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MOBIS

옹골차게 꽉 찬
초여름의 아삭함

담양 죽순과 대통밥

죽순이 제철이다. 죽순은 땅속줄기에서 솟아나는 대나무의 연한 순이다. 비가 오고 나면 이 죽순이 순식간에 퍼져 놀랄 만큼 솟구쳐 자란다.
이를 두고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 한다. ‘대쪽 같다’는 말도 있다. 성품이나 절개 따위가 곧은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제철 맞은 죽순과 대통밥 그리고 떡갈비를 맛보러 담양으로 떠나본다.

글과 사진 임운석(여행작가)

대나무

맛있는 음식은 여행을 즐겁게 한다. 심지어 맛은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음식 맛을 볼 때 혀로만 먹지 않는다. 미각을 포함한 모든 감각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오감이 만족할 때, 비로소 ‘잘 먹었다’고 한마디를 한다.

제철 맞은 죽순과 대통밥 그리고 떡갈비를 맛보려고 담양을 찾았다. 대나무의 고장답게 버스정류장도, 가로등도, 간판도 대나무 모양으로 꾸며놓았다. 고려시대에는 매년 음력 5월 13일을 죽취일로 정해놓고 대나무를 심었다고 할 만큼 대나무가 유명하다. 여행자들에게 언제나 인기 있는 곳이지만 6월에는 더욱 그렇다. 맛과 여행이 만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1 촘촘한 대나무숲은 피톤치드 발산량이 편백나무숲보다 높다. 2 분죽과 왕죽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담양에서는 5월부터 죽순 채취가 시작된다. 3 분죽과 왕죽은 맹종죽에 비해 다소 가늘다. 4 죽순야채볶음 5 죽순과 쇠고기볶음

1 촘촘한 대나무숲은 피톤치드 발산량이 편백나무숲보다 높다.
2 분죽과 왕죽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담양에서는 5월부터 죽순 채취가 시작된다.
3 분죽과 왕죽은 맹종죽에 비해 다소 가늘다.
4 죽순야채볶음
5 죽순과 쇠고기볶음

아삭함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입안에 번지다

죽순은 대나무 땅속줄기 마디에서 돋아나는 어린순이다. 우리 땅에서 자라는 대나무는 왕죽, 분죽, 맹종죽이 일반적이다. 맹종죽은 대나무 중 가장 굵다. 주로 남부지방, 특히 거제도에서 많이 재배하는데, 굵은 밑동을 이용해 음각이나 양각을 새기는 장식품으로 사용한다. 담양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품종은 분죽과 왕죽이다. 5월 말에 분죽, 6월 말에 왕죽이 자라는데 이때 것을 으뜸으로 친다. 이외에 고산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고 가는 시누대, 조릿대 등이 있으나 식용하지 않는다.

대나무의 성장은 놀랍도록 빠르다. 오죽하면 ‘우후죽순’이라 할까. 대나무는 죽순이 땅을 뚫고 올라와서 40일이 지나면 두께나 길이가 결정된다. 이후부터는 섬유조직을 단단하게 해속을 채운다. 대나무는 뿌리가 뒤엉켜서 자라기 때문에 죽순을 캘 때에는 솎아내기 하듯 촘촘한 곳을 골라 깨야 한다.

죽순은 품종에 따라 맛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맹종죽이 바람 든 무 같은 식감이라면 왕죽과 분죽은 물찬 배추처럼 아삭하다. 죽순은 90%가량이 수분이다. 그런 만큼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이다. 맛있는 죽순을 얻으려면 삶는 요령이 중요한데, 햇빛이나 공기 중에 오래 노출 될수록 독특한 쓴맛과 떫은맛인 아린 맛이 강해진다. 때문에 바로 삶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서 일반 가정에서는 수확과 동시에 삶은 가공품을 사는 것이 좋다.

일본에서는 오세치(おせち; 정월 초하루에 먹는 명절 음식) 요리에 여러 음식들과 함께 찬합에 죽순을 담아 다산(多産)과 복을 기원한다. 중국은 탕, 찜, 튀김 등에 죽순이 빠지지 않을 만큼 인기 있는 식재료이다. 우리나라 역시 고려시대 제사 음식으로 죽순을 사용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죽순밥, 죽순나물로 즐겨 먹었다. 조선 말기에 편찬된 조리서 <시의전서>에는 죽순 다루는 법이 기록되어 있다.

죽순은 특별한 맛보다는 특유의 식감을 즐기는 식재료로 인기가 높았다. 현지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기본 찬으로 죽순을 내놓는다. 죽순나물, 죽순회, 죽순장아찌, 죽순된장찌개, 죽순튀김을 즐길 수 있다.

6 그릇에서도 정성이 느껴지는 대통밥과 떡갈비 7 3년 정도 자란 왕죽을 대통으로 사용한다. 8 재활용을 하지 않아 대나무 진액이 배여 특별한 맛을 내는 대통밥 9 죽녹원에서 맛보는 특별한 간식인 대나무 아이스크림

6 그릇에서도 정성이 느껴지는 대통밥과 떡갈비
7 3년 정도 자란 왕죽을 대통으로 사용한다.
8 재활용을 하지 않아 대나무 진액이 배여 특별한 맛을 내는 대통밥
9 죽녹원에서 맛보는 특별한 간식인 대나무 아이스크림

죽력을 지키는
대쪽 같은 정성

담양에서 죽순보다 더 유명한 것이 대통밥과 떡갈비다. 대통밥의 대나무는 3년 이상 자란 왕대의 대통을 잘라 사용한다. 이유는 밥을 지을 수 있을 만큼클 뿐만 아니라 섬유질이 풍부해 속이 무르지 않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대통밥에는 멥쌀에 찹쌀, 흑미, 검은콩, 은행, 밤, 대추, 잣 등이 들어간다. 식재료만 봐도 상당한 영양밥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식재료가 들어가도 핵심은 따로 있다. 대나무에 열을 가할 때 나오는 죽력(대나무 진액)과 죽황(대 마디에 분비물이 말라 응결된 알갱이)이 밥에 배어들면 화와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하여 기력을 보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여름 더위에 지쳐 열이 쉽게 내리지 않고 입맛이 없을 때 현지인들이 대통밥을 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통은 재활용할 경우 죽력과 죽황이 더 이상 배어나지 않아 원래의 맛과 효능을 상실한다. 그래서 담양의 대부분의 식당들은 대통을 한 번만 사용하는 것을 대쪽같이 지키고 있다.

대통밥에 실과 바늘처럼 따라 나오는 게 떡갈비다. 떡갈비는 원래 궁중에서 임금이 즐기던 고급 요리로 전라도 담양, 화순과 경기도 광주, 양주 일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쇠고기를 다져 만든 모양이 떡을 닮아 떡갈비라는 설과 임금이 체통 없이 갈비를 손에 들고 뜯을 수 없어 고기를 다져 요리했다는 설도 있다. 유래야 어떻든 다진 쇠고기를 구워 기름이빠진 상태여서 시간이 지나면 육질이 딱딱해지고 맛이 떨어진다. 눈치 보지 말고 굽자마자 바로 먹는 게 제일 맛있다.

담양 숲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낮시간보다 이른 아침에 찾는 게 한결 여유롭다.

세 가지 힐링 포인트, 담양 숲길 걷기여행

여행은 눈으로 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바람에 댓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귀로 듣는 여행은 상상과 집중이 더해져서 더 깊이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대나무가 지조의 상징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힐링의 상징으로 도시민들을 불러들인다. 대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소나무의 4배, 특히 여름 한낮의 피톤치드 발생량은 편백나무보다 약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녹원은 입구부터 대나무가 빽빽하다. 전체 규모가 31㎡ 달한다.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죽마고우, 철학자의 길 등 모두 8개 코스로 2.4km이다. 대나무생태전시관에서는 다양한 대나무 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대나무 색을 닮은 아이스크림도 훌륭한 간식거리다. 산책로 끝자락에 이르면 죽향문화체험마을로 이어진다. 명옥헌, 소쇄원의 광풍각, 송강정, 식영정을 재현해 놓았고 시가문화촌, 우송당(소리전수관), 죽로차 제다실 등 관람시설이 있다. 죽녹원에서 향교교를 건너면 관방제림에 닿는다. 영산강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조 26년(1648)에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은 것이 지금에 이르러 큰 숲이 되었다. 10~20m 남짓한 둑길에 최고 300년 이상 된 팽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개서어나무 등이 약 2km에 걸쳐 이어진다. 벤치와 평상이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도 안성맞춤이고 자전거를 빌려 라이딩을 즐길 수도 있다.

관방제림 끝자락에 이르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로 이어진다. 1972년 가로수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하였는데 어느새 거목으로 자랐다. 한 아름이 넘는 통 굵은 나무가 20m 키를 자랑하며 서로 어깨를 맞대 나무터널을 이뤘다. 낭만적인 풍취 덕분에 영화와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다. 특별한 사진 솜씨가 없어도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걸어가면 영화 포스터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학동교차로에서부터 금월교까지 약 2km 구간은 걷기 좋도록 푹신한 흙길로 조성되어 있다. 장승공원, 호남기후변화체험관, 담양테지움테마파크 등을 함께 돌아본다면 더욱 알찬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 정보

· 맛있는 식당 :
송죽정(061-381-3291)은 30년 전통의 대통밥과 죽순회, 죽순된장찌개를, 한상근대통밥집(061-381-2635)은 새콤달콤한 죽순회를, 삼정회관(061-383-4900)은 간장에 비벼 먹는
죽순나물밥이 맛있다. 담양애꽃(061-381-5788)과 옥빈관(061-382-2584)은 대통밥과 떡갈비를 기본으로 깔끔한 한정식을 맛있게 내놓는다. 음식이 짜지 않고 담백하다.
그릇 하나에도 정성이 담겨 있어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죽림원(061-383-1292)은 대나무숲을 끼고 있어 운치 있고, 153식육식당(061-382-2288)은 떡갈비에 산양산삼 한 뿌리를 곁들여 내놓는다. 식육점을 겸하고 있어 질 좋은 고기가 저렴한 편이다.

· 잠자기 좋은 곳 :
담양 읍내를 벗어나 ‘창평 삼지내마을’에서는 한옥체험이 가능하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곳은 자연과 고택의 멋, 그리고 여유까지 느낄 수 있어 도심에서와 다른 특별한 하룻밤이 될 것이다.

· 문의 :
담양군 문화관광 061-380-3141~9 /
죽녹원(http://juknokwon.go.kr/ 061-380-2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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