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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나라
프랑스의 자동차 이야기

프랑스는 정치, 경제, 군사 등은 물론 문화, 예술, 스포츠 등으로도 세계 각국에 많은 영향을 끼친 나라다.
프랑스 하면 흔히 천년 고도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 그리고 치즈와 와인 등을 떠올리지만 자동차의 시초인 퀴뇨 증기차와
국제자동차연맹(FIA),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 등 눈부신 자동차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류민(<모터 트렌드> 에디터)    사진 제공 프랑스관광청 외

프랑스

프랑스 하면 ‘자유, 평등, 우애(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라는 그들의 모토와 아름다운 관광지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떠오른다. 프랑스는 GDP 기준 세계 일곱 번째의 경제 대국이자 유럽 제일의 농업국으로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 등 풍요로운 환경에서 치즈, 와인, 올리브 등 부가가치가 높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그중 대표 격인 치즈는 공식적으로만 무려 300여 종에 달한다. 드골 장군이 집권 시절 “치즈만 246종에 달하는 나라의 국민들 요구를 어떻게 일일이 다 맞출 수 있는가?”라고 한 말은 아직도 프랑스인들의 까다로운 성격을 대변하는 이야기로 회자된다. 우리가 안심, 등심으로 나누는 소고기 부위를 안심만 다시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든지 음식 맛이 형편없다는 손님의 잔소리를 들은 주방장이 홧김에 고기와 채소를 솥에 몽땅 쏟고 나가버린 데서 서양의 대표 수프 콩소메가 탄생했다는 이야기 등 음식 관련 문화만 보더라도 프랑스인들의 독특한 자부심을 파악할 수 있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수탉의 유래에서도 그들의 이런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수탉은 원래 영국인들이 ‘프랑스인은 거만하고 큰소리로 허풍을 떤다’라고 비하하는 데서 비롯됐지만 프랑스인들은 오히려 이를 용감하고 담대한 동물이자 기독교의 신앙심을 각성하는 새라고 치켜세우며 더 즐겨 쓰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참고로 프랑스라는 이름의 유래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노예의 반대, 자유인’ 또는 ‘공격적인 무기를 쓰는 종족’을 뜻하는 고대 게르만어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가장 유력하다.

이웃 나라에 대한 적개심이 스포츠 강국으로

이렇게 까다롭고 독특한 유머 감각을 가진 프랑스인들을 한 단어로 설명하는 게 있으니 바로 ‘톨레랑스(Tolerance)’다. 관용, 융통성 또는 공학 용어로 허용 오차를 뜻하는 단어지만 실제의 의미와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우리의 ‘정(情)’과 비슷하다는 설명도 정확하진 않다. 정이 감정적 표현이라면 톨레랑스는 지극히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톨레랑스는 ‘다른 이의 행동 방식 또는 정치/종교적 의견의 자유와 존중’을 뜻하며, 프랑스인들의 행동과 사고 나아가 삶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요소다. ‘권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금지되는 것도 아닌 한계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프랑스인들은 어떤 분야에서건 톨레랑스라는 관습을 통해 상대방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즉, 일정 범위 내에서 서로 존중하며 공생하는 데 필요한 관용치를 정해 법 개입 시점 이전의 이상적인 선을 절묘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인들은 서로에게 관용을 베풀며 살아간다. 하지만 타국에 대한 적개심은 높은 편이다. 프랑스가 축구 강국이 된 배경이 좋은 예다. 프랑스가 축구를 잘하게 된 건 호전적 성향도 성향이지만 역사적 배경과 민족의 우월성을 알리려는 정치적 계산이 짙게 깔려 있는 탓이 크다. 제국주의 시절부터 오랜 앙숙이자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자존심을 깔아뭉개기 위해 축구를 국가 차원에서 적극 장려해 온 것이다.

FIFA와 줄리메컵 그리고 UEFA컵(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이 프랑스인 주도하에 만들어졌으니 축구를 창안한 건 영국이지만 체계는 전부 프랑스가 짰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국가 경쟁에 목숨을 거는 프랑스인들은 경기가 없으면 판을 짜서라도 승부를 보고 만다. 독특한 자부심과 어디 내놔도 꺾이지 않는 승부 근성, 이웃 나라(특히 영국과 독일)에 대한 불타는 전의를 다양한 스포츠로 승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1 프랑스는 와인, 치즈등 부가가치가 높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유럽 최대의 농업국이다. 2 시트로엥의 전설적인 소형차 2CV. 프랑스는 건물이나 도로 풍경 모두 낭만적이다.

1 프랑스는 와인, 치즈등 부가가치가 높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유럽 최대의 농업국이다.
2 시트로엥의 전설적인 소형차 2CV. 프랑스는 건물이나 도로 풍경 모두 낭만적이다.

모터스포츠의 틀을 마련하다

1894년 최초의 자동차 경주를 연 나라도 프랑스다. 프랑스는 유럽 각국이 앞다투어 자국 내 경기 단체를 결성하던 모터스포츠 태동기부터 국가 간 경기 개최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강조하였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각 나라의 자동차 경주를 국제적으로 통괄하는 데 앞장섰고 결국 전 세계 모든 국제 모터스포츠를 관장하는 FIA(국제자동차연맹)의 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참고로 FIA의 공식 명칭(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은 프랑스어이며 본부 역시 파리에 있다.

또한 ‘모터스포츠계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장 토드 역시 프랑스인이다. 그는 페라리 F1 팀의 감독과 CEO를 거쳐 FIA 회장을 연임 중이다. FIA의 주 업무는 국제 경기 개최에 필요한 규칙과 인증 그리고 자격과 기록 등을 총괄하는 것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노력하는 것이 바로 도로 이용자들의 상호 안전과 친환경적 이동수단을 도모하고 장려하는 일이다. UN과 연계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도로 안전(Action for Road Safety)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스포츠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남다른 기질은 모터스포츠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프랑스는 전설적인 드라이버 알랭 프로스트와 현역 기대주 로맹 그로장 등 무려 71명의 F1 드라이버를 배출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활약으로 국내에서도 관심이 뜨거워진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난공불락의 기록을 연속 수립한 드라이버 세바스티앙 로브도 프랑스인이다. 그는 현재 WRC를 떠나 FIA GT와 르망 등 다양한 서킷 레이스와 파이크스 피크(PPIHC)에서 활동하며 각종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3 F1의 전설적인 드라이버 알랭 프로스트도 프랑스인이다. 그는 지금도 자동차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4 국제자동차연맹의 회장인 장 토드. 모터스포츠 세계에서 이 프랑스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3 F1의 전설적인 드라이버 알랭 프로스트도 프랑스인이다. 그는 지금도 자동차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4 국제자동차연맹의 회장인 장 토드. 모터스포츠 세계에서 이 프랑스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대표적 레이싱 대회, 르망 24시와 다카르 랠리

프랑스 모터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프랑스에서 열리는 빅 이벤트인 르망 24시와 다카르 랠리를 빼놓을 수 없다. 르망 24시(The 24 Hours of Le Mans)는 1923년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내구 레이스다. 지금은 9개국을 무대로 치러지는 WEC(세계내구레이스챔피언십) 시리즈에 편입돼 있으나, 시즌 우승보다 르망 24시 한 경기의 우승이 가지는 의미가 훨씬 더 클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클래스는 전용 경주차(LMP)와 양산 개조차(GTE)로 나뉘며 경기는 길이 13.629km(2017년 기준)의 ‘라 사르트’ 연장 가설 서킷을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달린 차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스피드만큼 내구성도 중요하기에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인다.

다카르 랠리는 ‘랠리계의 내구 레이스’라 불린다. 1978년부터 시작됐으며 파리에서 출발해 세네갈 다카르에 이르는 경로를 유지하다 2008년 테러 이후 무대를 남미로 옮겨 치르고 있다. 1977년 프랑스인 티에리 사빈이 아프리카 바이크 랠리에서 실종됐다 구사일생으로 구출된 뒤 당시 오지에서 경험한 전율을 레이스로 만든 것이다. 르망 24시와 다카르 랠리는 무대는 다르지만 드라이버와 머신을 극한의 조건에 두고 겨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5 프랑스는 최근 현대팀의 활약으로 국내에서 관심이 높아진 WRC에서도 스타급 드라이버를 여럿 배출했다. 지금은 다른 경기에서 활약 중인 세바스티앙 로브가 대표적이다. 6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세네갈 다카르로 가는 다카르 랠리는 현재 남미에서 치러지고 있다.

5 프랑스는 최근 현대팀의 활약으로 국내에서 관심이 높아진 WRC에서도 스타급 드라이버를 여럿 배출했다. 지금은 다른 경기에서 활약 중인 세바스티앙 로브가 대표적이다.
6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세네갈 다카르로 가는 다카르 랠리는 현재 남미에서 치러지고 있다.

7 자동차 역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퀴뇨의 증기 자동차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8 역사상 첫 전륜구동 차이자 첫 모노코크 섀시 차인 트락숑 아방. 독창적인 메커니즘은 프랑스 차의 특징이다. 9 프랑스에서는 개성 짙은 소형차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7 자동차 역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퀴뇨의 증기 자동차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8 역사상 첫 전륜구동 차이자 첫 모노코크 섀시 차인 트락숑 아방. 독창적인 메커니즘은 프랑스 차의 특징이다.
9 프랑스에서는 개성 짙은 소형차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화려한 역사를 가졌지만 소형차가 인기

프랑스는 모터스포츠는 물론 자동차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나라다. 자동차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증기 자동차가 1769년 프랑스인 니콜라스 조셉 퀴뇨의 손에서 태어났으며 다임러(벤츠)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 공장 파나르 르바소도 프랑스인에 의해 1890년 파리에 세워졌다. 세계 최초의 앞바퀴 굴림 방식 차이자 모노코크 섀시 차였던 1934년 시트로엥 트락숑 아방 역시 프랑스 자동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현재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는 푸조, 시트로엥, DS 오토모빌, 오펠, 복스홀 등을 소유한 PSA 그룹과 르노, 닛산, 인피니티, 다시아, 알피느 등을 거느린 르노 그룹이 있다. 이 외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를 만드는 부가티와 한때 유럽의 테슬라로 불렸던 전기차 회사 벤츄리 등 소규모 자동차 브랜드 12개와 마이크로카 브랜드 8개가 활약 중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화려한 대형차보다 소박하되 개성 짙은 소형차가 인기가 많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차도 대부분 소형차다. 프랑스인들의 실용주의도 한몫했겠지만 이는 복잡한 대도시 파리의 영향이 크다. 파리는 19세기 나폴레옹 3세 때 파리 지사 오스만 남작을 통해 재정비된 방사형 구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탓에 낭만적이고 아름답지만 교통 환경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복잡하다. 차선도, 중앙선도 없는 길이 많은데다 금지 표시가 없으면 어디서든 유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도 많은 편이다. 인도 위 주차가 허용되는 곳이 많지만 주차 공간도 늘 부족하다. 때문에 앞뒤 차의 범퍼를 범퍼로 밀며 주차하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큰 차보다는 작은 차, 특히 콤팩트한 해치백이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잡하지만 질서 있는 파리의 교통 문화

파리에는 복잡한 원형 교차로도 많다. 무려 열두 갈래로 나뉘는 개선문 광장의 원형 교차로는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행 신호에 차가 정지선을 넘어선다든지 교차로에서 경적을 울리는 모습은 드물다.

파리의 신호등은 도로 바깥쪽 운전자의 눈높이에 맞게 달려 있어 정지선을 넘어가거나 앞차의 꼬리를 물면 신호를 보기 어렵다. 자연스레 보행자는 물론 다른 운전자를 배려할 수밖에 없다. 거미줄같이 얽혀 있는 일방통행로 역시 파리의 특징인데 도로 대부분이 좁은 골목길임을 감안해 같은 방향의 골목을 서로 반대 방향의 일방통행로로 만들어 흐름을 원활하게 유도하고 있다.

파리 외곽을 도는 순환도로 페리페릭 역시 파리 교통 환경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외부선은 파리로 들어오는 차들의 흐름을, 내부선은 시내 주요 도로 거점과 연결돼 원하는 곳의 정체를 최소화해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인데 두 개의 문(Porte)에서 내선과 외선을 서로 갈아탈 수 있게 만들었다. 아울러 파리 지하철 메트로와 교외를 잇는 급행 전철(RER), 그리고 버스 및 택시 등 유기적으로 짜여 있는 대중교통은 도심의 교통 정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참고로 파리 이외 지역의 도로는 대부분 한가한 편이다. 도로 체계는 외국인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고 주요 고속도로들은 곧고 넓으며 노면 상태도 좋다. 어느 지역을 가든 주변 풍경과 운전을 즐길 수 있으니 파리 이외의 지역을 여행할 생각이라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카도 프랑스에서 생산된다. 11 파리 시내에서 열린 자동차 이벤트. 파리는 이처럼 차선조차 없는 도로가 흔하다.

10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카도 프랑스에서 생산된다.
11 파리 시내에서 열린 자동차 이벤트. 파리는 이처럼 차선조차 없는 도로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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