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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기댈 나무를 찾는
심리적 미숙아, 결정장애

어떤 메뉴를 고르고 무슨 옷을 입을 것인가와 같은 사소한 결정부터 살 집을 구하고 직장을 택하는 중요한 판단까지 우리는 매일매일 의사 결정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갈 때조차 메뉴나 식사 장소를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결정을 남에게 미루고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을 흔히 ‘결정장애’라고 한다.
타인의 판단에 의존하고 타인의 결정에 복종하는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글 이지연 상담실장(모비스 힐링샘) 일러스트 날램

결정장애

Case by Case

· 국내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B씨는 첫 지방 공장 출장을 앞두고 “기차를 타고 갈까요? 버스를 타고 갈까요?”, “슈트를 입고 갈까요?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갈까요?” 물으며 선배의 조언을 구한다. 출장 시 들고 갈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문구 하나하나를 넣을지 뺄지 고민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 퇴근 후 회식 시간. 10분마다 한 번씩 시계를 들여다보는 신입사원 A씨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니 “밖에서 엄마가 기다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상사는 “그럼 빨리 가보라”고 말하지만 , A씨는 “엄마가 첫 회식이니 끝까지 있으라고 했다”며 회식 자리를 지킨다.

· 미국 유명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L씨는 입사 첫날 아버지를 동행한 채 출근했다. 팀장을 만난 아버지는 아들이 미국 생활을 오래 해 한국말이 서툴고 한국 회사 사정에 어둡다며 양해를 구하려 함께 출근했다고 말한다. L씨는 6개월을 채 다니지 못하고 퇴사했다.

당신의 심리적 나이는 몇 살인가요?

한번 자문해 보라. 당신의 심리적 나이는 몇 살인가? 다시 자문해 보라. 당신은 생물학적 나이로 살고 있는가, 심리적 나이로 살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생물학적 나이보다는 심리적 나이에 맞추어 행동한다. 결정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몸만 컸지 마음은 아직 엄마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일 가능성이 많다.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뇌가 커진 탓에 자궁에 있을 시간을 충분히 벌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즉, 원래 자궁에 있었어야 할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영유아들은 엄마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시기를 겪는다. 이후 청소년기가 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반의존의 노력이 시작되며, 이런 과정을 거쳐 부모와는 다른 개별 정체성을 지닌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한다.

한편 의존 성격은 어린 시절 분리-독립의 과정을 정상적으로 밟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이 과정을 충분히 치르지 못하는 데는 부모의 과보호적 양육 태도가 큰 몫을 한다. 과보호적인 부모는 자녀와의 심리적 분리를 견디지 못하고 자녀의 일에 과잉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부모-자녀 관계는 샴쌍둥이처럼 몸은 둘이나 마음은 하나인 채 심리적으로 분리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결정에는 책임이 뒤따르지만, 결정권을 넘김으로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결정장애를 강화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결과적으로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늘 큰 나무에 기댄 채 안락하길 원한다. 이들은 타인에게 결정을 양도함으로써 돌봄을 얻지만, 성장에 자양분이 되는 책임감은 포기하는 것이다. 결국 순간순간이 판단과 결정의 연속인 사무 공간에서 이들은 혹독한 시련을 맞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 포기한다.

점진적 실행으로 독립적 자아를 키워라

점진적 실행으로 독립적 자아를 키워라

의존성 성격과 같이 이미 문제가 성격 안에 녹아들어 있는 경우에는 혼자 치유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들은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능감을 키우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한 결정부터 해보는 ‘행동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들은 유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유능감을 맛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 저질러보는 행동화 전략이 필요하다. 이때 쉬운 결정부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책임의 난이도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첫 단계로 친구와 약속 장소를 결정하는 일부터 시작해 다음에는 팀 회식 장소를 결정하는 일처럼 다수를 대변하는 일로 난이도를 올려 볼 수 있다. 이때 수행의 결과보다는 독립적인 수행 여부에 초점을 두어야 함을 잊지 말자. 수행의 결과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혼자 결정으로 해낸 일이라면 성공이다.

다음으로 열심히 노력한 당신 스스로에 대한 칭찬을 잊지 말자. 지금까지 심리적 동지로 삼던 대상을 마음에서 분리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독립을 통해 얻은 자유는 필연적으로 불안을 유발한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독려하고 지지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은 인간 발달을 논하면서 ‘자아 정체성이 형성된 이후에야 타인과의 진정한 친밀형성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의존적인 자아는 타인과 동등한 관계를 맺을 수가 없다는 의미다.
‘너’를 만나기 전 ‘나’와 조우하는 일은 인간 발달의 숙명적 과제일 것이다. 결정을 통해 책임질 줄 아는 용기를 득템하면서 새로운 나를 만나보자.

선택하는 것이
두려운가요?

우유부단 척도

선택해야 할 시점에 결정을 미루거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사람을 흔히 “우유부단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약간씩 우유부단한 태도를 갖고 살아가지만, 이것이 심하면 선택하는 것 자체가 두려워 모든 결정을 타인에게 의존하게 된다. 다음 문항들은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 때 보이는 생각이나 행동을 기술한 것이다. 자신에게 해당되는 정도에 따라 체크하고, 우유부단 척도를 점검해보자.

33 이하 : 자기 결정에 확신이 있고 단호한 편

34~50 : 보통 수준

51~60 : 자기 결정을 확신하기 어려운
다소 심한 결정장애

61~75 : 사소한 일도 혼자서는 결정하지
못하는 극심한 결정장애

CHECK LIST

항목 전혀
그렇지않다
대체로
그렇지않다
보통이다 대체로
그렇다
매우
그렇다
1. 나는 결정 내리는 것을 미루는 편이다. 1 2 3 4 5
2. 나는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5 4 3 2 1
3. 나는 쉽게 결정을 내린다. 5 4 3 2 1
4. 나는 여가시간을 계획하는 것이 힘들다. 1 2 3 4 5
5. 나는 결정권이 있는 자리에 있고 싶다. 5 4 3 2 1
6. 일단 결정을 내리고 나면, 잘한 결정이었다고 확신한다. 5 4 3 2 1
7. 메뉴를 보고 주문할 때, 무엇을 먹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편이다. 1 2 3 4 5
8. 나는 결정을 빨리 내리는 편이다. 5 4 3 2 1
9. 일단 결정을 내리고 나면, 더 이상 염려하지 않는다. 5 4 3 2 1
10. 나는 결정을 내릴 때 불안해진다. 1 2 3 4 5
11. 나는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종종 염려된다. 1 2 3 4 5
12. 어떤 것을 선택하거나 결정을 내리고 난 뒤에, 잘못된 선택이나 결정이었다고 종종 생각한다. 1 2 3 4 5
13.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해서 과제를 제때 마치지 못한다. 1 2 3 4 5
14.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순서를 정할 수 없어서 과제 혹은 주어진 일을 완수할 때 곤란을 겪는다. 1 2 3 4 5
15. 가장 사소한 일에 대해 결정 내리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1 2 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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