요세미티 폭포 트레일 인근에 있는 제재소에서 2년 동안 일한 뒤 그만두고 자신만의 통나무집을 짓기 시작한다. 언제나 폭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요세미티 폭포 바로 아래였다. 존 뮈어는 통나무집에서 글을 쓰기 시작해 빙하에 대한 첫 책을 펴낸다. 존 뮈어는 이 책으로 자연주의자로서 명성을 얻게 된다. 당대의 유명 출판인과 시인, 사진가, 식물학자 등과 교류하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5. 요세미티 글레이셔 포인트에서 루스벨트 대통령과 존 뮈어
6. 존 뮈어의 이름을 붙인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뮈어 우즈 내셔널 모뉴먼트’
1889년, 존 뮈어는 <센트리 매거진>의 편집장 로버트 존슨을 투올러미 초원으로 데리고 간다. 양떼가 얼마나 초원을 망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뮈어는 이 여행에서 존슨에게 이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야만 보존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뮈어의 의도는 적중했다. 존슨이 책을 낸 뒤 미국 의회가 움직였다.
1890년 요세미티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 옐로스톤, 세콰이어에 이은 세 번째 국립공원이었다. 13년 뒤인 1903년, 존 뮈어는 요세미티에 온 루스벨트 대통령의 안내를 맡는다.
당시 존 뮈어는 루스벨트와 5인치나 쌓인 눈을 뚫고 야영과 등산을 하면서 요세미티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3년 뒤인 1906년 마리포사 그로브 나무와 요세미티 밸리가 국립공원에 포함되었고 오늘날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뮈어는 인생 막바지에 쓰디쓴 경험을 해야했다. 세상을 뜨기 바로 1년 전, 헤츠헤치 밸리에 오쇼네시 댐 건설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존 뮈어는 반대했지만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 안정적인 식수 공급을 해야 한다는 여론을 이길 수 없었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보호하고 싶었던 곳에, 그것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장소인 헤츠헤치 밸리에 댐이 건설된다는 소식을 들은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존 뮈어에 대한 미국인의 존경심은 곳곳에서 묻어난다. 대표적인 것이 그의 이름을 붙여 만든 ‘뮈어 우즈내셔널 모뉴먼트(국가 기념물)’다. 1905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윌리엄 켄트 의원은 당시 4만 5,000달러를 주고 사들인 레드우드(Redwood) 숲을 1908년 국가에 기증했다. 댐 건설 계획으로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국가에 기증해 국가 기념물로 지정받아 보호하려는 뜻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숲 이름에 ‘켄트’를 붙여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켄트의원은 극구 사양하면서 대신 존 뮈어의 이름을 넣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정중하게 전달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켄트 의원의 뜻을 존중해 존 뮈어의 이름을 쓰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뮈어 우즈내셔널 모뉴먼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샌프란시스코를 통해 요세미티에 간다면 반나절 코스로 들러볼 만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가는 방법
대도시 가운데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가깝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약 200마일(322km) 정도다. 샌프란시스코 주변은 교통 정체가 심하고, 초행길에 쉬어갈 것을 감안하면 5시간 정도로 넉넉히 잡는게 좋다.
숙소를 찾는다면?
숙소는 아와니 호텔(지금은 마제스틱 요세미티 호텔로 이름을 바꾸었다)이 가장 유명하다. 7월 기준으로 제일 싼 방이 하룻밤에 480달러(성인 2인 기준) 정도다. 비싼 방은 1,200달러가 넘는다. 조금 싼 숙소도 있다. 로지(lodge)는 200~300달러 정도다. 요세미티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면 캠핑(1박 26달러)도 할 수 있다. 요세미티 캠핑장은 다른 국립공원과 달리 매달 15일을 기준으로 4개월 전부터 예약을 받는다. 특히 요세미티 정상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5~7월에 예약을 원한다면 반드시 4개월 전 15일 미국 서부 해안 시각(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을 기준으로 아침 7시에 사이트(www.recreation.gov)가 열리는 순간 ‘폭풍 클릭’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 미국은 3월 9일부터 서머타임을 시작하므로 7월 이후라면 원하는 날짜에 따라 반드시 서머타임 시간을 확인하고 예약이 시작됨과 동시에 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을 시작하고 나면 3분에서 5분 안에 모든 사이트가 마감된다. 요세미티 밸리에 있는 가장 대표적인 캠프 사이트는 ‘Upper pines’, ‘Lower pines’ 그리고 ‘North pine’인데 모두 머세드 강과 가까워 인기가 높은 곳이다.
놓치지 않아야 할 주요 포인트
요세미티 빌리지 비지터 센터와 머세드 강, 요세미티 폭포, 아치 락 엔터런스, 마리포사 그로브 뮤지엄, 헤츠헤치 밸리와 오쇼네시 댐, 글레이셔 포인트, 투올러미 초원, 테나야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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