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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축복이 깃든 밥상에 ‘행복’이 있나니
자연주의 식탁에서 찾은 건강과 행복

요리연구가 임지호

길가에 핀 꽃, 바위틈에 자란 이끼, 들판에 움튼 잡초를 보며 자연스레 ‘맛’을 떠올리는 사람.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채취해 요리 한 그릇을 뚝딱 완성하는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씨다.
대지의 축복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 말하는 그를 마주했다.

글 김주희(자유기고가) 사진 정우철

요리연구가 임지호

간절하게, 대지의 축복을 희구하다

40년 넘도록 자연 속 먹을거리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요리연구가 임지호 씨. 주변에 널려 있는 자연의 식자재를 사용해 마법처럼 순식간에 근사한 밥상을 내어놓는다. 손품과 발품을 팔며 머무는 곳마다 요리를 선보인 행적으로 ‘방랑식객’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한 그는, 얼마 전 종영한 TV 프로그램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로 자신만의 깊이 있는 요리 세계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상처받은 우리네 이웃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힐링 밥상을 차려낸 것이다. 자연의 에너지와 요리하는 이의 진심이 담긴 밥상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브라운관에서는 모습을 감췄지만 그는 본연의 행보를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연말, 인천 강화도에 새로운 터를 잡은 것이다. 대자연을 향한 절박함에 이끌려 이곳으로 온 후 한층 순도 높은 자연주의 밥상을 선보이는 그다.

“공기의 무게가 다르지 않나요? 강화도 자연이 주는 에너지가 참 좋습니다. 6개의 강이 합수하고 밀물과 바닷물이 교류하는 곳이기에 숭어, 새우, 꽂게, 밴댕이 등 해산물의 종이 굉장히 풍부합니다. 물 반, 고기 반이죠. 또 뻘은 어떻고요. 항암 효과가 탁월합니다. 바다의 염분이 더해진 공기의 질 또한 도심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이 얼마나 좋습니까.” 우리가 길, 산, 들, 바다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위대한 축복’이라 명명하는 임지호 씨. 음식이란 본디 생명을 살리는 것 아니던가. 그는 자연에서 얻은 식자재가 가진 모든 현상, 즉 쓴맛, 단맛, 싱거운 맛, 매운맛, 신맛이 우리의 신체 기관의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자연 밥상이 가진 위대한 힘이자 인위적인 맛이 결코 갖지 못한 대지의 축복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자연의 에너지를 한 그릇에 담아내는 데 몰두한다. 자연과 교감하고 그것을 해석해 요리로 전달하는 것이다.

요리연구가 임지호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먹는 것이라는 임지호 씨.
우리를 위해 기꺼이 축복을 내주는 자연의 존재를 늘 깨달으면서 우리 역시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지금은 자연을 한껏 누려야 할 때

현대인들은 자극적인 것을 좇는다. 보기에 아름답고 달고 짜며 편리한 음식에 끌린다. 자연이 키운 것이 아닌 사람이 키운 음식만 찾는 것이다. 자극적인 맛이 우리의 몸을 망가뜨린다는 것은 익히 알지만 입맛에 길들여진 달고 짠맛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자연요리를 가까이해야 한다. 자연에는 치유적 인자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먹는 일은 일종의 법제(法製) 과정으로 체내의 독을 배출하고 필요한 에너지를 채워주며, 넘치는 것은 줄여가는 과정인 셈이다.

“100년 후에 사람은 자연요리를 먹으면 죽게 될 거예요. 자연은 끊임없이 진화하는데 현대인들은 사람이 키운 것만 먹으면서 진화를 멈춰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지금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지날 때마다 자연이 키운 것들을 몸에 담아야 합니다. 겨울에는 바다가 생산하는 것들을,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는 산과 들에 무성하게 핀 풀과 꽃을, 가을이되면 열매를. 나를 둘러싼 자연을 아낌없이 누렸으면 합니다. 지금이 가장 천국이거든요.”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는 철학을 먹는 것이라는 임지호 씨. 우리를 위해 기꺼이 축복을 내주는 자연의 존재를 늘 깨달으면서 우리 역시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자연의 순리대로 우리 앞에 온 음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맞이하라는 의미다. ‘이 밥은 내가 쌓고 닦은 덕이자 복이다’라는 생각으로 한 끼를 소중하게여겨야 한다는 그는 “자연에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는 자세로 음식을 먹으면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에너지 또한 다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키우는 사람도 모두 겸손한 심성을 가짐으로써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밥상을 마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요리연구가 임지호

여백 있는 건강한 삼시 세끼

임지호 씨의 손은 투박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텃밭을 일구고 산과 들을 다니며 식자재를 채취하느라 손톱 끝에는 검은 물이 들어 있다. 자연요리에 대한 여정과 헌신 그리고 집념을 엿볼 수 있다. 거친 이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요리는 섬세하고 따스하다.

“요리를 만드는 제게 ‘좋은 음식’이란 심장의 울림이 담기고 손과 몸의 에너지가 섞인 음식이에요. 제 음식을 먹는 사람의 심장까지 울리는 거지요.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인위적인 음식은 배는 부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헛헛하거든요. 심장의 울림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심장의 울림을 전하는 음식은 곧 진심이 담긴 것, 섬세한 손맛이 녹아든 것입니다.”

그의 요리에는 정해진 레시피나 틀이 없다. 어느 것 하나 똑같은 요리도 없다. 그때그때 자연에서 얻은 영감과 감성을 즉흥적으로 풀어낸다. 투박하지만 정겹고, 생경하되 자연스러운 요리를 창조한다. 흉내 낼 수도, 따라 할 수도 없는 그만의 스타일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오후 햇살이 기울 무렵, “식사하셨어요?”라고 묻는 그의 손에 갈퀴나물이 한 움큼 쥐어져 있다. 그리곤 금세 요리 한 그릇을 내왔다. 샛노란 참외와 보랏빛 갈퀴나물이 어우러진 요리를 마주하니 한참 들여다보고 찬찬히 음미하게 된다. 자연이 준 보물에 감사하며 한 입 먹을 때마다 풍성한 생명력이 온몸에 밀려드는 기분이다. 이것이 바로 자연밥상의 ‘청정한 맛과 감성’이리라.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맛에 익숙해진 우리를 자연의 순리가 담긴 밥상의 세계로 안내한 임지호 씨. 다가오는 여름, 제철 식자재를 누리고 건강하게 먹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오이는 열을 내려주고 참외는 혈관을 다스리는 데 좋지요.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도 음식으로 만들어보세요. 혈압에 좋은 하얀 속껍질로 장아찌나 냉채, 주스를 해 드시길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삼시 세끼 ‘여백 있는’ 식사가 중요하단 걸 기억했으면 합니다. 어떤 것이든 100% 채우면 욕심이 앞서게 마련이잖아요. 먹는 음식도 마찬가지예요. 아침 식사는 60%, 점심은 80%, 저녁은 40%만 채우는 식사 습관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가꾸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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