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대중 스타가 만들어내는

컬래버레이션

‘인류 과학 문명의 집합체’로 불리는 자동차는 100여 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단순히 탈것을 넘어 문화로 자리했다.
그렇기에 자동차와 관련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그중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인기 스타와 그들의 자동차는 직간접적 마케팅 효과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자리한다. 단순히 과학 이론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가 아닌 인간의 감성을 좌우하고 시대와 세대를 반영하는 의미에서 말이다.
글. 김상혁(모토야 기자) / 일러스트. 수지(허수정)
풍요와 사치의 상징, 엘도라도
우리에게 ‘개다리춤’으로 유명한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는 유럽과 북미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전설적인 가수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캐딜락 차량을 특히 좋아했는데, 그의 전성기 시절인 1960년대는 물질적 풍요와 사치가 성행했던 시기였고 그 당시 캐딜락은 화려함의 극치로 꼽혔다. 그중에서도 매끈하고 길게 뻗은 차체에 비행기에서 착안한 테일핀을 적용한 엘도라도는 특출나다 못해 특별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1959년형 핑크색 엘도라도를 선물하기도 했고 1956년형, 1960년형 등 엘도라도 모델을 몇 대씩이나 소유할 정도였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음악을 눈으로 보는 것으로 트렌드를 바꿨다고 평가될 만큼 화려하고 섹시한 퍼포먼스를 펼치던 뮤지션이었고 그런 화려함을 어필하기에 엘도라도만 한 자동차가 없었다. 세기의 연인 마릴린 먼로도 캐딜락 엘도라도를 좋아했는데,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는 뒷좌석을 좋아했다고 한다. 또한 엘도라도의 매끈한 디자인은 마릴린 먼로의 육감적인 몸매와도 잘 어울려 자주 비유되곤 했으며, 다양한 형태의 화보를 양산해냈다. 이처럼 가장 부유했고 가장 화려했던 시기의 엘도라도와 대중 스타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두고두고 회자되며 세계인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제임스 딘과 포르쉐 스파이더 550
1950년대 청춘 스타였던 제임스 딘은 당시 방황하는 청춘의 상징이자 반항아 이미지로 사랑받은 배우다. 잘생긴 외모와 우수에 찬 눈빛, 고뇌를 토해내듯 내뿜는 담배 연기로 남녀 불문하고 사랑받았던 제임스 딘은 서글픈 ‘사랑꾼’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유명 배우였던 피어 안젤리의 청초한 외모에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은 파국을 맞게 된다. 종교적인 이유로 피어 안젤리의 부모가 결혼을 격렬하게 반대했고 욱하는 제임스 딘의 성격도 이별에 한몫했다.
피어 안젤리와의 이별은 제임스 딘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지독하게 사랑했던 연인을 잃어서일까? 평소에도 레이스를 즐겼던 제임스 딘은 무리하게 속도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제임스 딘은 공격적인 낮은 차체와 포르쉐 경량화 기술이 총동원된 포르쉐 550 스파이더를 구입했다. ‘Little bastard’란 애칭까지 붙이면서 말이다. 자신의 애마를 타고 속도를 즐기던 제임스 딘은 캘리포니아 국도에서 180km/h 이상으로 달리다가 포드 트럭과 충돌해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이 사고로 인해 제임스 딘은 영원히 청춘의 상징으로 남았고 포르쉐 550 스파이더는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됐다.
닷지 차저와 빈 디젤의 케미
미국의 대표적인 근육질 배우 빈 디젤은 국내 팬들에게 ‘콩기름형’이라고 불리며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타다. 빈 디젤이 국내 팬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영화 <분노의 질주> 덕분이었다. 그 이전에도 빈 디젤은 액션 배우로 얼굴을 알리긴 했지만 <분노의 질주> 만큼 강력했던 것은 아니었다. <분노의 질주>로 인해 빈 디젤은 ‘빈 디젤= 머슬카’ 공식을 만들었다. 근육질을 뜻하는 머슬카와 대표적인 근육질 배우인 빈 디젤은 이미지부터 근육 케미를 발산하기 더할 나위 없었고,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닷지 차저, 챌린저, 토요타 수프라, 쉐보레 콜벳 등 다양한 자동차를 탔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부친의 유품 닷지 차저와의 케미를 따라올 자동차는 없었다. 특히 빈 디젤이 <분노의 질주> 1편에서 1970년식 닷지 차저를 타고 폴 워커와 드래그 레이스를 펼치는 장면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장면 중 하나이자 ‘빈 디젤=닷지 차저’를 만든 장면이다. 그 인연은 광고로 이어져 빈 디젤은 닷지와 공식 계약을 맺고 3편의 CF를 찍는 등 닷지 전문 배우가 됐고 경량화, 환경 규제 등으로 외면받고 있던 닷지 차저를 소생시키며 성공적인 윈윈 마케팅 사례를 남겼다.
뜻밖의 관심 집중, 현대·기아자동차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난 직후 대한민국은 한 명의 축구 선수에게 열광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이자 현재로 사랑받았고 검소함과 성실성으로 인정받은 박지성이다. 박지성 선수가 잉글랜드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고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됐다. 그러던 어느 날 박지성 선수가 클럽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일부 동료 선수가 박지성의 자동차 타이어를 펑크 내고 흙을 뿌려놓았는데, 클럽에서 제공한 아우디 스폰서 차량을 타지않고 기아 쏘렌토를 탔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박지성 선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스폰서인 아우디 차량과 기아자동차에서 지원받은 쏘렌토 차량을 타고 다녔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는 일종의 입단 신고식이었고 차량이 파손된 곳도 없었다며 부풀려진 기사라고 해명했다. 그 덕분에 중 · 대형 SUV를 선호하는 유럽 선수들에게 쏘렌토가 알려진 것은 물론이고, 외신에서도 기아자동차의 쏘렌토를 수차례 노출하며 여러 의미로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박지성 선수처럼 노력하는 모습과 검소한 이미지로 사랑받는 국민 MC 유재석 또한 자동차와 깊은 관계가 있다.
현대자동차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2년간 공동 개발한 제네시스 프라다의 차주란 점이다. 제네시스 프라다는 5.0L 엔진에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 최고 출력 315마력의 성능을 가졌던 고급 세단이다. 수입 고급 세단과 비교했을 때 성능 면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를 두고 이름값보다 실용성을 중시한 유재석에게 ‘개념 연예인’, ‘역시 국민 MC’라는 칭찬이 쏟아지기도 했다. 실용성 면에서 가장 도드라진 활약을 한 자동차로 기아의 쏘울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당시 국내에서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기아차의 쏘울이 의전 차량으로 제공됐다. 검소한 생활과 종교를 뛰어넘는 곧은 성품으로 존경받는 교황이 쏘울을 타면서 마케팅 효과도 볼 수 있었다. 당시 기아자동차 측은 교황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며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펼치지 않았지만, 하루 평균 약 20대였던 계약대수가 약 32.5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월평균 300여 대가 판매된 것은 약 100여 대가 증가한 수치다. 더구나 교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보인 기아자동차의 모습에 브랜드 이미지도 끌어올렸으니 일석삼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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