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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년 부부
‘졸혼’이 정답일까?

중년 부부는 살면서 겪은 불화와 상처, 원망과 오해로 인해 더 이상 서로 바라만 보아도 꿀이 떨어지는 사이는 아니다.
그렇다고 이혼을 하기에는 자신이 없고 재산이나 자녀 문제 등 걸리는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졸혼’이다. 과연 법적 관계를 청산하지 않고 별거를 택하는 졸혼이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김동선(<마흔 살, 내가 준비하는 노후 대책 7> 저자, 조인케어연구소 대표)

위기의 중년 부부

부부, 결혼을 졸업하다

‘결혼을 졸업한다’라는 뜻의 졸혼은 혼인 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풍속이다. 일본에서 등장해 유행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로, 최근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입에 오르내리는 화두다. MBC 스페셜이 전국의 결혼 20년 차 이상의 기혼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배우자와 떨어져 지내는 기간을 갖고 싶다’는 사람이 82%나 됐다. 졸혼의 관계와 형태도 각양각색인데 남편은 시골에 살고 아내는 도시에서 살면서 주말마다 만나는 부부도 있고, 각자 경제적 토대를 갖고 1년에 한두 번 만날까 말까 하는 거의 이혼 상태의 부부도 있다.

졸혼일지라도 부부 애착도가 높은 이들도 적지 않기에 졸혼을 두고 ‘좋다, 나쁘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년을 넘어선 부부들이 졸혼을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졸혼을 선택하는 두 가지 요인

나이가 들수록 여성들은 독립적이며 능동적으로 변해간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생활을 해왔기에 주위에 자기편이 되어줄 사람을 많이 만들어두었다. 반면 회사밖에 몰랐던 남성들은 퇴직과 함께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바뀐다. 거기에 살림을 간섭하거나 아내의 외출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아내를 규탄한다. 중년이 되면 역할 전환기에 놓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두 사람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또 한국의 가족생활이 부모와 자녀 중심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부부 중심의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것도 원인이다. 중년을 넘어서면 그동안 완충 역할을 했던 자녀가 독립하고 부부만 남겨지는데, 부부는 그제야 ‘평생 함께 살아왔던 타인’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인생의 주기에서 보면 신혼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개성이 다른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신혼기처럼 중년 부부 역시 가정 또는 직장에서 서로 다른 생활을 해오다 보니 오롯이 남겨진 부부 관계가 갈등으로 치닫는 것이다.

혼자 보내는 노후, 행복은 없다

그렇다면 남편과 아내로 살아온 세월이 답답했던 부부에게 졸혼은 멋진 해답이 될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독립한 부부라면 졸혼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추구하고 자아를 찾는 여정을 떠나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졸혼 후 결국 이혼으로 귀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냥 보통 정도의 갈등과 의존으로 맺어진 부부라면 섣불리 졸혼을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졸혼이나 이혼 이후 남녀 모두 행복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노년기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건강 상실과 빈곤인데, 배우자가 없는 삶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겪을 위험이 높다.

1인 가구의 소비는 2인 가구의 소비와 큰 차이가 없고, 적당한 바가지와 긴장감은 정신 건강에도 좋다. 늙으면 등 긁어줄 사람이라도 필요하고, 아프면 누군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때문에 이혼으로 부부 관계를 끝내지 않을 것이라면 졸혼이라는 선택은 결코 탈출구가 될 수 없다. 갈등을 많이 겪었던 중년 부부일지라도 남편의 퇴직 후 오히려 좋은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기억하자.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자녀 교육을 두고 일어났던 의견 차이도 없어지면 궁극적으로 처음 남녀로 만나서 반했던 그 멋진 인간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지금 졸혼을 계획하고 있다면, 혼자 해도 좋지만 함께 하면 더 멋진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떠올려보자. 함께 배낭을 메고 지중해를 여행하는 중년 부부, 함께 댄스를 배우는 부부 그리고 요양원의 벤치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행복. 말다툼, 갈등, 실망감, 배신을 극복한 노년기 부부의 사랑은 세상 어느 사랑보다도 깊고 진하다. 노년의 행복감은 배우자와의 원만한 관계에 비결이 있음을 잊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자녀에게 쏟는 애정의 절반만 배우자에게 표현해보자.

중년 부부의 관계 반전을 위한 전략

중년 부부의 관계 반전을 위한 전략

1. 아무리 바빠도 배우자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라. 배우자의 말을 시비 없이 수긍하면서 들어주는 대화를 하라.
2. 취미생활을 공유하라.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3. 절대 하루 24시간을 함께 하지 않는다. 부부라도 각자의 공간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4. 노년기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모델로 삼아라. 행복한 부부의 대화와 배려를 배우도록 하라.
5. 처음 만나 연애하던 젊은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하라. 오래전에 사라진 감정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6. 아내는 남편이 퇴직으로 인해 갖는 충격과 변화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지지해주라. 평생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왔던 남편의 은퇴 후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은 가족뿐이다.
7. 역할을 바꿔보라. 아내가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남편이 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이 중년 이후부터 점점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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