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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기억하는 병,
트라우마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트라우마라는 단어와 친숙해졌다.
트라우마란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질병,
혹은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적(물리적) 통합에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트라우마란 큰 정신적 충격을 준 사건으로 인해 겪는 심리적 외상을 말한다.

이지연(현대모비스 힐링샘 상담실장)   일러스트 날램

트라우마

Case by Case

·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A사원은 프레젠테이션을 하다가 사소한 실수를 해 상사로부터 심한 지적을 받았다. 평소 입이 거친 상사는 욕설을 10여 분 동안 늘어놓기 시작해 나중에는 가족을 비하하는 말까지 들먹였다. A사원에게 그 순간의 모멸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 이후가 더욱 문제였다. 그 상사가 지나가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손이 떨렸고, 상사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귀에 꽂혀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다. 상사가 즐겨 뿌리는 향수 냄새만 맡아도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며, 프레젠테이션은 고사하고 상사에게 해야 하는 보고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겪는 심리적 외상

보통의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자신과 거리가 먼 것으로 여기지만,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트라우마에 노출된다. 사랑하는 가족의 급성 질환이나 상실, 신실하게 믿고 있던 사람의 배신,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경험 등이 모두 트라우마가 된다. 특히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가 생생하게 남아 있어 상담 도중 드러나는 것은 흔한 일이고, 그때 경험했던 트라우마는 어떤 식으로든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미쳐왔음을 깨닫게 된다.

트라우마가 중요한 이유는 그 사건 이후에 나타나는 몸과 마음의 변화 때문이다. 한 예로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서 연인에게 집착하거나 버림받기 전에 먼저 상대를 내치는 행동 패턴을 가진 사람의 경우, 어린 시절겪은 트라우마로 인한 유기 불안이 잠재된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로 인한 세 가지 증상

트라우마로 인한 세 가지 증상

물론 모든 사람이 트라우마 사건 이후 심리적 문제를 앓는 것은 아니다. 자연 회복 여부는 그 사람이 가진 회복 능력이나 자원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로 인한 증상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침입적인 생각이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느새 머릿속은 트라우마 사건으로 가득 차고, 기억을 끊어내려고 해도 트라우마 사건에 집착하게 된다. 두 번째는 각성이다. 과각성 상태로 신경이 예민해지고 짜증이나 우울한 기분이 들며 식욕 부진, 수면 장애 등이 나타난다. 세 번째는 트라우마 사건에 대한 회피이다. 예에서 A사원의 경우, 상사가 뿌린 향수 냄새만 맡아도 그때의 기억이 소환 된다. 트라우마는 생존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사건이므로, 몸은 당시의 위협 자극을 분명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이는 거의 평생 동안 지속된다. 의식에서는 그 사건을 잊었다고 생각하나 무의식적 기억에는 남아 있기 때문에 유사한 자극이 나타났을 때,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가 중요한 이유는 그 사건 이후에 나타나는 몸과 마음의 변화 때문이다. 한 예로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서 연인에게 집착하거나 버림받기 전에 먼저 상대를 내치는 행동 패턴을 가진 사람의 경우,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로 인한 유기 불안이 잠재된 경우가 많다.

슬기롭게 극복하면 심리적 성장 가능해

그렇다면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심각한 외상의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우리는 평소에 생각지 못한 엄청난 일을 겪었을 때 ‘기가 막힌다’는 표현을 쓴다. 즉 체험의 뇌인 우뇌와 분석의 뇌인 좌뇌 간의 소통이 막혀 버린다. 이때 좌우 뇌의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여러 작업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보고(Debriefing)’이다. 사람은 경험한 사건을 생생하게 복기하다 보면 사건과 거리를 두어 안전감을 느끼고 경험을 재해석한다.

일례로 재난 현장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하는 사람은 전문의에게 본인이 느꼈던 경험을 낱낱이 보고하는 절차가 있다. 구호 현장에서 정신 건강을 자신하던 유명인이 보고를 하지 않아, 후에 심적인 고통을 겪었다는 일화는 이 과정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경증의 트라우마일 경우, 보고 대신 치유적인 글쓰기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상을 자기에게 두고 본인이 경험했던 그 사건을 안전한 상황에서 낱낱이 적어 보는 것이다. 침입적인 생각이 자꾸 떠올라 힘들다면 호흡법이나 안전지대 심상을 떠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잡념이 들 때마다 호흡에 집중하거나 경험했던 것 중 가장 평화로운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힘든 기억이다. 그러나 고립무원의 섬같이 외부와 통합되지 않는 트라우마를 잘 극복해낸다면 의외의 심리적 성장을 맛볼 수 있다. 내 삶에 혹독한 시련이 찾아왔다면 이 말을 상기해보자.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성장시킨다.’ 니체가 한 말이다.

끝나지 않는 스트레스,
당신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나요?

극심한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 뒤 발생하는 트라우마는 대부분 갑작스럽게 일어나 심신에 고통을 준다. 다음 문항들은 본인이 겪은 심리적 충격과 관련한 증상을 묻는 질문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얼마나 자주 다음과 같은 증상을 경험했는지 해당하는 점수에 표시해보자.

18점~24점 :
외상 후 스트레스 경향이 있는

25점 이상 :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심한

CHECK LIST

항목 전혀
없다
드물게
있다
그저
그렇다
가끔
그렇다
자주
있다
1. 그 사건을 상기시켜주는 것들이 그 사건에 대한 느낌을 다시 일으킨다. 0 1 2 3 4
2. 나는 수면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0 1 2 3 4
3. 나는 다른 일들로 인해 그 사건을 생각하게 된다. 0 1 2 3 4
4. 나는 그 사건 이후로 예민하고 화가 난다고 느꼈다. 0 1 2 3 4
5.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하거나 떠오를 때마다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회피하려고 했다. 0 1 2 3 4
6. 내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 사건이 생각난다. 0 1 2 3 4
7.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거나, 현실이 아닌 것 같다. 0 1 2 3 4
8. 그 사건을 상기시키는 것을 멀리하며 지냈다. 0 1 2 3 4
9. 그 사건의 영상이 나의 마음속에 갑자기 떠오른곤 했다. 0 1 2 3 4
10. 신경이 예민해졌고, 쉽게 깜짝 놀란다. 0 1 2 3 4
11.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0 1 2 3 4
12. 나는 그 사건에 대해 여전히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0 1 2 3 4
13. 그 사건에 대한 나의 감정은 무감각한 느낌이었다. 0 1 2 3 4
14. 나는 마치 사건 당시로 돌아간 것처럼 느끼거나 행동할 때가 있었다. 0 1 2 3 4
15. 나는 그 사건 이후로 잠들기가 어려웠다. 0 1 2 3 4
16. 나는 그 사건에 대한 강한 감정이 물밀 듯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0 1 2 3 4
17. 내 기억에서 그 사건을 지워버리려고 노력했다. 0 1 2 3 4
18. 나는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0 1 2 3 4
19. 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것에도 식은땀, 호흡곤란, 심장 두근거림, 오심 같은 신체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0 1 2 3 4
20. 나는 그 사건에 관한 꿈을 꾼 적이 있다. 0 1 2 3 4
21. 내가 주위를 경계하고 감시하고 있다고 느꼈다. 0 1 2 3 4
22. 나는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0 1 2 3 4

출처_ 사건 충격 척도 한국판(Impact of Event Scale-Revision-Korean: IES-R-K , Weiss와 Marmar원저(1996), 은헌정 외(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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