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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자동차 이야기
툭툭과 픽업트럭의 천국

쪽빛 바다와 맛있는 음식, 시원한 마사지, 수도의 멋진 야경과저렴한 물가. 지친 몸을 맡기는 휴가지로 태국만 한 곳이 또 있을까?
휴양차 방문하더라도 태국의 자동차를 유심히 살피다 보면 우리네와 꽤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태국에서는 1980~90년대에 나온 차들이 여전히 현역이며 픽업트럭의 수는 미국만큼 많다.
방콕의 살인적인 교통정체 속에서 3륜 모터사이클을 개조한 ‘툭툭’ 택시와 값비싼 고급차들이 뒤엉켜 달리는 풍경은 신기하기만 하다.

글 박지훈 편집위원(월간 자동차생활)

태국의 자동차 이야기

20세기 서구 열강과 일본이 앞다투어 아시아 국가를 식민지로 삼았을 때 단 한 번도 식민지가 되지 않았던 나라. 6.25 한국전쟁 당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병력을 보냈던 나라. 우리에게 태국으로 익숙한 이 나라의 정식 명칭은 타이왕국이다.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 중 가장 부유한 이곳의 면적은 남한의 5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6,820만 명(2016년 기준)으로 그리 많지 않다. 방콕, 푸켓, 치앙마이, 파타야 등 세계적인 관광지 덕분에 한국인도 즐겨 찾는 곳으로, 많은 유럽인들이 은퇴한 후 살고 싶어 하는 후보지 1순위이기도 하다.

1 고급차와 택시, 툭툭이 어우러진 방콕의 밤거리 2 방콕 시내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고급차들이 넘쳐난다. 3 태국에서는 픽업트럭이 승용차보다 많이 팔린다. 수출량도 멕시코에 이어 전 세계 2위일 정도로 많다.

1 고급차와 택시, 툭툭이 어우러진 방콕의 밤거리
2 방콕 시내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고급차들이 넘쳐난다.
3 태국에서는 픽업트럭이 승용차보다 많이 팔린다. 수출량도 멕시코에 이어 전 세계 2위일 정도로 많다.

세계적인 픽업트럭 생산 · 소비 국가

태국의 산업은 전자 및 컴퓨터 관련 제품과 더불어 자동차도 큰 축을 이루고 있다. 2015년 아시아 기준으로 중국, 일본, 한국, 인도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차를 생산하고 있으며(191만 대), 내수 시장 규모는 중국, 일본, 인도, 한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6번째로 크다(80만 대). 특히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현지 생산시설이 많아 자동차 수출량은 일본, 한국에 이어 3위이며 전 세계로 따져도 글로벌 톱10에 들어간다(120만 대). 태국 정부가 2012~2013년 한시적으로 마이카 지원 정책을 펼쳤을 때에는 생산량이 245만 대, 내수 판매가 130~140여만 대에 이르기도 했다.

태국에는 토요타, 혼다, 포드, GM 등 많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도 태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한다. 이들 거점에서는 단순한 KD 생산뿐 아니라 태국에서 생산한 차를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다.

태국이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 거점이 된 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 덕이 크다. ‘아시아 디트로이트 정책’과 ‘에코카 정책’, 적극적인 FTA 등 여러 진흥책 덕에 태국의 자동차 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태국은 픽업트럭의 천국이기도 하다. 넓은 국토와 1년에 1/3이 우기인 자연환경, 썩 좋지 않은 도로 여건 등으로 매년 픽업트럭이 승용차보다 많이 팔린다. 내수 규모로는 미국에 이은 세계 제2의 시장이며, 수출량도 멕시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2015년 기준 74만 대). 최근에는 태국판 경차제도라 할 수 있는 에코카 정책의 도입으로 도시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소형차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4 전통적인 교통수단이었던 수로의 배는 지금도 애용되고 있다. 5 태국은 차 가격이 비싸다. 현대 벨로스터만 해도 4,200만~5,600만 원에 팔린다. 6 비싼 차 가격 때문에 모터사이클이 중요한 운송수단으로 쓰인다. 7 태국은 인건비가 싸 튜닝 문화도 잘 발달되어 있다.

4 전통적인 교통수단이었던 수로의 배는 지금도 애용되고 있다.
5 태국은 차 가격이 비싸다. 현대 벨로스터만 해도 4,200만~5,600만 원에 팔린다.
6 비싼 차 가격 때문에 모터사이클이 중요한 운송수단으로 쓰인다.
7 태국은 인건비가 싸 튜닝 문화도 잘 발달되어 있다.

차 가격이 우리보다 두세 배는 비싸

태국의 자동차 가격은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소형차인 현대 벨로스터가 4,200만 원부터 시작하며 엉덩이에 터보 배지가 붙으면 1,400만 원이 추가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5,500달러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10년 동안 저축해야 잘 달리는 소형차 한 대를 살 수 있는 셈이다.

고급차일수록 세금은 더욱 높아진다. BMW 3시리즈나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 등 독일제 소형 세단의 값은 1억 원을 가볍게 넘기고, 미니 쿠퍼 S도 1억 원에 육박한다. 그중에서도 사치품인 스포츠카는 가격이 무시무시하다. 포르쉐 911이 5억 원 이상이니 방콕 시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의 값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도 시내에서 슈퍼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은 서민들과 부유층 간의 소득 격차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가격이 비싸다 보니 모터사이클이 차를 대신하는 비율이 높고, 오래된 차들 또한 많다. 일본과 한국에서 보기 힘든 차들도 이곳에서는 당당한 현역이다. 90년대 또는 그 이전에 생산된 차들도 아직 씩씩하게 거리를 달린다. 때문에 매연이 상당하다. 우리가 중국발 황사와 미세 먼지로 고통받는 것처럼 태국 특히 방콕은 노후 차량과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고통받는다.

그나마 태국에서 생산된 차들의 값은 상대적으로 싸다. 태국산 토요타나 혼다 등의 소형차는 1,500만 원 부근에서 시작하지만 이 또한 태국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때문에 태국 정부가 지난 2010년 이후 한시적으로 파격적인 세제 지원을 하면서 소형차를 구입한 마이카족이 많이 늘었다. 태국인들은 차량 구매 시 주로 장기 할부를 많이 하는데, 6~10년의 긴 할부로 구매하거나 우리가 아파트를 살 때처럼 담보대출을 받아 구입하기도 한다. 새 차의 값이 워낙 높아 중고차 거래도 활발한데, 차를 오래 타기 때문에 2~3년 된 중고차의 값은 신차 값과 별 차이가 없다. 차 가격에 비해 인건비가 낮아 자동차 튜닝이 성황인 것도 특징. 다른 나라에서는 공임 문제로 시도하기 어려운 튜닝 작업도 충분한 인력과 시간을 들여 완성해낸다.

8 미터기가 달린 두 가지 색 택시와 미터기 없이 흥정을 해야 하는 단색 택시가 있다. 9 태국은 지반이 약해 지하철 대신 BTS라는 지상철이 다닌다. 10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3륜 모터사이클 툭툭 택시. 태국의 명물이다.

8 미터기가 달린 두 가지 색 택시와 미터기 없이 흥정을 해야 하는 단색 택시가 있다.
9 태국은 지반이 약해 지하철 대신 BTS라는 지상철이 다닌다.
10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3륜 모터사이클 툭툭 택시. 태국의 명물이다.

태국의 인상적인 교통수단, 툭툭

태국의 전통적인 교통수단은 수로였다. 태국은 산이 없는 평탄한 지세에 고저 차도 거의 없어 폭우로 불어난 물이 강을 따라 재빨리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이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고인 물을 주변으로 내보내기 위한 수로가 많았고, 이로 인해 예전에는 동방의 베니스로 불리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수로의 배가 주요 교통수단이었지만 육상교통이 발전하면서 많은 수로들이 땅으로 메워졌다. 그러나 지금도 큰 수로는 뱃길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며, 특히 극심한 교통정체 때문에 수상버스는 태국인들에게 소중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태국의 특징적인 교통수단인 툭툭(Tuk-Tuk)은 원래 인력거인 쌈라우에서 시작되었다. 세발자전거에서 출발해 제2차 세계대전 후 싸구려 엔진을 달면서 지금의 형태로 발전했다. 툭툭은 소음과 공해의 주범일 뿐 아니라 더운 날씨에 매캐한 앞차의 매연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 때문에 태국 정부는 한때 툭툭이를 없애려고 했지만 다행히도 살아남아 이젠 태국을 상징하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순기능도 없진 않다. 꼼짝달싹도 하지 않는 방콕의 교통체증 때 모터사이클과 함께 활로를 열어준다.

태국, 특히 방콕의 택시는 색깔이 다양하다. 대체로 단색 택시는 미터기 없이 흥정으로 값을 지불하며, 두 가지 색상으로 칠해진 택시는 미터기로 운행된다. BTS라는 지상철도 있다. 태국은 수로가 많고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지하철 대신 지상철인 BTS만 운영한다. 노선이 많지 않지만 방콕의 도심과 주요 관광지를 지나며 살인적인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어 현지인들이 애용한다.

11 방콕국제모터쇼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많은 관람객을 자랑한다. 12 모터쇼 때는 보통 30종류 이상의 다양한 부대행사가 함께 열린다. 13 하반기에 열리는 타일랜드 모터엑스포에도 매년 16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다.

11 방콕국제모터쇼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많은 관람객을 자랑한다.
12 모터쇼 때는 보통 30종류 이상의 다양한 부대행사가 함께 열린다.
13 하반기에 열리는 타일랜드 모터엑스포에도 매년 16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다.

엄청난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모터쇼

우리나라는 홀수 연도에 서울모터쇼, 짝수 연도에 부산모터쇼가 번갈아 가며 열리지만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는 거대 규모의 모터쇼 두 개가 매년 함께 열린다. 이들 모터쇼는 자동차 전시 및 축제의 장일 뿐만 아니라 즉석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판매 이벤트의 성격도 겸하고 있다. 모터쇼 현장에서는 평소보다 좋은 조건으로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어 매번 수만 대의 차가 팔리며, 각 메이커별 판매 실적은 신문과 잡지 등에 경쟁적으로 게재된다.

먼저 상반기에 열리는 방콕국제모터쇼는 매년 3월 말~4월 초 송크란축제(태양력을 기준으로 정한 새해 첫날을 기념하는 축제) 직전에 열리며 2010년까지 방콕국제무역센터 바이텍(BITEC)에서 열리다 2011년 이후 방콕 북쪽의 국제전시장(IMPACT)에서 개최되고 있다. 열대의 나라답게 저녁10시까지 오픈해 직장인도 퇴근 후 모터쇼를 관람할 수 있다. 안내 방송이 태국어, 영어, 일어의 3개 국어로 방송되기 때문에 외국인이 구경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방콕국제모터쇼는 1979년 시작되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큰 규모를 자랑한다. 토요타, 혼다, 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의 신차 전시와 판매 외에도 오디오, 클래식카 행사 등 보통 30종류 이상의 다양한 부대 행사가 열린다. 이런 축제의 성격 때문에 1992년 이후 매년 160만 명 이상이 모터쇼를 찾고 있다.

한쪽에서는 픽업트럭과 소형차 중심으로 부스를 꾸미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렉서스, BMW, AMG, 벤틀리 같은 호화로운 차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세계적인 신차나 콘셉트카의 수는 많지 않지만 요즘 들어서는 태국에서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신형 픽업트럭이나 신흥국 시장 전략 모델의 세계 최초 공개가 잦아지고 있다. 승용차 부스 이상으로 모터사이클 부스도 인기 있다. 비싼 차 가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태국 남자들은 젊은 시절 한 번은 모터사이클에 빠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터사이클을 좋아한다.

하반기에 열리는 타일랜드 모터엑스포는 12월경에 국제전시장(IMPACT)에서 개최된다. 방콕국제모터쇼와 달리 영어 안내 등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완전한 국내용 이벤트다. 그렇지만 자동차 전시 및 판매가 이뤄질 뿐 아니라 클래식카나 경주차 특별전 같은 다양한 부대 행사와 화려한 공연으로 볼거리는 매우 풍성하다. 이 행사에도 보통 160만~17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한편, 태국 모터쇼에서는 여성 도우미를 보통 프리티(Pret ty)라고 부른다. 이들은 모터쇼 행사장에서 자신이 홍보하는 차의 성능이나 편의장비는 물론 보증 기간이나 할부 금리까지 설명해준다. 필요하면 영어로도 응대한다. 이런 프로의식 때문에 부유층 자녀들이 명문대학에 다니면서 프리티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태국에서도 한때 프리티의 섹시 의상이 문제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섹시 대신 귀여움으로 방향을 틀어 문제를 해결했다. 반면 태국의 카오디오쇼 같은 이벤트에서 섹시한 의상을 입고 정열적인 춤을 보여주는 댄서들은 코요테(Coyote)라고 부른다.

14 제사다 기술 박물관에는 비교적 대중적인 클래식카가 많다. 15 태국의 클래식카 행사는 보통 방콕 중심가의 고급 쇼핑몰에서 열린다.

14 제사다 기술 박물관에는 비교적 대중적인 클래식카가 많다.
15 태국의 클래식카 행사는 보통 방콕 중심가의 고급 쇼핑몰에서 열린다.

태국의 클래식카 사랑

태국은 아시아인 최초의 F1 드라이버(1950년 Bira 왕자)가 나온 나라이자 F1 및 여러 모터스포츠의 스폰서로 유명한 에너지 음료 레드불의 본고장답게 자동차를 즐기는 문화도 잘 발달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클래식카 문화다. 근대화 이후 단 한 번도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탓에 우리와 달리 세계대전 이전의 클래식카도 상당수 존재하며, 이를 매개로 한 클래식카 행사도 자주 열린다. 물론 고급 클래식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부유층과 태국에서 은퇴생활을 즐기는 백인이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매년 열리는 다양한 클래식카 전시회는 대부분 방콕 시내의 명품을 모아 놓은 대형 쇼핑몰에서 열린다.

대표적인 클래식카 행사는 매년 5월 방콕 동부에 자리한 대형 쇼핑몰 시콘 스퀘어에서 열리는 ‘Classic Car Exposition’이다. 태국 최대 규모의 클래식카 이벤트로, 행사 기간 중 시콘 스퀘어는 거대한 클래식카 전시장으로 변한다. 부유층이 모이는 행사답게 옥내 광장에서 재즈 음악이 흐르는 등 전시장 분위기가 매우 고급스럽다.

또 하나의 클래식카 행사인 ‘The Glossy Heritage Awards’는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태국에서 가장 전통 있는 클래식카 이벤트로 통한다. 요즘은 매년 5월 방콕 중심가 BTS 시암역 앞의 쇼핑몰 시암파라곤에서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외국의 유명 클래식카 행사 못지않게 다양한 명차를 분야별로 잘 정리해 전시한다.

고급 쇼핑몰에서만 클래식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콕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나콘파톰에는 2006년 개관한 태국 최초이자 유일한 자동차 박물관(제사다 기술 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어린이들의 단골 견학 코스임과 동시에 패션 잡지나 인기 모델의 촬영지로 애용되면서 지역의 명소가 됐다. 입장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540대, 이륜차 700대 이상의 전시물이 있으며, 어린이용 완구에서 비행기, 심지어 구소련의 잠수함(U-194)까지 매우 다양한 탈것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작고 귀여운 차들이 많은데, 버블카(Bubble Car)라 불리는 초소형차 컬렉션들은 그 숫자와 질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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