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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달려온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심영섭 심리학자

영화평론가이자 심리학자인 심영섭 교수는 불행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에게 ‘마음 처방전’을 나눠준다.
늘 분주하지만 이뤄낸 성과는 없고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면
‘지금 당장 단 5분이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의 마음과 대면하라’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윤진아(자유기고가)   사진 정우철

심영섭 심리학자
심영섭 심리학자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도 다양한 인지적 정보를 무시하거나 축소하기도 하죠. 인지부조화 때문에 발생하는 부적절한 자기합리화를 극복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이르기 위해서는 ‘내 생각은 언제라도 틀릴 수 있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당신의 생각은 언제라도 틀릴 수 있다

영화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심영섭 교수는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심리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관심사를 ‘마음’으로 옮겨 신경정신과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했다.

현대인의 정신 병리를 관찰한 경험은 남다른 통찰력의 바탕이 됐고, <씨네21> 평론상에 빛나는 심도 깊은 평론으로 두터운 팬층을 양산했다. ‘심영섭’은 ‘심리학과 영화를 두루 섭렵하겠다’는 의미에서 지은 필명이다. 심리학, 영화, 사진, 인문학을 접목한 예술치료와 기업 강의, 저술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현재 심영섭 교수의 영화치료와 사진치료 기법은 다양한 상담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난 한 해, 한국은 큰 변화를 겪었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광장을 가득 채웠고, ‘자괴감’과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습관처럼 쓰였다. 분노와 혐오가 넘쳐나는 현 상황에 대해 심영섭 교수는 “남과의 차이를 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자학이 외부로 노출되면 누군가를 향한 혐오로 표출된다”고 설명하며 “희망을 잃고 절규하는 사람에게 누군가는 ‘나는 너를 이해하고, 네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응답해줘야 할 때”라고 말한다.

“대다수의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실제 상황이 일치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내 생각과 모순되는 정보를 접하면 제거하려는 경향이 있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하는데, 한 가지 생각에 꽂히면 다른 의견이나 정보에는 귀를 닫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인지부조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요. ‘A는 나쁘다’라는 판단을 강화하는 정보가 많은데도 단 한 가지 이유로 ‘A는 좋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중대한 결정이 걸린 경우에도 다양한 인지적 정보를무시하거나 축소하기도 하죠. 인지부조화 때문에 발생하는 부적절한 자기합리화를 극복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이르기 위해서는 ‘내 생각은 언제라도 틀릴 수 있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심영섭 심리학자

내적 동기로 마음에 불을 지펴라

대부분의 직장인이 쳇바퀴 돌듯 일을 반복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된다면 결국 개인도 조직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게 당연하다. 소진(Burn Out)된 개인이 모이면 피로 사회가 되고, 피로한 사회는 역으로 개인을 소진시킨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이고, 조직과 사회에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뇌과학에서 보면 쉰다는 건 ‘일을 안 한다’가 아니라 ‘쉴 때 작동하는 신경망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겁니다. 쉬거나 노는 것도 일하는 것만큼 능동적인 활동이라는 뜻이죠. 밀어 붙이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그런 식의 관리에 구성원들이 반응을 안 할 뿐이죠. 다들 지쳤으니까요.”

다큐멘터리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20 Feet From Stardom’(2013)은 실력이 출중한데도 스타의 뒤에 가려진 백업 가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의 실체’를 보여준다. 달린 러브, 리사 피셔, 주디스 힐 등 백업 가수들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스타가 되지 못한 이유로 ‘절실함과 열정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호기심이나 성취욕, 자기만족감 같은 내적 동기는 외적 동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추진력을 준다.

“기업이나 조직은 내적 동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테레사 아마빌 교수는 ‘전진의 원리(Progress Principle)’를 강조합니다. 아마빌 교수팀이 3년간 매니저 238명의 내적 동기를 추적한 결과, 매니저들의 76%가 일이 진전을 보일 때마다 동기가 향상됐고, 43%는 쓸데없는 회의로 시간을 뺏기거나 업무가 퇴보할 때 동기가 저하됐습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여기서 전진의 원리는 결코 대단한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큰 승리가 아닌 ‘작은 승리(Small Wins)’만으로도 동기가 향상되는데, 특히 상사의 역할이 적잖은 변수로 작용합니다. 상사가 팀원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전문가로서 신뢰를 보여줄수록, 팀원들의 동기는 더욱 고취됐습니다. 상사의 이런 태도가 팀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의미 있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거죠.”

나를 바꾸는 긍정의 힘 ‘자기암시’

심영섭 교수의 마음 처방전은 연말연시를 맞아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유효하다.

“영화배우 짐 캐리는 무명 시절 단역을 전전하다 ‘나는 앞으로 출연료 천만 달러를 받는 배우가 될 것’이라는 자기암시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5년 만에 영화 ‘배트맨’으로1,70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았죠. 미국의 한 트럭 서비스 회사는 운송 계약의 60%가 잘못돼 연간 약 25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조사 결과 컨테이너 인부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 났고, 회사 측은 묘안을 짜내 인부의 호칭을 ‘장인(匠人)’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습니다. 호칭을 바꾸자 불과 한 달 만에 배송 관련 실수가 10%대로 떨어졌지요.”

자기암시(Self Suggestion)는 뇌세포와 시냅스의 변화를 촉진해 종국에는 신체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이는 최근 신경심리학적 연구 결과로도 입증되고 있다. 잠재력에 힘을 실어 마음먹은 대로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상상의 힘, 자기암시를 통해 금연이나 다이어트 등 크고 작은 도전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드린다면, 일반적으로 자기암시는 부정의 문구보다는 긍정의 문구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각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일찍 일어나야지!’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죠. 이와 곁들여 머릿속으로 아침 일찍 일어난 자신을 이미지로 연상하면 효과가 배가됩니다.”

혁신의 발화점은 역설적이게도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일상에 있다. 심영섭 교수의 말처럼 ‘나는 이 조직 안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일하는 걸까?’라는 정의를 내리고 그에 상응하는 내적 동기로 마음에 불을 지핀다면, 무미건조했던 일상이 날카로운 예각의 칼날처럼 다가올 것이다. 눈앞의 실적에 연연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군중의 역할에 머무를 것인지, 삶의 목적과 시스템을 스스로 설정하고 실현해나가는 주체로 설 것인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심영섭 심리학자

자기암시는 부정의 문구보다는 긍정의 문구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각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일찍 일어나야지!’라고 생각하는편이 더 효과적이죠.

나, 다니엘 블레이크

심영섭 교수가 추천하는 연말연시 힐링 시네마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2016)
심영섭 교수가 인생 영화로 꼽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잉글랜드의 늙은 목수와 두 아이를 둔 싱글맘이 비인간적 시스템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는 이야기다. ‘켄 로치 감독 최고의 영화’로 평단뿐만 아니라 대중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제발 나를 존중해달라!’고 절규하는 이웃의 고통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심영섭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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