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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식 창의 도시’

‘전주는 맛있다’

‘식재전주(食在全州)’. 음식은 전주에 있다는 뜻이다. 음식에 관한 한 이만한 자신감도 없을 것이다.
가히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전주답다. 화려한 상차림을 자랑하는 한정식과 얼큰하고 시원한 콩나물국밥,
30여 가지에 이르는 재료가 철따라 비벼지는 비빔밥까지. 어디 이뿐이던가.
최근에는 길거리 주전부리까지 합세해 그야말로 전주는 맛있다.
2012년 유네스코 ‘음식 창의 도시’로 지정된 전주를 찾았다.

글과 사진 임운석(여행작가)

전주

‘식재전주’를 담은 전주 한정식

전주는 조선 왕조의 문을 연 태조 이성계의 관향으로 왕실음식에 영향을 끼쳤다. 이런 관점에서 전주한정식은 다른 지방의 한정식과 구별된다. 우선 전주는 우리나라 최고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와 싱싱한 수산물의 보고인 서해가 지척이다. 이런 까닭에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은 전주를 도읍지로 삼았으며,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호남을 관통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전주는 최상의 식자재가 모이는 집산지였던 셈이다. 이와 같이 신선한 재료와 상류층 문화의 진수를 살려 태동한 음식이 전주한정식이다.

전주한정식에는 ‘전주 8미(味)’라 하여 모래무지, 콩나물, 황포묵, 미나리, 호박 등이 빠지지 않는다. 젓갈이 발달한 것도 특징이다. 다른 지역 음식에 비해 맛이 깊고 진한 것도 젓갈 덕분이다. 이외에도 한정식에는 제철 음식 30여 가지가 차려진다. 세상 모든 음식이 전주에 있다는 식재전주의 참뜻이 전주한정식에 담겨 있다.

1 중요무형문화재 이봉주 선생의 방짜유기에 담긴 음식은 보기도 좋고 맛도 훌륭하다.

1 중요무형문화재 이봉주 선생의 방짜유기에 담긴 음식은 보기도 좋고 맛도 훌륭하다.

‘식재전주’를 담은 전주 한정식

전주는 조선 왕조의 문을 연 태조 이성계의 관향으로 왕실음식에 영향을 끼쳤다. 이런 관점에서 전주한정식은 다른 지방의 한정식과 구별된다. 우선 전주는 우리나라 최고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와 싱싱한 수산물의 보고인 서해가 지척이다. 이런 까닭에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은 전주를 도읍지로 삼았으며,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호남을 관통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전주는 최상의 식자재가 모이는 집산지였던 셈이다. 이와 같이 신선한 재료와 상류층 문화의 진수를 살려 태동한 음식이 전주한정식이다.

전주한정식에는 ‘전주 8미(味)’라 하여 모래무지, 콩나물, 황포묵, 미나리, 호박 등이 빠지지 않는다. 젓갈이 발달한 것도 특징이다. 다른 지역 음식에 비해 맛이 깊고 진한 것도 젓갈 덕분이다. 이외에도 한정식에는 제철 음식 30여 가지가 차려진다. 세상 모든 음식이 전주에 있다는 식재전주의 참뜻이 전주한정식에 담겨 있다.

2 전주비빔밥 3 전주한정식에 나오는 돼지삼겹 수육과 홍어. 홍어는 일반인들이 먹을 수 있도록 오래 삭히지 않았다. 4 남부시장식으로 토렴한 콩나물

2 전주비빔밥
3 전주한정식에 나오는 돼지삼겹 수육과 홍어. 홍어는 일반인들이 먹을 수 있도록 오래 삭히지 않았다.
4 남부시장식으로 토렴한 콩나물

미각, 유희에 빠지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궁중한정식을 선보이는 한 음식점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방짜유기장 이봉주 선생의 유기그릇을 사용한다. 음식은 담는 그릇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릇에서 전해지는 깊이가 남달라 음식 맛을 보기 전에 맛에 취하는 기분이다.

밑반찬과 녹두타락죽, 구절판, 두텁떡이 차례대로 차려진다. 녹두타락죽은 죽보다 수프에 가까울 정도로 부드럽고 순하다. 잣 한 알을 먼저 씹고서 죽을 먹으면 그릇을 모두 비울 때까지 고소한 맛이 입안에 남아 있다. 구절판은 유난히 색이 곱다. 밀전병 역시 노란 병아리처럼 고운 색을 낸다. 원래 구절판은 음식을 담는 그릇의 이름으로 ‘아홉 가지를 담아낸다’ 하여 구절판이라 불렀다. 밀전병을 깔고 그 위에 아홉 가지 재료를 겨자장과 함께 싸 먹으면 된다. 겨자의 새콤함과 재료의 아삭한 식감 그리고 밀전병의 쫀득함이 입안 가득 번진다. 함께 나온 두텁떡은 대추의 달콤함과 계피의 향긋함이 조화롭다. 고소한 찹쌀가루도 일품이다. 아삭한 야채에 복분자 드레싱을 버무려 먹는 야채 샐러드는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해물파전과 홍어삼합도 빠질 수 없다. 홍어는 오래 삭히지 않아 톡 쏘는 맛은 덜하지만 홍어는 홍어다. 이어 복주머니를 닮은 일명 ‘복만두’를 내놓는데 그 모양과 색감이 감탄할 만큼 깜찍하다. 전주 한정식에서 빠지지 않는 회, 주문과 함께 조리를 시작하는 잡채 그리고 신선로가 꼬리를 물고 나온다. 한입에 먹기 좋은 너비아니는 육즙이 살아 있어 텁텁하지 않고 양념이 잘 배었다. 고기가 식으면 기름이 굳어져 맛이 떨어지는데 이것을 막기 위해 그릇 아래 양초를 피워놓았다. 달콤한 소스를 곁들여 구워낸 생선은 얇게 저민 마늘과 함께 먹는다. 생선과 마늘 향이 만나 더욱 깊이 있는 맛으로 변한다. 조기 매운탕과 밥이 차려지면서 수라상이 화려하게 막을 내린다. 식사 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 정도로 긴편이다. 식사(食事)가 허기진 배를 채우는 원초적인 행위가 아니라, 맛을 즐기고 음미하는 미각의 유희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다.

전주의 다양한 맛의 향연

한정식이 조선시대 양반층의 전유물이라면 콩나물국밥은 전 계층을 아우르는 향토 음식이다. 콩나물은 전주 8미에 꼽힌다. 그런 만큼 전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식자재다.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콩나물국밥이 해장용으로 사랑받는 이유다.

전주는 예부터 물이 맑아 콩나물 재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전주에서 콩나물을 재배한 곳은 교동을 중심에 두고 인근까지 확대돼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물이 오염되어 예전만 못하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것이 ‘전주콩나물영농조합’이다. 지역 콩나물공장들이 조합을 이룬 것으로 무농약 콩나물을 생산하고 있다.

전주가 원조인 콩나물국밥은 끓이는 방법에 따라 삼백집과 남부시장 방식으로 나뉜다. 삼백집 방식은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갖은 양념을 더하고, 그 위에 달걀을 얹어 한소끔 끓어낸다. 남부시장 방식은 밥과 콩나물을 뚝배기에 끓이지 않고 토렴하는 것이 차이다. 토렴이란 밥에 뜨거운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어 덥히는 것으로, 밥이나 건더기가 지나치게 불어 식감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콩나물국밥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것이 전주비빔밥이다.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임금이 먹던 궁중음식이라는 설이 일반적이다. 조선시대 임금은 점심때나 종친이 입궐했을 때 가벼운 식사를 했는데 이것을 ‘비빔수라’라 부른다. 그런데 이 요리법이 전주비빔밥과 닮았다. 쇠머리 고운 물로 밥을 짓고, 싱싱한 쇠고기 육회가 빠지지 않는 것이 그렇다. 몇 해 전부터 전주는 청춘들에게 주전부리 성지로 통한다. 한옥마을 관광안내소에서 태조로를 따라 직진하면 길거리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불판에 구운 임실치즈구이, 크림치즈를 넣은 바삭한 츄러스, 떡갈비를 간단히 먹을 수 있게 만든 떡갈비꼬치, 문어와 가쓰오부시의 만남, 80년 전통의 수제 초코파이 등 입맛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전주는 음식 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

5 사철 푸른 대나무 숲은 경기전에서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6 경기전에 모셔진 태조 어진 7 가장 한국적인 곳에 자리한 이국적인 전동성당 8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전주향교

5 사철 푸른 대나무 숲은 경기전에서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6 경기전에 모셔진 태조 어진
7 가장 한국적인 곳에 자리한 이국적인 전동성당
8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전주향교

음식만큼이나 풍성한 가을

밥상만큼이나 단풍이 화려한 곳이 전주다. 특히 은행나무가 오래됐고 그 수도 많다. 경기전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왕의 초상화)을 모시기 위해 태종 10년에 지은 건물이다. 하마비를 지나면 홍살문과 외신문, 내신문이 차례로 나온다. 그 안으로 곧장 들어가면 국보 제317호 태조 어진을 모신 정전이 있다.

이맘때 경기전 뜰에는 가을을 만끽하는 여행자들로 분주하다. 고풍스러운 한옥과 조화를 이룬 키 큰 가을 나무들,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 숲과 소나무 숲 그리고 은행나무들이 추색을 더욱 짙게 물들이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연인들은 인생 사진을 남기려 분주히 오간다. 경기전 가까운 곳에는 전동성당이 자리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천주교 신자가 순교한 곳이다. 성당은 순교 100주년을 기념해 1914년에 지어졌다. 서울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가 설계를 맡았다. 당시 일제 통감부가 일본인 상권 확대를 위해 전주부성 풍남문을 허물었는데 이때 나온 돌들을 주워다가 성당 주춧돌로 삼았다.

오목대에 오르면 한옥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길에는 나무테크가 놓여 있어 걷기 편하다. 전망대에 서면 기와가 물결치듯 흘러간다. 가까운 곳에는 한옥이, 아득히 먼 곳에는 빌딩이 숲을 이룬다. 곡선과 수직이,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이다. 가파른 계단을 수십 개 더 오르면 너른 평지 오목대에 이른다. 1380년 고려 우왕 때 이성계 장군이 남원의 황산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돌아가던 길에 이곳에서 승전 잔치를 열었다. 그 후 메모조선왕조를 개국하고 나서 여기에 정자를 짓고, 이름을 오목대라 했다.

전주향교에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유난히 많다. 어린나무가 250년이고 나이 많은 나무는 400살이 넘었다. 향교는 노란색 물감을 뿌려놓은 것처럼 곳곳이 노랗게 물들었다. 향교 특유의 붉고 푸른 색채가 더해져 노란색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2층 누각 만화루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온통 은행잎 천지다. 기와 담장 아래 수북이 쌓인 은행잎은 신혼방을 꾸며놓은 것처럼 아늑하다. 내삼문과 서·동무 주위에 350년 이상 된 은행나무가 추색을 감당할 수 없는 듯 가지를 축 늘어뜨렸다. 향교에 은행나무가 많은 이유는 은행나무에는 벌레가 생기지 않는 것처럼 유생들이 관직에 진출해서 부정에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심었다고 전한다.향교를 나와 곧장 걸어가면 가을의 서정이 물길 따라 흘러가는 전주천을 볼 수 있다. 한백교 아래 숨은 듯 위태롭게 자리한 한백당은 절벽을 깎아 터를 다지고 세운 누각이다. 조선 초기 문신 최담이 별장 용도로 지은것으로 전주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옥빛으로 빛나는 전주천에는 가을이 고스란히 담겼다.

여행 메모

· 전주에서 손꼽히는 맛집 : 한국관광공사는 한국 음식 문화의 정수인 궁중음식을 제대로 계승하는 음식점 7곳을 선정했다. 서울에 5곳, 전주와 경주에 각 1곳씩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궁’(063-227-0844)은 궁중음식과 남도 별미가 조화된 새로운 맛의 세계를 선보인다. 식당은 기와를 머리에 이고 있지만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지어졌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12명 단체석을 제외하면 대부분 입식 좌석으로 꾸며졌다. 예약제로 운영한다.
전주콩나물국밥의 쌍두마차는 삼백집과 삼번집이다. ‘삼백집’ (063-284-2227)은 재료와 밥을 뚝배기에 끓여내고 남부시장에 자리한 ‘삼번집’(063-231-1586)은 토렴해서 낸다.

· 문의 :
전주한옥마을 관광안내소 063-284-1126

· 여행 팁 :
한옥마을은 주차 금지 구역이다. 관광안내소가 있는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고 도보 여행을 즐기는 편이 좋다. 지도는 관광안내소에서 무료로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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