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MOBIS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날마다 신나소서!”

작가 김홍신

한국문학의 거장 김홍신(70) 작가는 불행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에게 쉽고 명료한 ‘인생사용설명서’를 나눠준다.

문학과 인생, 자동차와 DNA라는 다소 거대한 주제를 넘나들며
<HYUNDAI MOBIS> 독자들에게 들려준 말도, 곱씹어보니

“삶의 주인이 되어 진정한 행복을 누리자!”는 조언이었다.

글 윤진아 사진 김선재

작가 김홍신

老작가가 전하는 인생사용설명서

김홍신은 혼신을 다해 단어 하나하나를 다듬는 작가다. 피나는 주제 의식은 물론이고 자료 수집, 작업 방식, 오랜 집필 시간까지 치열한 ‘사서 고생’이 뒤따른다. 1976년 등단한 김홍신 작가는 <인간시장>, <칼날 위의 전쟁>, <대곡> 등으로 한국에 소설 붐을 일으키며 한국소설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을 수상했고, <인생사용설명서> 등의 에세이를 포함해 14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긴 시간 그를 쉼 없이 달리게 했던 서재 문을 나서니, 비로소 평범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온 세상을 상대로 치기 어린 주먹을 휘두르던 청년은 어느덧 지혜롭고 신중한 노작가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제가 돈도 명예도 권력도 다 가져봤으니 행복할 거라고 하는데, 실제로 가져보니 그게 행복이 아니에요. 가질수록 더 불안하고 빼앗길까봐 걱정이죠. 그래서 명상도 하고 마음수련도 하다 보니, 삶의 자세가 근본적으로 바뀌더군요.”

가톨릭 신자인 그가 법륜 스님과 함께한 명상은 통렬한 깨달음을 안겼다. “말이 좋아 명상이지, 하루 13시간씩 가부좌를 틀고 묵언수행을 했어요. 온몸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지요. 그런데 면벽하고 앉아 있다 보니, 하얀 벽 안에 든 내 인생이 다 보이더라고요.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 복잡다단한 세상도 확연히 달라져요. 제가 얻은 답과 그로 인한 행복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며, 그동안 독자들에게 받았던 사랑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작가 김홍신

세상의 중심은 그대다

김홍신 작가의 소설 <인간시장>을 빼놓고는 한국의 1980년대를 논할 수 없다. <인간시장>은 1981년 출간 당시 초판만 12만 권을 찍었고, 대한민국 출판 역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이 됐다. 치기 어린 협객 장총찬을 등장시켜 정치 · 경제 · 교육 · 의료 · 법조 · 언론 각계의 부조리를 응징한 소설 <인간시장>은 대중의 답답한 속을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

소설가에서 시민활동가로, 방송인으로, 국회의원으로, 대학교수로,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당연하게도 그는 여전히 소설가다. 15 · 16대 국회의원 시절 8년 연속 의정활동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됐던 김홍신 작가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 원고지를 폈다. 2007년 발표한 10권짜리 장편소설 <대발해>는 오른손 마비와 바꾼 작품이다. 잃어버린 발해사를 되살리고자 중국 동북 3성과 산둥반도,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답사하며 자료를 긁어모았다. 한동안 소설계를 떠나 있던 그가 이처럼 뜨거운 열정을 불태운 배경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8년 이상을 매달렸어요. 1986년 처음 중국을 갔을 때 그곳 역사학자로부터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뒤집고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게 점점 사실이 되어가더라고요. 12년 뒤 국회의원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땐 이미 동북공정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죠. 그때 결심을 굳혔습니다. 3년 동안 두문불출하고 글만 썼어요. 원고지 1만 2,000매를 탈고하고 나니 만년필 3개가 닳더군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높인 대하역사소설 <대발해>는 통일문화대상과 현대불교문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부터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책도 펴냈다. 오는 8월엔 신작 장편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원래는 등단 40주년이었던 작년에 출간할 계획이었는데, 엄중한 시국에 사랑타령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 조금 미뤘어요. 국정농단, 촛불집회, 대통령 파면과 구속, 조기 대선까지 이어진 숨 막히는 정국 와중에 소설을 내는 것도 미안했고, 또, 정치판이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는데 문학이 먹히겠느냐는 걱정도 됐거든요.(웃음)”

일과 삶의 지침을 만들자

작가는 글로 세상과 소통한다. 김홍신 작가의 시선이 늘 사람과 사회를 주시하는 이유다.

“한국에 파견된 벤츠社 기술이사가 제네시스를 운전해보고, 당시 5,000만 원짜리 제네시스가 1억 7,000만 원짜리 벤츠와 성능이 같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답니다. 제게 그 얘길 들려준 이참 前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전언도 잊을 수 없습니다. 똑같은 차도 독일이 만들면 1억 7,000만 원짜리가 되고, 한국이 만들면 5,000, 약소국가가 만들면 2,000만 원짜리 되는데, 그 차이는 바로 국가 브랜드 값이라며 ‘이런 자동차를 만드는 실력이면 못할 게 없다. 한국도 이제 스스로 국격을 높여야 한다’고 하더군요.”

김홍신 작가는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현대자동차그룹 구성원들에게 꼭 들려드리고 싶었던 얘기”라고 귀띔하며 “세계가 인정하는 기술력에 더 자긍심을 갖고, 한 수 위 DNA로 더 신나게 일하기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인은 세계사에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DNA를 가진 인재들인데, 스스로 그 가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기실 그동안 절박하고 애절하게 산 시간이 너무 길었죠. 방전 직전의 배터리처럼, 지금도 직장인들은 하루하루 버텨내듯 살아갑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도 자동차의 엔진과 똑같아요. 엔진이 잘 돌아가야 차가 굴러가듯, 행복은 물론이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를 점검하고 재정비하는 일이 선행돼야 합니다. 일하는 이유를 써보고, 일의 의미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내 일을 더 가치 있고 즐거운 일로 만드는 방법은 내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니까요.”

인생은 ‘정답’이 아니라 ‘명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단언한 김홍신 작가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살려면 스스로 인생사용설명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다시피 세상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온 힘을 다했는데도 번번이 좌절하기 일쑤고요. 제 삶 역시 뭐 하나 쉽게 풀린 적이 없었어요. 글 쓰는 일도 끔찍하게 고통스러웠지만, 스스로 설정한 목표와 원칙이 원동력이 되어 남다른열정을 만들어냈죠. 저는 200자 원고지 10매 분량의 수필을 청탁받으면 13매 정도 써서 일찍 보냈어요. 신문 연재소설도 한 달 치를 미리 써 보내는데, 담당자가 ‘토씨 하나 고칠 데가 없다’고 칭찬해주니 다른 원고 청탁이 이어지더군요. 앞으로도 이 작업 방식은 변치 않을 거예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사회를 좀 더 밝게 만드는 좋은 글을 힘닿는 데까지 쓰는 게 제 꿈이거든요.(웃음)”

그 안에서 느끼는 희열이 어떤 건지 정확히는 몰라도, 노작가의 즐거운 표정을 통해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현실을 진단하고 즐거운 대안을 내놓겠다는 김홍신 작가의 에너지가 주변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이유다.

작가 김홍신

인생은 ‘정답’이 아니라 ‘명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단언한 김홍신 작가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살려면 스스로 인생사용설명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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