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MOBIS

개성 짙은 자동차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북유럽의 자동차 이야기

아름답고 웅장한 경치를 자랑하는 북유럽은 험한 지형과 혹독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인기 여행지다.
환상적인 풍경과 특유의 라이프스타일로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감성 충전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북유럽 자동차 문화의 중심지인
스웨덴의 자동차 회사들과 전동화에 앞장선 노르웨이의 전기차 정책 그리고 핀란드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이벤트에 대해 살펴본다.

류민(<모터 트렌드> 에디터)

북유럽의 자동차 이야기

북유럽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 중 북극에 가장 가까운 곳이다. 1인당 GDP(명목)가 덴마크 11위, 스웨덴 12위, 핀란드 18위로 경제 수준이 매우 높지만 무엇이든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와는 달리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슬로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바로 이런 균형 잡힌 삶이 우리 사회의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북유럽을 대표하는 노르딕 3국으로 바이킹의 고향이자 백야(白夜), 오로라, 피오르(Fjord)등과 같이 다른 나라에선 흔히 볼 수 없는 환상적인 풍경과 풍요로운 복지 정책을 자랑한다. 그리고 볼보, 일렉트로룩스, 이케아와 같이 북유럽의 개성이 살아 숨 쉬는 브랜드들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북유럽 자동차를 대표하는 국가, 스웨덴

스웨덴은 북대서양 해류와 편서풍의 영향으로 다른 북유럽 지역에 비해 따뜻한 편이다. 국토의 약 80%가 산악 지역이라 광공업이 세계 10위 안에 들 정도로 발전했다. 특히 산업용 특수강이 유명한데, 스웨덴산 자동차가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얻게 된 것도 바로 이런 튼튼한 소재 덕분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웨덴은 북유럽을 대표하는 자동차국가다. 과거에는 볼보와 사브가 스웨덴 자동차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하고 있었으나, 사브는 1990년대부터 경영 악화를 겪다 끝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볼보는 포드를 거쳐 중국 자동차 회사 지리에 인수됐다. 하지만 볼보는 브랜드의 개성을 보장받아 최근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부가티, 맥라렌 등과 같은 세계적인 슈퍼카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흥 슈퍼카 메이커 코닉세그도 스웨덴 자동차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사브(Svenska Aeroplan Aktie Bolaget, 스웨덴 항공회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스웨덴 군의 주력 전투기인 비겐과 드라켄 등을 만들던 회사다. 1945년에 설립돼 1949년에 첫 자동차인 사브 92를 선보였고 1968년엔 상용차 회사 스카니아와 합병했다. 이후 사브는 GM, 스파이커 등 여러 회사를 떠돌다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2011년 말 파산 보호 신청을 냈다. 2012년 중국과 일본계 자본으로 구성된 NEVS라는 회사가 사브 9-3의 전기차 버전을 양산하기 위해 사브를 인수하려 했지만 사브의 이전 소유주인 GM이 브랜드 사용권을 주지 않아(대신 모델 사용권은 획득했다) 사브라는 이름은 끝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사브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업계에 여러 혁신적인 기술을 남겼다. 소형 터보 엔진, 센터 콘솔 키박스(사고시 운전자의 무릎 상해를 막는다), 5마일 범퍼, 공기 정화 필터, 안전벨트 프리텐셔너 등이 대표적이다. 비록 사브라는 브랜드는 사라졌으나 NEVS는 사브 9-3을 베이스로 한 전기차를 자체 브랜드로 개발 중이며, 사브의 부활을 고대하는 팬들에게 그 소식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볼보는 북유럽의 척박하고 억센 환경에도 끄떡없는 튼튼한 차의 이미지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지금은 사람을 가장 중시한 디자인과 첨단 안전장비로 그 명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앞서 언급했듯, 볼보는 현재 중국 지리 자동차의 산하에 있다. 즉 볼보 트럭을 소유한 볼보그룹과 승용차를 만드는 볼보자동차는 이제 남남이란 이야기다. 볼보 역시 사브처럼 쇠퇴의 길을 걷는 듯했으나 신규 플랫폼과 최신 생산 기법을 도입해 최근에는 전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참고로 작년 볼보의 순이익은 약 8억 8,000만 달러에 달한다.

얼마 전 볼보는 2019년부터 순수 내연기관 엔진을 단 차의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25년까지 1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볼보의 이런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전동화의 영향이 크다. 이웃 나라 노르웨이가 좋은 예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 볼보의 각진 차체는 한때 안전의 상징이었다. 2 스웨덴은 전체 면적의 80%가 산악 지대다. 광물이 풍부해 광공업이 발전했다. 3 스웨덴을 대표하던 브랜드 사브.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4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볼보. 신규 플랫폼과 최신 생산 기법을 도입하며 상품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5 볼보는 여전히 안전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는다.

1 볼보의 각진 차체는 한때 안전의 상징이었다.
2 스웨덴은 전체 면적의 80%가 산악 지대다. 광물이 풍부해 광공업이 발전했다.
3 스웨덴을 대표하던 브랜드 사브.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4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볼보. 신규 플랫폼과 최신 생산 기법을 도입하며 상품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5 볼보는 여전히 안전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는다.

전기차의 천국 노르웨이

스웨덴의 슈퍼카 브랜드 코닉세그의 창업자 크리스찬 폰 코닉세그는 사실 노르웨이 태생이다. 또한 코닉세그의 지주회사 에커 그룹의 오너인 바르트 에커 역시 노르웨이 사람이다. 따라서 코닉세그는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코닉세그는 세계 최상류층만을 위해 차를 만드는, 몇 안 되는 초고성능 슈퍼카 메이커다. 1994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불과 130여 대의 차만 만들었지만(2016년 기준) 새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맥라렌 등 쟁쟁한 회사들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닉세그의 최신작인 아제라 RS는 시속 447km/h(2회 평균)를 내며 기존 양산차 최고 속도 기록을 갱신했다.

노르웨이는 1905년 스웨덴에서 독립한 나라다. 과거에는 북유럽에서 가장 척박한 나라로 꼽혔으나 1969년 북해에서 처음 석유가 발견된 뒤 원유 수출량 세계 5위의 산유국이자 스웨덴을 추월하는 부국이 됐다. 입헌군주국이자 EU 비회원국인데 작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뽑은 민주주의 지수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노르웨이는 전기차 천국으로 통한다. 인구가 약 5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전기차는 지금까지 10만 대 이상 팔렸다. 인구 1명당 전기차 비율은 무려 미국의 14배에 달한다.

노르웨이에 전기차가 이렇게 많은 건 정부의 파격적인 전기차 정책 때문이다. 세금, 통행료, 주차료 등이 면제이며 충전 인프라 밀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책 학자들은 노르웨이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탄소 중립’ 실현 기간을 앞당기기 위한 능동적 포석으로 보고 있다. 최근 노르웨이 정부는 2020년부터 수도 오슬로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진입을 금지하고 2025년부터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만 판매를 허용할 예정이다.

한편, 노르웨이에 가면 반드시 찾아가봐야 할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트롤스티겐과 아틀랜틱 오션 로드(대서양 도로)다. 트롤스티겐은 ‘요정의 길’이라는 의미로 1936년에 완공된 길이 18km가량의 관광도로다. 해발 5m에서 시작해 850m의 바위산 꼭대기 부근까지 지그재그로 펼쳐진 길인데 빼어난 절경으로 유명한 스티그포센 폭포의 지류 일부를 끼고 있다. 참고로 트롤스티겐은 겨울에서 봄 사이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통제된다. 악천후 시에도 마찬가지. 최근 몇몇 코너의 노폭을 넓히는 공사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길이 12.4m 이상의 대형 버스는 진입이 금지된다.

아틀랜틱 오션 로드는 8개의 다리로 서부 피오르 지역 여러 개의 섬을 관통하는 길이 8.3km의 도로다. 6년의 공사 기간 동안 12차례의 폭풍을 맞으며 1989년 완공됐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이 도로는 원래 15년간 통행료를 걷어 공사비를 회수할 계획이었으나 10년 만에 목표치를 달성해 톨게이트를 해체했을 정도로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그간 여러 편의 자동차 CF에 등장했으며 전 세계 각종 언론이 선정하는 세기의 드라이빙 코스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6 노르웨이 브뤼겐 지구의 동화 같은 풍경 7 스웨덴의 소규모 슈퍼카 브랜드 코닉세그는 신모델을 발표할 때마다 쟁쟁한 슈퍼카 업체들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운다. 8 트롤스티겐은 ‘요정의 길’이라는 의미로 1936년에 완공된 길이 18km가량의 관광도로다.

6 노르웨이 브뤼겐 지구의 동화 같은 풍경
7 스웨덴의 소규모 슈퍼카 브랜드 코닉세그는 신모델을 발표할 때마다 쟁쟁한 슈퍼카 업체들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운다.
8 트롤스티겐은 ‘요정의 길’이라는 의미로 1936년에 완공된 길이 18km가량의 관광도로다.

대자연의 나라, 핀란드

북유럽 하면 눈을 빼놓을 수 없다. 인기 캐릭터 무민의 고향, 노키아와 리눅스의 본거지이기도 한 핀란드는 북유럽 중에서도 혹독한 겨울로 유명하다. 그런 환경 때문인지 핀란드의 면허시험 제도는 까다롭기로 악명 높다.

빙판길에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카운터 스티어와 스핀 제어 등의 기술을 익혀야 하는 것은 물론 운전 중 흔히 만날 수 있는 순록을 피하기 위한 긴급 회피기동 등 프로 드라이버 테스트를 방불케 하는 아홉 개의 코스를 통과한 후에야 비로소 임시 면허가 발급된다. 이후 2년 동안 2번 이상의 위반 기록이 없어야 정식 면허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위반자의 소득에 비례해 벌금을 매기는 제도도 유명하다. 고소득자라면 사소한 위반에도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척박한 기후와 엄격한 제도가 랠리, F1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핀란드 태생의 세계적인 레이서들을 양성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핀란드에서는 이런 독특한 기후를 이용한 자동차 이벤트가 자주 열린다. 벤틀리, 아우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여는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건 역사가 20년이 넘은 아우디의 ‘아이스 익스피리언스 핀란드’다. 이 외에도 핀란드에선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상설 랠리 드라이빙 스쿨이 여럿 운영되고 있다.

날이 비교적 온화한 7월에는 WRC(월드랠리챔피언십)도 열린다. 현지에서는 ‘핀란드 그랑프리’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핀란드 랠리는 핀란드 태생이 아닌 드라이버가 우승할 확률이 매우 낮고, 모든 라운드를 통틀어 가장 높은 최고 속도가 나온다는 특징이 있다. 높은 속도와 굽이진 코너, 그리고 수많은 점프 구간 덕분에 전복 사고도 유독 많은 까다로운 코스다.

9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겨울만 되면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를 열기 위해 핀란드를 찾는다. 10 WRC 핀란드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팀의 머신

9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겨울만 되면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를 열기 위해 핀란드를 찾는다.
10 WRC 핀란드 랠리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팀의 머신

회복의 여행지 북유럽

북유럽은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덕분에 자동차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북유럽을 여행할 예정이라면 되도록 눈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강설량이 워낙 많아 자동차 통행이 통제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날씨가 비교적 좋은 6~8월이 적당하다. 만약 오로라를 보고 싶다면 9~10월쯤이 좋다.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시기는 9~2월인데, 한겨울은 눈 때문에 고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코드 중 하나가 바로 ‘힐링’이다. 힐링의 사전적 의미는 병증을 치유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상에선 피로가 누적된 심신을 재충전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우리 대다수의 평범한 삶은 눈을 뜨는 아침부터 잠드는 밤까지 매 순간이 치열하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삶의 목적을 잊은 채로 산다는 생각이 들 때, 어쩌면 그때가 바로 힐링이 필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 꼭 한번 찾아가볼 만한 곳이 바로 북유럽이다.

Prev Top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