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MOBIS

그라운드를 누비는 흑진주들
우리가 바로 걸크러시!

마북연구소 해석연구팀 김혜리 연구원

매주 주말이면 그라운드에 모여 야구를 하는 여자들이 있다. 김혜리 연구원이 몸담고 있는 강원도 양구 소속 ‘블랙펄스’ 팀원들이다.
사회인 야구팀이지만 매년 3개 리그, 4개의 전국대회에 출전하기에 이들에게 주말은 언제나 ‘야구하는 날’이다.
주말뿐 아니다.
올여름에는 일본 북해도 여자야구대회에 초청되어 훗카이도에 다녀오는 등 국내외를 오가며 한국 여자 야구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빈 블랙펄스 팀원들을 위해 마북연구소 해석연구팀 김혜리 연구원이 나섰다.

문소연(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   영상 성동해

동료가 쏜다
동료가 쏜다

야구에 빠진 여자, 야구 선수가 되다

이벤트 당일인 주말 아침, 블랙펄스 팀원들이 일찍부터 그라운드에 나와 캐치볼로 몸을 푼다. 매주 만나는 사이지만 얼굴만 봐도 웃음꽃이 피고,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워밍업하랴 이야기하랴 왁자지껄한 현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오늘 경기에 대한 긴장감보다는 연습 경기를 앞둔 듯 여유로운 분위기다. 그리고 그곳에서 등번호 39번 유니폼을 입은 김혜리 연구원이 환한 웃음으로 취재진을 반긴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벤트에 신청했는데 채택됐다는 연락을 받고 너무 기뻤어요. 오랜 숙제를 드디어 해결하겠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도 컸죠. 제가 블랙펄스에 입단했을 때 학생이었는데, 야구팀 언니들이 저를 많이 챙겨줬거든요.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면 취업 턱 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는데, 막상 취업을 하고는 실행을 못했죠. 항상 미안한 마음만 갖고 있던 중 마침 사보 이벤트 공지가 올랐길래 냉큼 신청했어요. 이 기회를 빌려 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북연구소 해석연구팀에 근무하며 어느새 2년 차 연구원이 된 김혜리 연구원이 더는 ‘한 턱’을 미룰 수 없었다며 신청 사유를 밝힌다.

그런데 그녀는 왜 많고 많은 스포츠 중 야구를 선택한 것일까? 경기 시작에 앞서 입단 스토리부터 질문하니 준비라도 한 듯 야구와의 인연을 술술 읊어댄다. 그녀는 2008년도 베이징올림픽에서 이용규 선수에게 반했고, 2009년도 기아타이거즈의 우승을 지켜보면서 야구에 흥미를 갖게 됐다. 팬으로서 야구 관람만 하다가 대학에 입학해 야구동아리의 창단 멤버가 되었단다. 이후 ‘보는’ 야구에서 ‘하는’ 야구로 본격적인 훈련에 나섰고, 학년이 높아지며 동아리 회장까지 맡게 되었다.

“어느 날 프로야구 중계에서 여자 야구 국가대표 유격수가 시구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여자 야구가 있는지도 몰랐었는데, 그 선수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흠뻑 반해버렸죠. 그리곤 바로 그 선수가 있는 팀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연습하는 곳을 무작정 찾아갔어요. 그게 바로 블랙펄스였고, 그렇게 저는 2014년 1월부터 블랙펄스 팀과 함께 하게 되었답니다.”

내년이면 창단 10주년을 맞는 블랙펄스는 한국 여자 야구의 디펜딩 챔피언 같은 존재다. 매년 강력 우승 후보로 평가되고 있으며, 꾸준히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하고 있다. 올해는 22명의 선수 중 4명의 선수가 대표팀에 뽑혀 세계 대회를 준비 중이다. 현재까지 여자 야구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 여자 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팀을 목표로 매주 연습과 시합에 임하고 있다.

동료가 쏜다

승리의 주인공은 바로 ‘블랙펄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고, 여유롭던 팀원들의 얼굴이 진지 모드로 돌변한다. 오늘 함께 경기를 펼칠 팀은 ‘안양 산타즈’로 만만치 않은 상대다. 2시간의 경기 시간이 주어지고(사회인 야구단은 경기 시간에 제한을 둔다) 빛나는 그라운드의 흑진주가 되기 위해 모두 마음을 다잡는다. 동그랗게 서서 손을 맞잡고는 블랙!(주장) 펄스!(팀원) 파이팅!(다 같이)을 힘차게 외친다.

패기 넘치는 구호를 뒤로하고 경기에 나서는데, 오늘은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쭉쭉 뻗어나간 공 덕분에 선취점을 따고, 4번 타자로 나선 김혜리 연구원이 소중한 1점을 보탠다. 파이팅 넘치는 경기를 보고 있자니 보는 사람마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김혜리 선수는 연습이나 시합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성실한 선수예요. 그리고 팀원들을 위해 이런 이벤트를 준비할 정도로 마음도 곱고 생각도 깊죠. 이런 이벤트 자리를 마련해줘 고맙고 대견하네요. 지금처럼만 성실하게 임하면 실력도 쭉쭉 늘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블랙펄스의 송승호 코치는 야구 선수로서의 김혜리를 ‘성실’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 입단 후 지금까지 꾸준히 운동하는 모습이 코치의 눈에도 기특했던 모양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는 초창기에는 3루수로 활동하다가 올해부터 1루수로 전향하여 이를 제 포지션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란다.

“올해 봄 부천시장기 여자 야구 전국대회가 열렸습니다. 처음으로 풀타임 전 경기에 출장한 전국대회였죠. 타율 5할에 장타율 0.7과 OPS 1.245를 기록했어요. 제 개인 성적보다는 처음으로 전국대회의 모든 경기를 뛰어보았고, 이 대회에서 팀이 우승했다는 것이 가장 기뻤어요.” 공수 교대가 계속되고 팀원들은 목이 터지라고 벤치에서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서로를 격려한다. 어느새 시간이 다 되어 4회 말 마지막 수비다. 블랙펄스는 경기를 마무리하며 10:4, 시원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동료가 쏜다
동료가 쏜다
동료가 쏜다

‘동료가 쏜다’ 현장 분위기를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QR코드를 스캔해보세요.

‘동료가 쏜다’ 현장 분위기를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클릭해보세요.

‘상궁이’ 혜리가 쏜다!

승리의 기쁨을 뒤로하고, 경기하느라 떨어진 체력을 올리기 위해 오늘의 만찬 장소로 이동한다. 깔끔한 레스토랑 분위기에 놀란 듯 “앗, 이런 곳은 차려입고 와야 하는데, 유니폼 입었다고 쫓겨나는 거 아냐?”, “오늘 땀을 덜 흘려 다행이네. VIP룸에 냄새를 풍기면 민망하지.”, “혜리야, 매일 이렇게 좋은 자리 마련해주라~”라고 팀원들이 한마디씩 농담을 건넨다. 오늘의 메뉴인 이탤리언레스토랑의 코스 요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팀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휴대폰을 꺼내 사진 촬영에 몰입한다. 하나 둘 요리를 맛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혜리 연구원이 씩씩하게 일어나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저희 블랙펄스 팀원들 더운 날 추운 날 거르지 않고 야구하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경기하며 부상당해 오늘 참석 못하신 분들도 계신데, 하루빨리 쾌차해 다시 야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블랙펄스 입단 때 대학생이었는데 ‘상궁이 상궁이’ 부르며 챙겨주신 언니들 너무 고맙고, 그 덕분에 좋은 기운 받아 모비스에 취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김혜리 연구원의 공식적 인사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훈훈한 화답이 이어진다. “네가 잘해서 좋은 회사 들어갔지!”, “그 덕에 우리가 이런 이벤트도 받아본다”, “언니 덕에 코스 요리를 먹어봐요!”라며 격려가 오간다. 순간 김혜리 연구원이 와락 눈물을 쏟는다. 그간의 고마움이 복받친 것이다.

공대를 나와 주변에 여자 지인들이 많지 않았던 김혜리 연구원은 여자 야구를 하면서 수많은 언니들과 동생들이 생겼다. 또 야구 시합을 하러 전국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주말마다 국내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야구를 하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거라는 그녀다. 장난기 어린 농담과, 우렁찬 환호, 한바탕의 눈물이 어우러진 오늘의 이벤트를 오래 간직하자는 약속을 뒤로하고 눈물을 훔친 김혜리 연구원의 마지막 멘트가 이어진다.

“블랙펄스 팀원들 덕분에 마음도 몸도 더 강인하게 성장한 것 같아요. 제 남은 20대도 블랙펄스에서 불태울 테니 다들 제 독설에 지치지 말고 계속 저와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쉽게도 오늘 대표팀 훈련 가느라, 출근하느라 참석하지 못한 언니들을 위해 다음에 또 자리 한번 만들게요. 혜리가 쏜다는 계속됩니다!”

참여 신청을 기다립니다!

아빠 · 엄마 · 남편 · 상사 · 자녀가 쏜다!

자녀의 유치원, 학교, 동아리 혹은 배우자, 부모님의 회사, 모임 등에 간식을 보내고 싶은 분은 이메일로 신청해주세요. 사보 편집실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드립니다.
(nana@mobis.co.kr)

Prev Top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