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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따라, 맛 따라
‘어죽과 도리뱅뱅이’

충청북도 영동을 휘감는 금강.
영동은 풍경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유연한 물길 따라 다양한 민물고기가 서식한다.
이 물고기들은 영동을 비롯한 금강 변에 자리한 여러 지역의 향토 음식 식자재로 쓰인다.
고향의 맛처럼 훈훈함이 느껴지는 영동의 별미 ‘어죽과 도리뱅뱅이’를 맛보고
강과 숲이 어우러진 절경을 담아본다.

글과 사진 임운석(여행작가)

금강

비단 같은 금강 따라

강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다. 또한 정해진 원리에 따라 흘러간다. 미약한 시작과 창대한 끝 그리고 낮은 곳을 따라 물길을 내는 것이 강의 원리이다. 이 원리에 따라 금강은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뜬봉샘에서 발원한다. 작은 물길에 불과했던 강은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큰 물이 작은 물을 끌어당겨 거친 물살을 만들고 산을 휘감아 돌아간다. 이때부터 강은 거침없다. 힘을 과시하듯 하얀 포말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지어 바위와 나무를 집어 삼키기도 한다. 그러다 시나브로 품이 넓어지면 모든 것을 품어주는 어머니를 닮아 간다. 강물의 도도한 흐름은 자잘한 세상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 그저 자신만의 리듬을 따라 계속해서 낮은곳으로 흘러갈 뿐이다. 예부터 인간은 강에 의존해 살아왔다. 그리고 금강에서 부흥의 역사를 써내려간 백제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굽이쳐 흐르는 물길이 비단결 같다’하여 금강이라 부르듯 영동을 지나는 금강에는 물길 따라 맛과 멋과 절경이 흐른다. 금강과 어우러진 영동은 호젓한 정취가 남다르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잔물결이 비늘처럼 매끈하다. 강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미 품에 안긴 것처럼 여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금강에는 많은 것이 녹아 있다. 특히 배불리 먹지 못하던 시절, 배를 불려줬던 먹을거리가 녹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어죽과 도리뱅뱅이다.

1 도리뱅뱅이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 다음 튀기듯 익힌다. 2 도리뱅뱅이는 기호에 따라 다양한 야채를 곁들여 먹는다. 3 모양도 맛도 좋은 도리뱅뱅이 4 대부분의 어죽은 국수, 수제비, 밥이 함께 나온다.

1 도리뱅뱅이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 다음 튀기듯 익힌다.
2 도리뱅뱅이는 기호에 따라 다양한 야채를 곁들여 먹는다.
3 모양도 맛도 좋은 도리뱅뱅이
4 대부분의 어죽은 국수, 수제비, 밥이 함께 나온다.

투박한 맛, 재밌는 맛, 다시 찾는 맛

‘어탕국수’라고도 부르는 어죽은 개울이나 강물에 그물을 치고 천렵을 해서 잡은 잡어를 넣고 끓인 껄쭉한 국이다. 특정한 민물고기가 아니라 잡어가 재료인 이유는 민물에 서식하는 대부분의 물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붕어나 피라미, 빙어, 쏘가리, 빠가사리(동자개), 메기 등이 대표적이다.

끓이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내장을 제거하고 뼈에서 진액이 나올 때까지 네다섯 시간 이상 끓인다. 그래야 생선살과 뼈가 쉽게 분리되고 잔뼈들은 국물에 녹아 깊은 맛을 낸다. 잘 곤 국물을 체에 거른 뒤 고추장을 기본으로 고춧가루를 풀어 매콤한 맛을 더한다. 다시 한소끔 끓인 국물에 밥을 넣으면 어죽, 국수를 넣으면 어탕국수, 수제비를 넣으면 어탕 수제비가 되지만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밥, 국수, 수제비를 한꺼번에 넣어 끓여낸다. 내용물이 적당히 익었을 때 시원한 맛을 더하는 콩나물과 대파를 넣고, 비린내를 잡아주는 마늘과 생강 등 갖은 양념도 넣어준다.

어죽은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이다. 그래서 팔팔 끓는 양은 냄비째 손님상에 올린다. 냄비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면 입김을 불어 뜨거운 김을 날린다. 그제야 내용물이 제대로 보인다. 냄비 가장자리에는 용암이 끓듯 국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국자로 각자의 그릇에 덜어 먹으면 되는데 맛있게 먹는 순서가 있다. 국수를 먼저 먹고 수제비와 밥을 뒤에 먹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국수가 퉁퉁 불어 식감이 떨어진다. 반대로 수제비와 밥은 나중에 먹어야 더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어죽을 먹는 모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비슷하다. 특히 국수가 그렇다. 젓가락으로 국수를 건져 입김을 불어 김을 날린다. 한번 식혀주는 것이다. ‘후루룩후루룩’ 소리와 함께 빠르게 흡입한다. 아뿔싸, 그 다음이 문제다. 뜨거운 국수가 한입 가득 들어오다 보니 입을 다물 수 없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후후’하고 뜨거운 김을 불어낸다. 그러다가 씹는 둥 마는 둥 ‘꿀꺽’ 삼켜버린다. 뜨거운 국수가 식도를 타고 ‘스르르’ 내려가면서 온몸에 훈훈한 기운을 북돋워준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맛을 못 잊어 어죽을 한번 맛본 사람은 또 찾게 된다.

도리뱅뱅이는 생김새를 재미나게 표현한 음식이다. 주로 피라미를 사용하는데 겨울에는 빙어를 쓴다. 요즘에는 손질된 냉동 빙어로 사시사철 먹을 수 있다.조리법은 우선 내장을 깨끗이 손질해 프라이팬에 뱅뱅 돌려가며 가지런히 놓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 방향으로 놓아야 예쁜 모양이 나온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 다음 바삭하게 튀긴 후 고추장 양념을 발라 한 번 더 살짝 튀겨준다. 양념이 생선살에 적절히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튀기면서 갖은 양념과 야채를 곁들이면 완성이다. 도리뱅뱅이가 밥상에 오르면 아이들의 눈도 같이 뱅뱅 돌아간다. 생김새가 워낙 예뻐서다.

도리뱅뱅이는 튀기듯 구워내서 맛이 바삭하고 고소하다. 비린 맛은 전혀 없다. 생선으로 만든 스낵을 먹는 것 같다. 아이들도 입맛에 맞는지 맛있게 먹는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깻잎이나 부추와 함께 먹으면 향긋한 향이 전해져 더 맛깔스럽다.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청양고추를 곁들여 보라. 매콤하면서 바삭한 것이 입맛을 살려준다. 무엇보다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라 먹기 편하고 뱅뱅 돌려진 물고기를 한 마리씩 집어 먹는 재미가 있다. 맥주나 막걸리에 곁들이면 잘 어울린다.

5 양산팔경 중 제2경 강선대 6 양산팔경 중 제4경 봉화대 7 양산팔경 중 제6경 여의정 8 울창한 송림에 와인을 테마로 조성된 송호관광지

5 양산팔경 중 제2경 강선대
6 양산팔경 중 제4경 봉화대
7 양산팔경 중 제6경 여의정
8 울창한 송림에 와인을 테마로 조성된 송호관광지

비단결 같은 금강 따라 금강둘레길

금강둘레길에는 양산팔경 중 제1경 영국사와 제7경 자풍서당을 제외한 6곳이 모여 있다. 그것도 금강을 따라 걸어서 경치를 섭렵할 수 있으니 걷는 재미는 물론 힐링의 묘미까지 챙길 수 있다.

금강둘레길은 양산팔경 중 제2경에 꼽히는 강선대에서 시작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은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목욕을 즐기던 곳이라고 한다. 정자를 에워싼 은빛 금강의 물결은 보고 있자면 전설이 사실처럼 느껴진다. 잔잔한 물결을 자장가 삼아 물속에 제8경 용암이 잠들어 있다. 선녀가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던 용이 승천하지 못하고 용암바위가 됐다고 한다.

강선대를 뒤로하고 계단과 오르막을 번갈아 오르자 제5경 8함벽정에 발길이 멈춘다. 옛날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연이어 드러난 길은 그늘 숲길이다. 가파른 계단 40여 개를 올라 봉양정에 선다. 봉화산(388.2m) 언덕에 자리해 발아래 펼쳐진 풍광이 꽤나 아름답다. 고요한 호반의 정취를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잘 다져진 흙길과 데크 길을 지나 탁 트인 전망대에 도착한다. 금강 건너편에는 제3경 비봉산(481.1m)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자리한다. 여러 개의 전망대가 있어 이동하는 동안 조금씩 다른 비봉산을 감상할 수 있다. 해질녘이면 특히 낙조가 아름답다고 한다. 500여 미터를 더 걸어가자 옛날 봉황이 살았다는 봉황대에 닿는다. 하늘을 향해 비상하듯 바위가 솟아 있는데 옛날에는 누각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여행자들메모의 쉼을 위해 봉황정이라는 정자를 세워놓아 금강을 내려다볼 수 있게 했다. 수두교를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송호관광지가 나온다. 송호관광지는 영동 와인을 특화한 테마형 공원으로 소소한 볼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울창한 송림이 자랑인데 100살이 넘은 고목이다. 솔숲을 따라 걸어가면 이내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그 바위 위에 제6경 여의정이 있다. 울창한 송림 사이에 자리한 정자라 색다른 운치가 있다. 그 앞에는 강선대에서 봤던 용암이 이전과 다른 풍경으로 자리한다.

9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에서는 매주 토요일에 정기 공연이 열린다.

9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에서는 매주 토요일에 정기 공연이 열린다.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을 만나다

난계 박연이 남긴 국악의 발자취는 영동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테마다. 난계 선생은 조선 세종 때 궁중음악의 체계를 잡아 고구려 왕산악, 신라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선생을 추모하는 난계사를 중심으로 전통 국악기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난계국악박물관과 국악기 제작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난계국악기제작촌, 아쟁을 비롯해 거문고, 사물놀이 등 흔히 접할 수 없는 국악기를 체험하고 배우는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이 있다. 국악여행의 종착지는 옥계폭포다. 난계 선생이 피리를 연주했다고 하여 박연폭포라 부르기도 한다. 20여 미터 높이에서 수직 낙하하는 폭포수를 앞에 두고 가냘픈 피리를 연주하는 선생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여행 메모

· 금강둘레길은 강선대~함벽정~봉황대~한천정~수두교~송호국민관광지~여의정~용암까지 7.2km 구간으로 천천히 쉬며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완만한 숲길을 따라 조성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자연의 숨결과 강변의 낭만이 매력이다.

여행 메모

· 난계사,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 난계국악박물관,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은 걸어 다니면 편하다. 차량으로 10여 분 이동하면 난계 생가(영동군 심천면 고당리 308)가 나온다.

· 문의 :
영동군청 http://tour.yd21.go.kr  
문화관광과 043-740-3201, 관광안내소 043-745-7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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