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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
독일의 자동차 이야기

맥주와 축구 그리고 자동차로 유명한 독일은 유럽연합을 이끄는
경제 대국이다. 세계대전의 패전국에서 지금의 경제 기적을 이룩한
데에는 자동차 산업도 큰 몫을 했다.
맥주축제도 좋고 축구 경기 관람도 좋지만 독일에는 꼭 경험해 보아야 할 다양한 자동차 관련 문화 시설이 여럿 있다.
아우토반을 달린 후 뉘르부르크링과 자동차 박물관 및 테마파크를 돌아본다면 당신은 독일의 자동차 문화를 절반 이상 경험한 셈이다.

글 박지훈 편집장(월간 자동차생활)

독일

독일은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그리고 포르쉐의 고향이다. 1886년 휘발유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 메르세데스 벤츠는 초소형차 스마트와 고성능차 메르세데스-AMG, 특수차 유니목 및 거대 상용차 부문을 거느린 다임러 AG 소속으로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항공기 엔진 제조를 바탕으로 1916년 설립된 BMW는 모터사이클 부문인 BMW 모터라드와 영국 롤스로이스 및 미니를 거느리고 뮌헨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아우디, 데카베, 호르히, 반더러가 합병한 아우토 유니온에서 유래된 아우디는 바이에른 주의 작은 도시 잉골슈타트에 본거지가 있다. 1931년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에 의해 설립된 포르쉐 본사도 벤츠와 같은 슈투트가르트에 자리하고 있다.
1937년 설립된 폭스바겐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국민차 생산으로 시작해 지금은 유럽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가 되었다 (본사는 볼프스부르크). 특히 모기업인 폭스바겐 AG는 아우디와 포르쉐는 물론 체코 스코다, 영국 벤틀리, 이탈리아 람보르기니와 부가티, 독일 만(MAN)트럭과 스웨덴 스카니아까지 거느린 거대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했다.

휘발유 자동차와 디젤 엔진의 요람

독일은 세계 최초의 휘발유 자동차가 탄생한 곳이다. 1876년 독일 기술자 니콜라스 오토가 개발한 4행정 도시가스 내연기관을 개량해 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작은 엔진을 실용적인 자동차에 얹은 최초의 사람은 두 독일인, 카를 벤츠와 고틀리프 다임러였다.
특히 카를 벤츠가 1885년 발명한 ‘페이턴트 모터카’는 세계 최초의 현대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 사실 같은 해 고틀리프 다임러도 가솔린 엔진을 얹은 사륜차를 만들었지만 등록이 늦어 세계 최초의 타이틀은 따지 못했다. 1885년에 만들어진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카가 1886년 1월 26일 ‘휘발유 동력 발생으로 움직이는 탈것’이란 설계 특허를 먼저 얻었기 때문이다. 간발의 차로 1호차의 영예를 놓쳤지만 다임러 역시 1985년 이후 꾸준히 차를 만들었고, 제1차 세계대전 후 경제공황 때인 1926년 벤츠와 다임러 두 회사가 합병해 지금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다임러그룹이 되었다.
가솔린 엔진과 쌍벽을 이루는 디젤 엔진이 탄생한 곳도 독일이다. 디젤 엔진을 개발한 루돌프 디젤(1858~1913년)은 이미 25세 때 ‘합리적인 열 엔진의 제작이론’이라는 논문을 통해 디젤 엔진의 개념을 발표했다. 석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독일에서 비싼 휘발유가 아닌 경유나 중유를 사용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고, 이후 크루프(Krupp)사의 지원으로 1898년 최초의 디젤 엔진이 탄생했다.
디젤은 엔진 제작을 독점하지 않고 누구든지 약간의 특허료만 지불하면 제작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기술을 독점해 큰돈을 벌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이 널리 이용되어 많은 이들에게 이익이 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순수한 이상은 도리어 그를 비극적인 죽음으로 내몬 결과를 낳았다.
루돌프 디젤은 1913년 디젤 엔진에 관심을 보인 영국 해군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배를 타고 가다 사망했는데, 둔기로 맞은 타살 정황은 발견되었으나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제1차 세계대전을 앞둔 독일이 잠재적인 적성 국가인 영국에 디젤 기술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 요원을 시켜 암살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나돌았을 뿐이다.

1 1885년 카를 벤츠가 만들어 1886년 등록한 세계 첫 휘발유 자동차 2 벤츠 박물관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이 많다.

1 1885년 카를 벤츠가 만들어 1886년 등록한 세계 첫 휘발유 자동차
2 벤츠 박물관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이 많다.

저먼 실버와 아우토반 그리고 IAA

흔히 독일 차 하면 ‘저먼 실버(German Silver)’ 색상을 먼저 떠올린다. 이것은 국제 자동차 경주인 F1의 레이싱카 컬러에서 유래되었다. 1930년대에만 해도 F1은 국가 대항전의 성격이 짙었다. 그래서 멀리서도 쉽게 나라별 차를 구분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레이싱카에 색깔(내셔널 컬러)을 입혔는데, 예를 들어 영국 차는 초록색, 프랑스 차는 파란색, 이탈리아 차는 빨간색 등이었다.
1934년 당시 F1에 출전한 독일 레이싱카(벤츠 W25)는 원래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무게 규정을 단 2kg 초과해 문제가 되자 현장에서 급히 도색된 페인트를 벗겨 기준을 맞추었다. 그런데 색을 칠하지 않은 은빛 차체가 레이스에서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관객들은 감탄하며 ‘은빛 화살(Silver Arrows)’이라 불렀고 이는 자연스럽게 벤츠, 나아가 독일 차의 상징적인 컬러가 되었다.우리네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독일의 아우토반은 1930년대 히틀러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는데, 세계에서 처음으로 건설된 고속도로 네트워크이자 독일이 자동차 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아우토반은 흔히 속도 무제한으로 알려져 있지만 속도 제한 구간이 엄연히 존재하고 이 구간에는 과속 단속 카메라도 설치되어 있다. 또한 승용차가 아닌 트럭은 항상 제한속도가 설정되어 있다.
요즘에는 교통량이 증가해 속도 무제한 구간에서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할 때가 많고,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대도시 인근에서는 속도를 제한하는 추세다. 원칙적으로 통행료를 받지 않으나 EU 국가들 간의 형평성을 고려해 대형 트럭의 경우 이용료를 받고 있으며 승용차로의 확대도 논의 중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는 세계 5대 모터쇼(디트로이트, 제네바, 프랑크푸르트, 도쿄, 파리) 중 하나로 꼽힌다. 정식 명칭은 IAA(Internationale Automobile Ausstellung, 국제자동차전시회)로, IAA 승용차 모터쇼는 홀수 연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IAA 상용차 모터쇼는 짝수 연도에 하노버에서 열린다. 홀수 연도의 프랑크푸르트모터쇼는 슈퍼카부터 소형차까지 터줏대감인 독일 메이커들이 독주하다시피 하는 분위기로, 이 차들을 개조하는 수많은 튜너들도 참여해 양산차부터 튜닝카까지 다양한 자동차가 전시된다.

3 1930년대 건설된 아우토반은 독일이 자동차 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4 홀수 연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IAA 승용차 모터쇼.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이다. 5 1934년 독일 F1 경주차(벤츠 W25)의 모습. 이후 실버는 독일차의 대표 컬러가 되었다.

3 1930년대 건설된 아우토반은 독일이 자동차 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4 홀수 연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IAA 승용차 모터쇼.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이다.
5 1934년 독일 F1 경주차(벤츠 W25)의 모습. 이후 실버는 독일차의 대표 컬러가 되었다.

녹색 지옥으로 통하는 뉘르부르크링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에 고성능 브랜드 N을 위해 개발 중인 2.0L 터보 엔진을 투입해 관심을 모았다. 첫 출전임에도 경주차 3대가 모두 완주했고 1대는 클래스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뉘르부르크링 인근에 전진기지를 마련하고 세계에서 가장 가혹하다는 노르트슐라이페를 훈련장 삼아 차의 성능을 다듬고 있다. 그런데 대체 왜 뉘르부르크링이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고성능 차 개발 코스로 애용되는 걸까? 독일 서부 뉘르부르크에 자리한 뉘르부르크링은 원래 호켄하임과 함께 F1 독일 그랑프리 개최지로 유명한 곳이다(뉘르부르크링이라는 이름은 뉘르부르크에 있는 서킷(링)이라는 뜻). 뉘르부르크링이 지금처럼 유명해진 것은 북쪽 코스를 뜻하는 노르트슐라이페 때문이다. 뉘르부르크링은 유럽에서 한창 인기가 높아지던 모터스포츠 수요를 높이기 위해 1927년 뉘르부르크 고성 주변 숲에 1주 2만8,265km, 코너 숫자가 174개나 되는 서킷으로 건설되었다.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남쪽 코스(쉬드슐라이페)와 북쪽 코스(노르트슐라이페) 등 3개 코스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후 경주차들의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면서 오래전에 설계되어 좁고 고저 차가 심한 뉘르부르크링은 안전 문제가 대두되어 대대적으로 개 · 보수되었다. 그러나 북쪽 코스인 노르트슐라이페는 옛 서킷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 바로 이곳이 고성능 차의 테스트 코스로 활용되면서 ‘퍼포먼스카 개발의 성지’가 된 것이다. 수풀 사이로 난 노르트슐라이페의 현재 길이는 2만832km로 코스가 무척 길고 노폭이 좁으며 수많은 점프 구간과 급코너에 고저 차까지 심해 녹색 지옥(Green Hell)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뉘르부르크링은 자동차 개발진뿐만 아니라 차를 좋아하는 일반인들도 즐겨 찾는 명소다. 자기 차는 물론 공항에서 빌린 렌터카를 이용해서도 달릴 수 있고 현지에서 고성능 스포츠카를 빌려 탈 수도 있다. 전문 드라이버가 모는 고성능 차에 동승해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링 택시도 인기다. 테스트 일정이 있는 날에는 서킷을 달릴 수 없지만 이때도 이곳에서 테스트하는 수많은 메이커들의 미공개 신차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킷 곳곳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수많은 관람 포인트가 있으며, 부근의 도로에서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전 세계 미공개 고성능 차를 실컷 구경할 수 있다.

6,7 지난해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에 현대차가 출전했다. 8 녹색 지옥으로 통하는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6,7 지난해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에 현대차가 출전했다.
8 녹색 지옥으로 통하는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수많은 자동차 박물관과 테마파크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은 예외 없이 자동차 박물관이나 차를 주제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독일 자동차 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슈투트가르트에 자리한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은 독일의 역사가 곧 자동차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의 박물관은 2006년 독일 월드컵과 벤츠 120주년을 기념해 지은 새 건물이다. DNA를 형상화한 독특한 구조에 세계 첫 가솔린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카를 비롯해 160여 대의 전시 차와 1,500여 점의 전시물로 구성되어, 벤츠는 물론 인류 자동차의 발전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에는 벤츠 박물관 외에 포르쉐 박물관도 있다. 세 개의 큰 기둥이 건물을 비스듬히 떠받치고 있는 듯한 디자인이 독특하며, 박물관 내에는 80여 대의 차를 주기적으로 교체 전시하고 있다. 역시 슈투트가르트에 자리한 V8 호텔과 모터월드도 카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 있는 곳이다. 옛 비행장 활주로 주변의 넓은 대지 위에 공항 관제탑을 개조, 자동차를 테마로 꾸민 V8 호텔은 객실과 로비, 복도, 심지어 엘리베이터까지 자동차를 테마로 하고 있다. 호텔 바로 옆에 자리한 모터월드에서는 수많은 신차와 클래식카를 전시 · 판매하며 연중 다양한 자동차 관련 이벤트가 열린다.
폭스바겐의 본거지인 볼프스부르크에 조성한 세계 최대의 14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독일어 뜻 그대로 ‘자동차 도시’를 연상시키는 이 공원은 25만㎡의 거대한 면적에 생산 공장과 출고장, 자동차 문화를 하나로 엮어놓았다. 2개의 20층짜리 원형 유리 타워에는 각각 400여 대의 새 차가 빼곡하게 쌓여 있고, 여기에 주차된 차는 자동 컨베이어를 통해 새 차 출고센터로 이동되어 주인에게 전달된다.
차를 출고하는 사람들은 관광을 하러 이곳을 들러 새 차를 기다리며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즐긴다.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및 놀이시설은 물론 어른 운전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며, 자동차 박물관과 폭스바겐 그룹 내에 있는 7개 브랜드 전시관(폭스바겐, 폭스바겐 상용차,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 세아트, 스코다)까지 갖추고 있다. 공원 내의 아름다운 호수와 다리는 계절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저녁이 되면 공장을 개조해 만든 공연장에서 각종 공연이 펼쳐진다.
베를린, 함부르크와 함께 독일 3대 도시인 뮌헨은 분데스리가 최고의 명문 구단인 FC 바이에른 뮌헨의 홈그라운드 (알리안츠 아레나)이자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뮌헨에 BMW 박물관 및 본사, 벨트(Welt, 영어로 World) 등 BMW의 다양한 시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2008년 재개장한 현재의 박물관은 알리안츠 아레나와 함께 뮌헨의 대표적인 명물로 통한다. 인류 자동차의 모든 것을 그러모은 듯한 벤츠 박물관과 달리 BMW 박물관은 자사 제품을 중심으로 모던하고 예술적인 갤러리 분위기로 꾸며놓았다. 박물관 옆쪽 BMW 벨트에는 차량 출고장과 기념품 가게, 기술 시연장, 자동차 전시관 등 다양한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9 지난 2006년 재개장한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 10 아우토슈타트는 볼프스부르크에 자리한 세계 최대의 자동차 테마공원이다. 11 20층짜리 원형 유리 타워 2개에 수백 대의 차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아우토슈타트 12 공항 관제탑을 개조해 자동차 테마로 꾸민 V8 호텔 13 벤츠 박물관에서는 인류 자동차의 발전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14 뮌헨에 자리한 BMW 박물관의 모습

9 지난 2006년 재개장한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
10 아우토슈타트는 볼프스부르크에 자리한 세계 최대의 자동차 테마공원이다.
11 20층짜리 원형 유리 타워 2개에 수백 대의 차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아우토슈타트
12 공항 관제탑을 개조해 자동차 테마로 꾸민 V8 호텔
13 벤츠 박물관에서는 인류 자동차의 발전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14 뮌헨에 자리한 BMW 박물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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