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MOBIS

우울의 다른 얼굴
무기력

이지연(현대모비스 힐링샘 상담실장)   일러스트 날램

걱정

Case by Case

· A사원은 고과 발표가 난 이후로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 1년 동안 특근과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일했는데, 막상 우리 팀의 고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머릿속에서는 늘 맡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자신을 재촉하고 독려하지만, 막상 책상에 앉으면 집중이 되지 않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일할 맛이 딱 떨어진 것이다.

· B차장의 지난 6개월은 악전고투의 일상이었다. 주당 세 번 이상 지방 공장 출장과 고객사 대응 업무를 도맡아 했고, 야근을 하는 날도 허다했다.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온 후에도 업무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그런데 문제는 프로젝트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 어느 날부터 눈꺼풀이 천근같이 무겁고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로가 쌓여 그런가 싶어 주말 동안 충분히 수면을 취해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깨어 있는 시간은 늘 몽롱했고, 피로감이 가시지 않아 업무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한의원 진단 결과 ‘기진맥진’한 증상이라고 했다.

위의 두 사례는 직장 생활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무기력 증상이다. 첫 사례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성과를 보장받을 수 없는 데서 온 무기력 증상이고, 두 번째 사례는 무한정 노력을 들이고는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데서 온 무기력 증상이다.

에너지의 고갈, 무기력증

무기력증이란 신체적으로는 에너지를 소진하여 동기와 의욕을 잃은 상태로 볼 수 있다. 보통 무기력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업무에 지치고 정서적으로 탈진된 느낌 때문에 업무 몰입이나 흥미가 현저히 저하된다. 결국 무기력이란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점에서 우울감이 빠진 우울증으로도 볼 수 있다.

지금은 긍정 심리학으로 유명한 마틴 셀리그만은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한 바 있다.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서 전기 충격을 지속적으로 당한 개는 이후 도망갈 수 있는 상황에 놓여도 아예 도망갈 생각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개에게 무기력을 학습시킨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통제권(Controllability)이다. 스스로 뭔가를 이루려 노력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얻을 때 사람들은 통제권을 쥐었다고 느낀다. 반면, 해도 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통제 불능감을 느껴 무기력에 빠지는 것이다.

직장 생활 속 무기력은 여러 형태로 찾아온다. 원하는 직장에 들어왔지만, 다람쥐 쳇바퀴 도는 단순 업무로 인해 성취감을 맛볼 수 없는 젊은 사원의 무기력부터, 죽을힘을 다해 팀을 위해 일했건만 생각지 못한 고과를 받은 대리의 무기력, 끝없이 일로만 점철된 일상을 반복하다 몸의 기운을 점점 소진한 25년 차 부장의 무기력까지 그 스펙트럼은 광범위하다.

모든 무기력은 에너지의 고갈과 함께 찾아온다. 그리고 이때의 무기력은 철회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더 이상 당신의 에너지를 고갈시키지 말고, 당분간 당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무기력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대화로 근심을 줄이고, 호흡으로 몸을 이완해야

에너지가 고갈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업무 생각에 대한 ON/OFF 스위치를 만들어 일에 대한 Ending point를 분명히 하자. 보통 무기력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일과를 보면, 업무가 끝난 후 심지어는 잠들기 전까지 업무 생각을 떨칠 수 없다는 경우가 많다. 업무가 끝나면 OFF 스위치를 눌러 머릿속에 점철된 업무 생각을 떨쳐 버리는 연습을 하자.

고갈된 나를 돌보아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자

에너지가 고갈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업무 생각에 대한 ON/OFF 스위치를 만들어 일에 대한 Ending Point를 분명히 하자. 보통 무기력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일과를 보면, 업무가 끝난 후 심지어는 잠들기 전까지 업무 생각을 떨칠 수 없다는 경우가 많다. 업무가 끝나면 OFF 스위치를 눌러 머릿속에 점철된 업무 생각을 떨쳐 버리는 연습을 하자. 업무 시간에 몰입하는 것만큼 업무 이후 업무와 심리적 거리를 두는 것도 회복을 위해 중요한 연습이다.

그런데 개중에는 생각처럼 ON/OFF 스위치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물리적, 시간적인 ON/OFF 스위치를 만들어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주일 중 어떤 날, 몇 시부터 몇 시까지를 정해 나를 위한 시간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업무에 매몰된 나를 구출해보자. 이와 더불어, 일에 대한 생각을 분산시키기 위해 활동을 계획하는 것도 좋다. 취미활동이나 운동도 예가 될 수 있지만, 가까운 지인과의 회동,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소박한 반주(飯酒)에 진솔한 대화의 장을 갖는 것도 좋은 전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무기력은 감정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우울증과 구분된다. 때문에 의욕과 에너지는 소진되었지만 감정적으로는 별다른 느낌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경우 평소 본인의 감정을 소홀히 다루었을 가능성이 크다.

‘뭔가를 해야 하는 나’는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지만, ‘느끼는 나’는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 때문에 감정에 대한 배려를 못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감정에 무딘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의 감정을 보살펴 보자. 오늘의 핵심 감정이 무엇이었나를 중심으로 감정 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결국 무기력은 고갈된 나를 돌보라는 메시지이다. 일에 과잉 초점화된 나를 돌아보고, 에너지를 재분배하여 일과 삶의 균형감을 맞추라는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치료책일것이다.

당신도
혹시
무기력증?

만성적인 업무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량, 다른 심리적 요인이 지속되면 일에 대한 의욕도, 일을 해나가려는 동기도 잃어버리기 쉽다. 업무에 대해 심리적 피로, 정서적 고갈, 냉소적 태도를 보일 뿐 아니라 자신감이나 성취감이 결여되진 않았는지, 다음 직무 소진 척도를 통해 점검해보자.

45 이상 : 몸과 마음이 고갈된 느낌이 상당히
높은 상태

32-44 : 무기력이나 직무 소진의 가능성이 있는 상태

31 이하 : 일반적으로 직무 몰입을 보이는데
무리가 없는 상태

CHECK LIST

항목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동의하지
않는다
약간
동의하지
않는다
보통
(그저
그렇다)
약간 동의
한다
동의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1. 내가 맡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정서적으로 지쳐 있음을 느낀다. 1 2 3 4 5 6 7
2. 직장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 완전히 지쳐 있음을 느낀다. 1 2 3 4 5 6 7
3.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생각만 하면 피곤함을 느낀다. 1 2 3 4 5 6 7
4.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이 나를 긴장시킨다. 1 2 3 4 5 6 7
5. 내가 맡은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완전히 지쳐 있다. 1 2 3 4 5 6 7
6. 현재 맡은 일을 시작한 이후로 직무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1 2 3 4 5 6 7
7. 맡은 일을 하는데 있어 소극적이다. 1 2 3 4 5 6 7
8. 나의 직무의 기여도에 대해서 더욱 냉소적으로 되었다. 1 2 3 4 5 6 7
9. 나의 직무의 중요성이 의심스럽다. 1 2 3 4 5 6 7

한국 심리학회; 산업 및 조직(2003) vol 16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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