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MOBIS

초록 물결 출렁이는 5월의 어느 날
힘 좋은 풍천장어가 봄 기지개를 켠다

5월은 다채로운 달이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꿈결 같은 계절인가 하면, 황토를 뚫고 기운차게 싹을 틔운 보리의 생명력이 있다.
한창 물오른 풍천장어의 용트림은 어떤가? 식곤증에 무기력까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활력을 더해줄 전라북도 고창을 찾았다.

글과 사진 임운석(여행작가)

전라북도 고창
1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좌치 나루터 2 고창 해안가에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3 뱀장어는 민물에서 살다가 산란 때가 되면 알을 낳으려고 바다로 나가는 회유성 어종이다. 4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풍천장어

1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좌치 나루터
2 고창 해안가에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3 뱀장어는 민물에서 살다가 산란 때가 되면 알을 낳으려고 바다로 나가는 회유성 어종이다.
4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풍천장어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풍천

전라북도 고창에는 야트막한 구릉이 물결처럼 부드럽게 이어 달린다.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터라 숨이 턱밑에까지 이르면 구릉은 잽싸게 갯벌 사이로 몸을 숨기고 서해로 접어든다. 갯벌이 발달한 덕에 꼬막, 바지락, 낙지 등 해산물이 풍부하지만 정작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풍천장어다.
“저기 저 강이 풍천입니다. 저기서 잡히는 장어를 풍천장어라고 하죠. 장어는 뱀장어, 곰장어(먹장어), 붕장어 등 종류가 많아요. 그중에서 풍천장어는 뱀장어에 속합니다. 원래 뱀장어는 민물에서 7~10년 정도 살다가 산란 때가 되면 알을 낳으려고 바다로 나가는 회유성 어종입니다. 그때가 8월에서 10월경이죠. 그런데 녀석이 바다에 나가기 직전에 민물에잠시 머무는 때가 있어요. 이때 잡은 장어가 아주 맛있어요.”
주인장의 말을 듣다 보니 풍천이 장어가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천장어의 유래는 또 있다. ‘풍천으로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이 들어오는데 이때 바다에 있던 장어가 바닷물과 바람을 함께 몰고 들어온다’고 해서 ‘바람 풍(風)’자에 ‘내 천(川)’자를 써서 풍천장어라고 불렀다는 거다. 물론 지금처럼 바다 쪽 갯벌이 간척되기 전 이야기로 바닷물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내륙 깊은 곳까지 들어왔을 때라야 가능한 것이다. 풍천장어가 왜 유명한지 궁금했다.
“풍천장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갯벌에서 양식합니다. 그래서 비린 맛이 적고 담백하죠. 또 식감이 쫄깃해서일반 장어하고는 비교가 안 돼요. 특히 요즘 잡은 장어는 유달리 맛이 담백합니다. 흔히 장어를 남자한테 좋은 스태미나 음식이라고 말하잖아요. 그 이유도 산란 전에 잡은 장어가 영양이 풍부해서 그렇게 부르는 겁니다.”
주인장의 말을 듣고 보니 타지에서 왜 풍천장어라는 간판을 내걸고 손님을 끄는지 이유를 알겠다.

풍천장어의 환골탈태(換骨奪胎)

요즘은 자연산 풍천장어가 워낙 고가로 거래되어 쉽게 맛볼 수 없다. 고창의 풍천장어 전문점에서 내놓는 것은 대부분 양식 장어인 셈이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양식 장어를 자연산에 가까운 장어로 탈바꿈시키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었다. 방법인즉슨 민물에서 사료를 잔뜩 먹여 토실토실하게 양식한 장어를 몇 개월 동안 바닷물에서 살게 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가 바닷물에 방사한 상태에서는 6개월 정도 사료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렇게 해야 자연 생태계에서 산 녀석처럼 육질이 단단해져 맛있다고 한다.
양식 장어가 환골탈태하여 자연산 비슷하게 둔갑(?)하는 순간 가격도 올라간다. 일반 양식 풍천장어에 비해 30%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이 양식 기술은 풍천으로 밀려오는 바닷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타지에서는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방법이다. 이렇게 길러낸 장어를 현지인들은 ‘갯벌풍천장어’라 부른다.장어는 흔히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와 이웃한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장어를 탕으로 끓여 즐긴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그런데 고창은 탕은 물론이고 구이가 전문이다. 탁월한 육질을 즐기기 위해서다. 흔히 ‘장어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은 소금구이를 선호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속설이다. 장어는 기름기가 많아서 애벌구이를 하지 않고 바로 소금구이를 할 경우 기름 맛 때문에 장어의 참맛을 잃게 된다. 비교적 고가인지라 식당에서 주문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작은 것을, 식감을 즐기고 싶다면 큰 것을 주문하는 게 좋다.

5 비린 맛이 적고 담백한 풍천장어는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소금구이와 장어탕

5 비린 맛이 적고 담백한 풍천장어는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소금구이와 장어탕

6 청보리 사이사이 노란 유채꽃이 피어 색감을 더한다. 7 풍천장어 웰빙식품센터에 전시된 통발로 장어의 습성을 이용해 잡는 어구이다. 8 철쭉꽃이 만개한 고창읍성

6 청보리 사이사이 노란 유채꽃이 피어 색감을 더한다.
7 풍천장어 웰빙식품센터에 전시된 통발로 장어의 습성을 이용해 잡는 어구이다.
8 철쭉꽃이 만개한 고창읍성

봄볕 따사로운 연둣빛 5월의 초록바다

5월에 가장 싱그러운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 있다. 무장면 학원농장 청보리밭이 그곳이다. 고창의 옛 이름인 모양현의 모(麰)는 ‘보리 모’자에, 양(陽)은 ‘볕 양’자를 쓴다. 그만큼 보리를 재배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말이다. 하지만 농장이 지금처럼 자리를 잡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농장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사진가들에 의해서다. 청보리밭의 광활한 풍경과 보리의 싱그러운 사진을 보고 전국에서 여행자들이 모여든 것이다. 현재 학원농장은 부지 약 15만 평 중 약 13만 평이 농지이고 나머지는 소나무, 대나무가 숲을 이루거나 과수원으로 사용 중이다. 청보리밭에 들어서면 풋풋한 내음이 봄바람에 실려 온몸을 휘감는다. 아득하게 뻗은 보리밭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느 지역 축제장처럼 괴성에 가까운 음악 소리가 아니어서 좋다.
보리의 일생은 지난해 10월에 파종을 시작으로 겨울을 보내고, 4월 중순에 보리 이삭이 나와 보리알이 맺히기 시작한다. 봄볕이 완연한 4월 하순부터 5월 상순까지는 보리가 놀라운 속도로 자란다. 이 시기가 보리의 청춘기라는 뜻으로 청보리라고 부르며 이때(4월 22일부터 5월 14일)에 맞춰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다.
5월 중순이 지나 6월에 이르면 수확하기 좋은 황금보리로 옷을 갈아입는다. 결국 청보리는 보리의 품종이 아니라 보리가 가장 예쁜 시기를 뜻하는 것이다. 사람의 청년 시절과 비슷한 셈이다. 5월 고창의 바람 소리는 ‘사사삭’ 보리가 흔들리는 소리만 있는 게 아니다. 샛노란 유채밭에서 꿀 채집에 나선 꿀벌들의 ‘윙윙윙’ 날갯짓 소리도 뒤섞여 있다.
초창기에는 보리밭뿐이었지만 몇 해 전부터 유채꽃을 함께 심어 완연한 봄빛으로 충만해졌다. 보리밭에는 딱히 위락시설이 없다. 그냥 보리밭 사잇길을 걷는 것만으로 행복해지기 때문이리라. 보리밭은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이 가장 아름답다. 사람들이 하나둘 밀물처럼 쓸려나갈 때를 기다려보자. 인파에 밀려 걸었던 보리밭이 호젓한 사색의 길로 변해 있을 것이다. 때를 놓쳐 청보리를 볼 수 없다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5월 중순부터 황금물결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곳을 찾았다면 고창읍성도 빼놓지 말고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원형이 잘 보존된 조선시대 읍성으로 성곽을 따라 걷는 답성놀이가 현재까지 전해온다. 고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로 5월에 성곽 주변으로 철쭉이만개해 눈이 흐뭇해진다. 성벽에 오르면 고창읍내가 한눈에 들어와 장쾌한 풍광이 펼쳐진다.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는데 30~40분이면 충분하다. 읍성 매표소 옆에 자리한 고창판소리박물관을 함께 돌아보면 좋다.

여행 메모

· 알뜰살뜰 여행 팁:
풍천에서 자가용으로 7~8분 거리에 있는 ‘풍천장어 웰빙식품센터’를 찾아보자. 풍천장어에 대한 여러 자료와 특성, 효능을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한 전시관이다.
디지털 수족관에서 풍천장어 낚시도 해보고 장어에 얽힌 이야기도 챙겨보자

· 풍천장어 맛있는 집 :
풍천장어 웰빙식품센터 1층에 있는 웰빙식당(063-563-8843)은 고창군이 위탁업체에 맡겨 운영하는 곳으로 시설이 깨끗하고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선운산 입구에 풍천장어 전문점이 40여 곳이나 모여 있다. 유달식당(063-562-2231), 연기식당(063-561-3815), 풍천만가(063-563-3420) 등이 유명하다. 읍내에 있는 한정식집 조양관(063-564-2026)은 음식이 깔끔하고, 정통옛날쌈밥(063-564-3618)은 점심시간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집이다.

· 잠자기 좋은 곳 :
선운사 입구에 해수탕으로 유명한 선운산관광호텔(063-561-3377)과 치유숲길과 석정휴스파가 있는 대단위 펜션단지 힐링카운티(063-560-7300) 등 숙박 업소가 많다.

· 문의 :
고창군 문화관광과 063-560-2457~8,
학원농장 063-564-9897, 고창읍성 063-560-8055

Prev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