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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의 감정으로 바라본 진심
그리고 새로운 시작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에드워드 올비 저 | 민음사

글 문나나 대리(홍보지원팀)

민낯의 감정으로 바라본 진심 그리고 새로운 시작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짧은 지식으로 알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로서 당시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여성 권리에 대한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자전적에세이<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에 대한 사회 차별을 우아하게 표현한 그에게 나는 진작부터 반해 있었고 그래서 더더욱 그의 이름이 타이틀로 걸린 책을 펼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 제목과 잘 연결되지 않는 책의 내용 때문에 나름의 이해를 위한 고뇌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는 건 아이러니다).

이 책은 현대 극작가인 에드워드 올비의 장편 희곡이다. 희곡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앞에서 마치 연기를 하는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도가 상당하다. 그러나 읽는 내내 굉장히 불편했다. 인간의 기본 감정과 상식이라고 믿었던 사랑과 존중, 배려 따위는 찾아 볼 수 없었고 부정적인 감정만으로 극을 이끌고 가는 작가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여겼을 정도다. 책에 등장하는 두 쌍의 부부는 두 사람만 공유하고 있는 욕망과 각자 숨기고 있는 자기만의 욕망이 있다. 중년 부부인 조지와 마사는 늘 서로를 말로 공격하며 위태로운 선을 넘나드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조지는 역사학과 교수지만 야망이 없고 대학 총장의 딸인 마사는 그런 남편의 든든한 배경이 되지만 남편의 유약함이 싫다.

마사는 시종일관 남편을 저주하며 상처 주는 걸 즐기는 인물로 나온다. 이들에게는 ‘상상의 아들’이 있다.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의 상상 속에서 아들은 대학생이 되었고 이는 두 사람만의 비밀이다. 어느 날 그들의 집에 젊은 부부 닉과 허니가 초대를 받는다. 닉은 아내 허니의 배경을 이용해서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그들은 불임 부부지만 사실 허니는 결혼 전 상상임신으로 닉을 붙잡았고 닉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조지와 마사에서 시작되는 인신공격성 말다툼은 닉과 허니의 자연스러운 개입을 유도하게 되는데, 이 과정 속에서 인간의 가장 저급한 감정의 부유물들이 떠오르며 서로 감추고 있었던 욕망과 비밀이 폭로된다.

애정과 증오를 넘나드는 비아냥거림, 상대의 약점을 놀림거리 소재로 삼는 잔인함, 결국 상처를 주고 나서야 흐뭇해 하는 악랄함은 네 사람 사이를 쉼 없이 지나다니다 질투와 모멸감이란 꽃으로 피어난다. 독자가 편하게 느끼는 책의 대부분은 선(善)을 기반으로 한 인간 본성이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교훈을 주는 책이다. 그러나 작가 에드워드 올비는 이 책에서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만으로 진실을 이끌어냄으로써 과정이 아닌, 결과적 선(善)을 실현한다. 거짓이 폭로된 결말은 고요하며 모든 건 또다시 ‘시작’의 위치에 선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페르소나를 가지고 사는가. 친절함, 겸손함으로 무장한 채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얻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며 살지는 않는가. 정작 나의 민낯은 소심하고,두렵고, 분노에 찬 모습일 수도 있지만 우린 굳이 그 ‘낯’을 마주하지 않는다. 누군가 나의 페르소나를 걷어낸 적이 있다면 그건 나의 역린을 건드린 결과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내가 감추고 있었던 모든 세계는 뒤집어지고 엉켜 붙을 테지만, 그렇게 벌거벗은 나의 모습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가장 순수한 생의 순간일 테다.

평론가들은 이 책에서 미국 중산층의 부조리를 지적하기도 하고, 미국과 당시 소련의 관계를 읽어내기도 한다지만 범인(凡人)인 나로서는 그런 메시지를 읽어낼 재주는 없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불편하게 느낄 만한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 또한 나의 일부분이고, 부정성에 대한 회피가 아닌 직시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는 것 또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뿐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때로는 ‘폭로’하고 싶은 감정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밉다거나, 지금 너무 슬프다는 등 1차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말해버리고 싶은 순간. 이 책에서 등장인물들은 그렇게 ‘폭로’를 한다. 그리고 한밤의 소동을 통해 서로의 욕망을 깨부순 다음 다시 일상으로 (잠자리로) 돌아간다. 특정 대상에 대한 폭로와 나 자신의내밀한 부분에 대한 폭로는 많은 용기와 뒷감당을 수반하기에, 페르소나를 쓰고 있는 자신이 견디기 힘들 땐 일기를 써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울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다시 시작일 테니.


※ 참고 : 이 작품 제목은 <세 마리 아기돼지> 만화 주제가를 패러디한 것으로 영어의 제목은 ‘wolf’가 아니라 ‘woolf’다. 사운드만 흉내 낸 패러디인데, 초기 한글 번역 당시 오역이 되어 독자들은 ‘버지니아 울프’ 관련 이야기로 착각하게 되었다. 이후 다른 번역서에서 이를 바로잡으려 하였으나 이미 작품이 유명해진 탓에 변경을 하기 어려웠고,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역자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함께 읽고 싶습니다책

장우영 과장(강남영업관리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의 힘을 주시는 장 과장님! 과장님의 에너지와 반대되는 감정으로만 스토리가 엮인 독특한 책이 있어 보내드립니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볼 봄 데이트 기대할게요!

정희원 과장(글로벌 HRD 운영팀)
처음과 같이 늘 배우는 모습이지만, 처음과 다르게 나날이 더 멋있어지고 있는 정 과장님! 사람의 마음과 심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 과장님과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네요.

이영재 차장(경영개선 2팀)
만나면 늘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느라 바쁘셨던 이 차장님. 조언보다는 질문으로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주셨던 차장님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언제나 그랬듯 다른 시선과 위트 있는 표현으로 책에 대한 소감을 들려주실 날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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