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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현실로,
증강현실을 말하다

Augmented Reality

기술이 발전하는 최전선에는 언제나 미디어가 존재했다. 과거 라디오를 통해 ‘듣는 경험’ 중심이었던 미디어는,
전파를 통해 영상을 송신하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듣는 경험을 넘어 ‘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TV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기술 혁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미디어는 또 한번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니 이번엔 미디어를 기반으로 우리 삶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혁명적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이 하나의 공간에 뒤섞이는 ‘증강현실(AR)’이 그 주인공이다. 증강현실은 듣고 보는데 그쳤던 경험을 ‘느끼는 경험’으로
확장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차세대 인터페이스 혁명을 불러올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선민규(<브릿지경제> 기자)

증강현실

어느새 익숙해진 단어 ‘증강현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증강현실’은 어느새 우리 삶에 익숙한 단어가 됐다. 지난해 여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의 영향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비춰지는 실제 거리 속에 등장하는 포켓몬을 수집하는 이게임의 인기는 가상현실(VR)에 가려져 대중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던 증강현실 기술을 단숨에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포켓몬 고의 성공은 ‘OO고’로 불리는 각종 유사품을 등장 시켰고, 대거 쏟아진 유사품은 성패를 떠나 증강현실 기술 고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제 증강현실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주목하는 기술로 향후 치열한 선점 경쟁이 예고되는 분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렇다면 증강현실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증강현실은 실제와 가상을 혼합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렌즈를 통해 비춰진 내 방 한구석에 포켓몬을 나타나게 만드는 기술. 이 기술이 증강현실이다. 증강현실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상현실과는 ‘실제 세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로 달라진다. 두 기술 모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이 모든 세계가 100% 허구인 가상의 세계를 불러내는 반면, 증강현실은 실제 존재하는 세계에 허구를 ‘일부’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차이는 두 기술의 활용도를 달라지게 한다. 가상현실은 사용자가 현실이 아닌 전혀 새로운 가상 세계에 몰입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집중이 필요한 교육 · 훈련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높이고, 증강현실은 실제 현실에 가상 이미지가 보조된다는 점에서 현실과 가상 간 상호 교류가 필요한 산업 · 유통 등의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증강현실

증강현실에 쏟아지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러브콜

증강현실은 갑자기 등장한 기술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였다. 그러나 기술 발전 정도에 따른 현실적인 걸림돌 탓에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들어 증강현실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배경엔 4G LTE로 불리는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이 있다. 세계에 가상의 객체를 불러내고, 이를 자연스럽게 존재하도록 하기 위해선 다량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네트워크 기술이 필수로 꼽힌다.

과거 네트워크 기술로는 증강현실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의양과 속도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증강현실은 ‘가능성이 높은 기술’에 머물렀지만, 네트워크 환경이 고도화되면서 상용화에 성큼 한 걸음을 내딛었다. 5G로 불리는 초고속 · 초저지연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이 차츰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떠올릴 때, 증강현실이 머지않아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진다.

부풀어가는 성장 가능성을 타고 관련 업계에선 다양한 방향으로 증강현실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전용 스마트폰이나 헤드기어 등 각종 디바이스에 대한 개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구글은 ‘탱고 프로젝트’란 이름을 앞세워 증강현실을구현할 수 있는 카메라 렌즈가 부착된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레노버’와 손잡고 증강현실 전용 스마트폰인 ‘팹2 프로 (Phab2 Pro)’를 공개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통해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홀로렌즈(HoloLens)’를 세워 증강현실 시장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디바이스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콘텐츠’를 확보 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애플은 지난 6월 자사 개발자 포럼인 ‘WWDC 2017’을 통해 ‘ARKit’을 공개했다. ARKit은 아이폰에서 AR 서비스를 위한 API로 카메라, CPU, GPU, 모션센서를 활용해 공간을 인식하고 가상의 객체를 실제 공간에 구현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증강현실 콘텐츠 개발을 원하는 개발자는 ‘ARKit’을 이용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증강현실의 잠재력은 단순히 ‘재밌고 신기한 기능’에서 멈추지 않는다. 증강현실은 인간이 직접 볼 수 있는 그 이상의 정보를 현실에 보여줄때 비로소 숨겨져 있던 가치가 드러난다.

증강현실

증강현실이 주목받는 이유, ‘성장 가능성’

증강현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증강현실 기술은 재미 위
주의 콘텐츠에서 사용자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사진 촬영 시 가상의 존재나 건축물을 불러내는 일이 가능하다. 카메라에 비친 상대방을 외
계인이나 공룡 등 가상의 존재로 변화시키는 일도 가능하다. 매장에서 구입 하고자 하는 가
구의 크기를 감지하고 집의 공간과 비교해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고, 복잡한 실내 공간에
서 길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증강현실의 잠재력은 단순히 ‘재밌고 신기한 기능’에서 멈추지 않는다. 증강현실은 인간이
직접 볼 수 있는 그 이상의 정보를 현실에 보여줄 때 비로소 숨겨져 있던 가치가 드러난다.

증강현실의 숨겨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디바이스로는 ‘스마트 글라스’가 꼽힌다. 스마
트 글라스는 안경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로, 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와 투과 기능을 갖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형태다. 구글은 이미 ‘구글 글라스’라는 이름의 증강현실 전용 단말기
를 일부 산업분야에 활용하며 성능을 검증받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콘텐츠 개발
사와 함께 의료용 스마트 글라스를 선보이며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아직
스마트 글라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 내부에선 애플이 일반 안경 형태의
증강현실 전용 기기를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영화 속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령 정류장을
바라보면 실시간 교통정보가, 하늘을 바라보면 당일 날씨 정보가 표시된다. 거리를 걸어가며 영상통화를 나누고, 공장에서는 현장에서 설비의실시간 현황 정보를 읽을 수 있다. 병원에서는 의사가 차트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고, 상품을 바라보면 어떤 제품이고 최저가는 얼마인지 표시된다.

영화 속에서만 봐왔던 기술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빅데이터, 클라우드, 5G 등 미래 기술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 쏟아지는 데이터 속에서 인공지능이 내게 필요한 정보만 선별하고 제공하면 해당 정보를 증강현실을 토대로 실시간 구현해 내는 기술 간 융합이 전제돼 있다. 향후 관련 기술이 발전해 증강현실이 꽃피울 토대가 마련된다면 증강현실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터치, 음성명령에 이은 새로운 인터페이스로서 자격을 갖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증강현실

증강현실의 진화는 시작됐다

글로벌 산업분석 전문기업인 디지캐피탈(Digi-Capital)이 2017년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까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의 시장 규모는 1,080억 달러 규모로 성장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중 증강현실은 830억 달러 규모로, 가상현실에 비해 3배 이상 더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는 가상현실이 증강현실보다 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르면 2018년부터 두 기술의 시장 규모가 역전될 것이란 관측도 덧붙였다. 시장 성장이 점쳐지면서 세계적으로 증강현실 관련 연구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증강현실 관련 특허 등록 건수는 2010년 140여 건에서 2015년 기준 1,200여 건으로 급등했다. 이에 미국, 일본 등 가능성을 감지한 국가의 정부는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을 위한 장기적 로드맵을 수립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지않아 애플이 개발 중인 증강현실 기기 ‘애플 글라스’가 애플의 대표작 ‘아이폰’보다 더 큰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며 미디어의 중심에 섰듯이 이제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기기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증강현실 기기 ‘홀로렌즈’를 개발하고 있는 알렉스 키프먼(Alex Kipman)은 “스마트폰은 이미 죽었다. 다만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강현실은 언젠가 휴대전화와 TV 등 모든 화면을 대체할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증강현실 기기를 통해 앱과 비디오, 각종 정보, 사회생활까지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시야에 투사될 경우 다른 기기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게 될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아직 증강현실 단말기가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점, 사물인식 소프트웨어도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상용화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비춰볼 때 스마트폰의 종말을 선언하긴 이르다. 다만 증강현실을 구현할수 있는 카메라와 렌즈 등 하드웨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증강현실이 바꿀 미래를 ‘먼 얘기’라고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인간은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등 다섯 개의 감각으로 사물과 상황을 인지한다. 어쩌면 오감을 넘어 제6의 감각으로서 증강현실이 역할을 하는 날이 생각보다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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