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MOBIS

아니 벌써? 데뷔 40주년
‘오래된 청춘’ 김창완

김창완의 한마디엔 힘이 있어서, 어떤 고민을 털어놔도 해결해줄 것 같은 믿음이 있다. 김창완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칼럼명이 ‘우리 시대의 멘토’라는 말을 들은 그의 첫마디도 “세상에나!”였다. 멘토를 거부,
아니 혐오한다는 김창완은 “젊은 세대와 호흡하는 건 좋지만 멘토가 되기는 싫다”고 딱 잘라 말했다.
“자신의 거울은 자신뿐”이라는 주문 같은 말은, 인터뷰 내내 김창완이 현대모비스 임직원에게 띄운 선물이었다.

윤진아(자유기고가)   사진 정우철

김창완

화석이 된 청춘

‘아니 벌써’ 40년이 흘렀다. 한국 록 역사상 가장 희귀한 싱어송라이터로 불리는 김창완은 40년째 선들선들 노래를 부른다. 김창완의 말과 노래에 집중하게 되는 건, 그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의 노랫말에는 뻔한 조언이나 값싼 위로가 없다. 진솔한 독백 같은 이야기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뿐이다.

시작은 1977년이었다. 틈틈이 써두었던 100여 곡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앨범을 하나 발표했는데, 그게 대박이 났다. 지금 들어도 젊음의 패기가 느껴지는 앨범 ‘산울림’이다. 딴청 피우듯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창법, 생활밀착형의 가사, 흐느적거리면서도 진중한 힘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김창완, 김창훈, 김창익 3형제 밴드가 내놓는 ‘아니 벌써’, ‘고등어’, ‘개구장이’ 등은 대체 불가능한 산울림만의 장르로 통했다. 2008년 막내 김창익이 세상을 뜨면서 산울림 활동을 공식 중단한 김창완은 청춘을 박제하고 김창완밴드를 결성했다.

김창완

생활철학자 김창완

예순셋의 로커 김창완은 여전히 청춘이다. 여전히 장난스럽고, 새로운 것에 열의를 보이며, 일상의 작은 존재들을 진지한 호기심을 갖고 대한다.

김창완은 가수이자 작곡가이며, 탤런트이자 배우이고, 방송인이자 작가다. 그야말로 ‘종합예술인’이라는 수식어의 최적격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창완의 공연과 연기, 특히 일상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그가 매사에 얼마나 치열한가를 금세 절감하게 된다.

김창완은 출퇴근하는 샐러리맨처럼 음악과 방송을 해왔다. 현재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진행중인데 1978년 TBC ‘7시의 데이트’로 DJ 일을 시작했으니, 이 일도 벌써 39년이나 됐다.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불리는 밴드 가수가 40년 가까이 하루도 쉬지 않고 스튜디오에 앉았다는 건 짐짓 놀라운 일이다.

“DJ를 하면서 단 하루도 편히 쉰 적이 없어요. 제 라디오 방송 지론이 ‘그 시간에 반드시 거기에 있는 것’이거든요. SBS라디오만 17년 됐는데, 그동안 가족여행 한 번 못 가봤다니까요. 직장인들이 하루 8시간 치열하게 일하듯, 저 역시 열심히 내 일에 몰두하려고 노력합니다. 간혹 여러 일을 하다보면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맞는 말이에요. 저는 이 분야에서 뭔가를 이루고 싶다거나 이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만 확실한 건, 제가 사랑하는 일이 있고 그 일에 충분히 빠져 있다는 거죠.”

단 한마디의 말로도 깊은 울림을 주는 김창완은 일상을 향한 천진한 애정이 가득하다. 쉽게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일상의 풍경들에서 인생의 속살을 아름다운 노랫말로 만들어 낸다. 산울림, 김창완밴드로 쓰고 부른 노래가 그렇고, 청취자들과 소통하며 진행해온 라디오 방송이 그렇고, 태연한 생활 연기가 그렇다.

“누구나 찌든 삶이 있죠.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찌든 일상이 삶의 걸림돌이나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생각을 고쳐먹으면 되거든요. 조금만 견디다 보면 행복은 또 순간순간 샘솟더라고요.”

언뜻 보면 늘 비슷해 보이는 그이지만, 세월과 함께 변한것도 많다.

“예전엔 내 입에서 나오면 그게 다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가끔 옛날에 진행했던 방송 파일들을 들어볼 기회가 있어요. 10여 년 전 방송을 다시 듣는데 ‘그땐 내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웃고 저런 말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도 저 나름대로는 라디오에 대한 소신도 있고 DJ관 같은 것도 갖고 진행했는데, 당시의 치기 어린 모습 같은 것들이 이제는 보여요. 세월이 가르쳐주는 것들이 분명 있지요.”

김창완

불행해서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행복하려고 기를 쓰다 보니 불행을 더 크게 느끼는 것 아닐까요? 행복 입장에선 얼마나 기가 찰 노릇이겠어요? 사람들이 잘 알지도못하고, 불행보다 행복을 더 원하면서도 자꾸 불행만 얘기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멘토는 개나 줘버리고, 자신을 믿으세요!

천재적 음악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로커가 이제는 ‘세상 편한 아저씨’가 되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속절없이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김창완은 어깨를 토닥이며말해준다. 당신의 하루는 꽤 괜찮은 삶이라고.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고 체득하는 오늘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을 시작하는 순간이라고 말이다. 지난 9월 자연 속에서 펼쳐진 ‘현대모비스 숲 음악회’에서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도 그것이었다.

“그냥 덤덤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인생을 살면서 항상 기쁜 일을 바라는 건 욕심이죠. 그러면 꼭 슬픔을 동반하게 되더라고요. 왜, ‘외로워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외로워지는 것’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행복도 마찬가지 같아요. 불행해서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행복하려고 기를 쓰다 보니 불행을 더 크게 느끼는 것 아닐까요? 행복 입장에선 얼마나 기가 찰 노릇이겠어요?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불행보다 행복을 더 원하면서도 자꾸 불행만 얘기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다시 칼럼명 이야기로 돌아와, 김창완은 “만약 지금 당신에게 멘토라는 존재가 필요하다면, 자신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라”고 청했다.

“나침반 하나 달랑 들고 세상을 탐험했던 옛날엔 별자리가 길을 안내해주고 뱃길도 잡아줬어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멘토’라고 명명한 길잡이는 너무 가까이에 있는 것 같아요. 까마득히 떨어져 있어야 그 존재를 열렬히 탐구하며 찾아갈 수 있는데, 엉뚱한 데서 그런 존재를 찾는 게 아닌가 싶어요. 도리어 ‘나’라는 존재야말로 어마어마한 시간과 역경을 헤쳐온 경이로운 길잡이일 텐데 말예요. 자신의 삶을 간과하고 어디서 눈을 뜰 수 있을까요? 책장에 꽂은 자기계발서, 성공한 사람이 들려주는 강의의 핵심도 결국엔 ‘네 안에서 길을 찾아라!’는 말일 거라고 생각해요.”

김창완이 <HYUNDAI MOBIS> 독자들에게 들려준 긴 이야기의 결론은 “그러니 남의 인생이나 개똥철학 따위는 집어던지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땐 ‘사소한 오늘’과 ‘스스로의 힘’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당신이 되기를!

“말이 좋아 명상이지, 하루 13시간씩 가부좌를 틀고 묵언수행을 했어요. 온몸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지요. 그런데 면벽하고 앉아 있다 보니, 하얀 벽 안에 든 내인생이 다 보이더라고요.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 복잡다단한 세상도 확연히 달라져요. 제가 얻은 답과 그로 인한 행복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며, 그동안 많은 분께 받았던 사랑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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